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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천공항 급유시설을 둘러싼 의혹과 협박



인천국제공항을 매각을 강행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이상한 의지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을 민간에 넘기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7월 초에만 해도 청와대가 인천공항 지분 매각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이번 인천공항 급유시설을 민간인에게 넘기는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인천공항 급유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 주식회사입니다.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 운영권을 최고가에 3년에 추가 2년 등 5년의 운영권을 주는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새 사업자로 대한항공이 내정됐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급유시설을 둘러싼 의혹과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대한항공이 벌이는 행태에 관한 이야기를 알아보겠습니다.

' 민간인 시설인데 민간인에게 다시 준다?'

일부 인터넷에는 지금까지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는 인천공항 급유시설을 다시 민간인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우선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의 주주현황을 보겠습니다.


인천공항 급유시설을 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 주식회사의 최대 주주는 64%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공항입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입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4%입니다. 이것만 봐서는 인천공항 급유시설인 민간인 회사 같지만, 지난 1995년 '건설교통부 항공기급유시설 민간투자사업 고시'를 통해 설립된 민자유치 공항시설 사업입니다.

쉽게 말하면 처음 투자비가 많이 드는 사업이기에 민간인과 정부가 지분을 함께 투자하여 민간합동법인을 설립하고, 그 운영을(위탁관리) 지분을 투자한 회사가 하면서 수익금을 가져가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부가 직영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처음 사업을 재개하는 정부의 자본 투자와 운영 미숙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방안이었습니다. 

급유시설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시작한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한국공항(주)을 소유한 대한항공이 2001년부터 관리운영권을 받아 운영했으며 오는 8월13일 운영기간이 종료됩니다.

' 유지보수 업무 VS 운영사업권, 그리고 돈'

이번 인천공항 급유시설을 놓고 민간인이 원래 하던 사업이 아니냐고 하는 자꾸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는 3개 공항 급유시설의 '유지보수업무'만 위탁했는데,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공사는 급유시설 운영사업권을 통째로 민간 기업에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노동조합 정성오 총무국장은 “공항 급유시설은 항공안전필수시설물이자 공항 내 항공유를 공급하는 완전한 독점시설물로써 국가기밀사항에 해당한다. 그래서 특정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 뒤 “특정 항공사가 점유하는 독점시설이 될 때 항공사 간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급유시설(주)은 매년 40-70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 알짜 사업입니다. 특히 주주 배당금으로 2010년과 2011년 각각 40억씩 지급할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이 사업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고, 그동안 운영했던 대한항공으로써는 절대 놓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 급유시설만 가질 수 있다면 협박쯤이야'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 과정에서 '한진그룹'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선 신규 사업자 선정이 지나치게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6일 입찰공고를 내고, 설명회를 내고 23일부터 신청을 받겠다는 방식은 1991년 3개월의 검토기간과 비교해 단 일주일이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11년간 관리 운영했던 대한항공이 타 업체와 비교하면 신청에 가장 유리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국토해양부는 그저 일정이 촉박해진 것일 뿐 특혜 의혹은 있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 7월25일에 열린 국토해양부 상임위원회에 나왔던 대한항공 출신 간부의 인천공항급유시설 관련 동영상


7월 25일에 열린 국토해양부 상임위원회에서는 급유시설(주) 박모 상무( 전 대한항공 부장)가 직원들을 모아 놓고 했던 발언을 국회의원들이 함께 듣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 박모 상무는 “지금 아무리 국회에서 떠들고 일간 신문에서 떠들고 해도 이 결정(=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은 번복이 안 됩니다. 다른 결정이 내려져도 그건 아니에요. 이미 다 끝났어요. 우리 그룹이 입찰에 들어가서 따오는 것밖에 없어요” 라는 발언을 통해 이미 대한항공으로 내정된 결정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입찰이 지연되면 8월 13일을 넘을 수가 있잖아요. 그럼 어떻게 되느냐? 넘으면 우리가 할 수밖에 없어요. 공사(=인천공항공사)와 실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업자가 한진그룹이 제일 좋겠죠? 스무스(smooth)하게”라고 말했다며, 이미 공사와 실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급유시설(주) 직원을 모아 놓고 박모 상무는 "고용승계는 입찰 공고에 뭐가 나오겠지만... 고용승계가 강제적인 상황은 아니에요"라는 발언을 통해 그동안 일한 직원들이 대한항공을 지지할 수밖에 없도록 고용을 놓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에게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만큼 불안한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빌미로 직원을 대한항공이 급유시설(주)의 새 사업자로 내정되도록 노력하라는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한마디로 말 안 들으면 너희 모두 잘린다'는 말로밖에 해석될 수 있습니다.

' 민간인 사업자 운영이 주는 폐해'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의 매매가격을 1985억 원으로 산정하고 인천공항공사에 통보했습니다. 인천공항공사가 인천공항급유시설을 매입하게 되면 가뜩이나 인천공항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상 민간사업자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이럴 경우 가장 민감한 보안 시설 중의 하나인 급유시설이 통째로 민간인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사실 급유시설(주)은 직영을 위해 그동안 각종 시설 투자를 통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투자금은 물론이고, 새롭게 정비된 사업체가 고스란히 민간사업자에게 넘어가 그 수익을 민간사업자가 모두 갖고 가게 됩니다. 민간인 사업자는 수익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지 어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국토해양부가 인천공항공사에 보낸 급유시설 관련 공문

▲사용료를 사전에 확정
▲초과이윤 발생 시 환수방안 마련
▲기존 민자회사의 고용승계 방안 마련
▲모든 항공사의 공정한 시설사용 보장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 및 관리 운영 상황에 대한 점검 강화
▲공공성 훼손 시 사업권 환수방안 마련

국토해양부가 인천공항공사에 보낸 공문에서 보듯이 직영이 아닌 민간사업자가 맡아서 할 경우 우려되는 문제는 많습니다. 굳이 손해가 아닌 이익을 창출하는 공공사업을 위험을 감수하고 민간사업자에게 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급유시설(주)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외국항공사에 시설 사용료를 비싸게 받아 163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다 적발됐는데, 만약 이런 식으로 시설 사용료를 올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 사장은 강영식으로 대한항공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급유시설 등기이사로 출근도 하지 않고 매년 1억5천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급유시설(주)은 매년 9억 원의 기부를 하는데, 그 기부금 대부분이 인하학원,정석학원,정석물류학술재단 등 한진그룹 산하 기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해외순방에 함께 하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출처: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해외순방 단골 수행인사였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투자합동회의'에도 여러 차례 참석하는 '친 재벌 코드' 이명박 대통령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지금 한진그룹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담당하는 KAI(한국우주항공) 인수에 대한 특혜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진그룹은 항공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의혹은 물론이고 가시적인 증거가 드러나고 있지만, 이런 국민들의 반발이나 의혹 해명에도 이명박 정권은 끄덕도 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만 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시작되고 온 국민의 관심이 올림픽에 쏠려 있는 이때에 국가 공공 산업으로 분류될 만큼 중요한 급유시설을 민간인 사업자에게 특혜의혹까지 받으면 주는 것은 정말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국민에게 정부의 정책이 정당하고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하려면 과정부터 깨끗해야 합니다.

인천공항급유시설에 대한 민영화 전격 보류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올림픽 역사상 심판 판정이 순식간에 바뀌고 초시계도 멈춰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만큼 청와대의 말도 예측하기 어렵게 변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