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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 죽이기' 나선 조원진, 누군가 보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입니다. 조원진 의원은 안철수 원장이 최태원 SK 회장을 구명하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입니다.

조원진 의원은 보수 언론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면서 안철수 원장이 참여했던 브이 소사이어티에 관해 “그들이 매주 목요일 모여서 무엇을 했느냐. 과연 민생과 경제민주화,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해 얘기했겠느냐. 이 나라 경제를 위해 한 일도, 중소기업을 위해 어떠한 방안을 내놓은 것도 없다. (그들은) 새로운 경제특권 세력을 만든 것이었고, 그 중심에 최 회장과 안 원장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놓고 나중에 자신이 유명해지니 이런 저런 얘기를 성인군자처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조 의원은 “브이 소사이어티 구성 자체의 문제점 등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는 하지 않고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브이 소사이어티엔) 재벌 그룹 2, 3세는 물론 당시 룸살롱 황태자로 알려진 사람들이 다 들어가 있다.강남의 룸살롱이 제일 잘 나갈 때가 벤처 기업들이 테헤란로에서 잘 나갈 때인 2000년부터 2005년까지이며,그 때 잘 나갔던 사람이 거기에 다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안철수 원장을 룸살롱 황태자들과 어울린 사람으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브이 소사이어티에 들어간 것도, 최태원 SK 회장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팩트입니다. 그러나 그런 팩트에 누가 이상한 이야기를 덧붙여 안 원장을 공격하는지를 우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친박으로 출세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조원진 의원'

안 원장 공격에 나섰던 조원진 의원은 재선 의원입니다. 그러나 18대 국회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는 그리 정치계에 이름을 날리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조원진 의원은 15대 문경시 예천군 국회의원이었던 황병태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 2008년 총선 당시 조원진 후보의 홍보물. 출처:오마이뉴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근혜를 지키고, 달서구를 살리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앞세운 조원진 후보는 대구 달서구 병에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해 808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초선 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조원진 의원은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한나라당으로 입당하고 난 뒤에 보통 전문가 내지는 재선이나 3선 의원이 맡는 상임위원회 간사직을 맡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 간사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던 조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친박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이 모인 대구 달서구 병에 공천을 맡아 재선 의원이 되고, 2012년 5월 새누리당 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습니다.

정치인을 조사하다 보면 어떤 정치적 활동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조원진 의원은 황병태 국회의원 보좌관이었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정치적 배경이 없었습니다. 친박이라는 무기 하나만 들고 지금 여기까지 올라온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정치 경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친박이라는 무기로 새누리당의 전략기획본부장까지 맡았으니 친박이 얼마나 엄청난 무기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조원진의 2분 해프닝은 기네스감'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국회환경노동 위원장은 추미애 의원이었고,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갑자기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깜짝 선언을 합니다. 조원진 의원은 ' 오는 5일까지 비정규직 개정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퇴하는 게 맞다'라며 '자유선진당 간사 권선택 의원의 사퇴서까지 내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역구 의원이 사퇴하려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권선택 의원도 조 의원의 말에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맞장구를 친 것이라며 그저 말뿐인 쇼라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 조원진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의 법안 기습 상정 모습 출처:국회 영상 회의록


2009년 7월 1일 조원진 의원은 돌연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개의 요구를 거부했다며 국회법을 들먹이며 간사인 자신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는 선언을 하고, 불과 2분 만에 법안 147건을 일괄상정하는 초강수를 둡니다.

한나라당 의원 8명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한 조원진 의원의 이런 모습은 기네스북감이라는 비아냥을 받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천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의 생사가 걸린 중대한 일을 제멋대로 기습 상정했던 조원진 의원의 자세입니다.

그가 과연 제대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였을까요?

' 천만 명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은 박근혜 배웅'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이 2분 만에 147건의 법안을 기습 상정하기 전날인 6월 30일, 김재윤 민주당 의원과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 등은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과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 협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간사들은 양당 지도부의 의견을 듣고 오후 8시 30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합니다.

▲ 박근혜 의원의 몽골 출국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 출처:시민일보


여야 간사 협상이 시작되는 8시 30분을 불과 30여분 앞둔 시각, 조원진 의원은 인천공항 귀빈실에 있었습니다. 이날 박근혜 의원이 몽골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있었고, 조 의원은 이런 박근혜 의원을 배웅하기 위해 있었습니다.

천만 명의 목숨이 달린 중대한 일에 관하여 여야 국회의원들이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조원진 의원은 몽골에 출국하는 박근혜 의원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간 것입니다.

한 가장의 직장은 가족의 생계는 물론이고, 가족 구성원의 삶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비정규직으로 살면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들은 어떻게 법안이 이루어질지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국회법을 들먹이며 위원장을 몰아내고 간사로 2분 만에 법안을 기습상정했던 국회의원은 그 전날 태연히 자신의 출세를 위해 눈도장을 찍으러 다녔던 것입니다.

' 재벌 사면을 위해 노력했던 박근혜'

안철수 원장의 최태원 SK 회장 탄원서 서명을 놓고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을 시작으로 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 원장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느냐를 따져본다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것은 누구보다 새누리당은 재벌을 위한 정책과 사면에 노력했던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20일 낮 인천공항에서 런던올림픽 선수단을 환송한 뒤 이애리사 의원,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웅을 받으며 경호원들의 보호 속에 공항밖으로 나가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2004년 말에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재계에서 큰 문제가 됐었습니다. 이 법은 과거 재벌들의 분식회계에 대해 유예기간 없이 바로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한 법으로 분식회계를 밥 먹듯이 했던 재벌들에게는 치명적인 법이었습니다.

2004년 12월 15일 강신호 전경련회장,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 5단체 회장들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 갑니다. "멀쩡한 기업이 바로 이 법이 발효될 경우에 재무구조개선을 할 시간이 없어 망하게 생겼다.우리 기업도 투명성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을 할테니 기간을 주면 당장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분식회계 문제 해결에 애쓰겠다"라는 제안을 박근혜 대표에게 합니다.

박근혜 대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제발 어려운 경제를 위해 경제인들이 이런 데까지 오시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잘하도록 하겠다"라는 위로와 미안한 마음이 우러나오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박근혜 의원은 과거 비자금 조성과 횡령,분식회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사면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던 인물입니다.

탄원서 서명과 정당의 당 대표가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발언의 무게와 실효성을 놓고 보면, 누구의 행동이 진짜 재벌을 위한 모습인지 알 수 있습니다.

▲ 조원진 의원의 블로그

혹자는 저에게 왜 안철수 원장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별로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그것은 저 말고도 지금 안철수 원장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파헤치고 비판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안철수 원장을 공격하는 사람은 많아도, 왜 그들이 무슨 이유로 안철수 원장을 공격하는지를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친박계 의원인 조원진 의원이 왜 안철수 원장을 공격하겠습니까? 그것은 지금 자신의 주군인 박근혜 의원의 아성을 감히 넘보는 안 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비판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종이 쪼가리에 서명한 일보다 더 확실하고 무게감 있는 재벌 살리기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할 수는 없습니다.

새누리당 모 의원은 안철수 원장이 신호위반을 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대한민국 거대 여당 국회의원의 수준이 바로 이 정도입니다. 안철수 원장의 행동을 비판하는 새누리당은 언제나 당당합니다. 왜냐하면 국민은 자신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원진 새누리당 전략기회본부장은 안철수 원장이 과거의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분명히 자신의 잘못이 있으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박근혜 의원 차례입니다. 하루빨리 과거의 행동에 대해 검증받고 반성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