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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누리당 '공천헌금'과 '경선 보이콧'에 숨겨진 황당함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2시 국회에서는 비박 주자들 4명이 새누리당 공천 헌금 논란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김태호,김문수,안상수,임태호 후보들은 "검찰수사와 별개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황우여 대표가 8월 4일까지 책임지고 사퇴하라. 사퇴하지 않을 경우 우리 4명의 후보는 중대한 결심을 할 것" 이라며 황우여 대표를 향해 칼을 겨누었습니다.

비박 주자들은 아래와 같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경선 보이콧'도 할 수도 있다고 내비쳤습니다.

△황우여 대표 사퇴
△경선 일정 연기
△당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으로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인책
△총선 당시 지역구 컷오프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혹 해소를 위한 자료 공개 및 검증

김문수,김태호,임태희, 안상수 등 비박주자들은 몇 시간 뒤 오후 9시경 경선일정을 보이콧 하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비박 주자들은 오후 2시에 발표한 자신들의 요구를 새누리당 지도부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애초 8월 4일까지 기다리기로 했던 일정을 바꾸어 오후 9시 이후부터 모든 경선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나섰습니다. 

비박 주자들의 경선 보이콧 소식이 전해졌지만, 안상수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KBS 방송 합동 토론회를 위해 오후 10시쯤 KBS 스튜디오에 도착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안상수 후보는 30분 동안 비박 후보 3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저녁 10시30분 경 KBS를 떠났습니다.

▲ KBS 방송 합동 토론회가 무산되자 굳은 표정으로 KBS 본관을 나서고 있는 박근혜 후보 출처:오마이뉴스


박근혜,안상후 후보가 경선 보이콧을 선언한 비박 주자들을 기다린 이유는 TV토론회 규정에는 참가자 3분의 2가 참여하지 않으면 토론회가 무산되는데, 이때 최소한 오후 10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경선을 보이콧하고 중단시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을 망치는 일인데, 당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 면서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말처럼 비박 주자들이 단순히 새누리당 공천헌금 때문에 경선을 보이콧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려면 우선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을 박근혜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꼬리 자르기에 나선 새누리당'

4.11 총선 공헌헌금 의혹이 터지자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8월 3일 오전 9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현기환,현영희 의원의 출당 여부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러다 12시경 출당,탈당 대신 윤리위원회 회부로 결론이 잡혔습니다.

▲ 새누리당 ‘4·11총선’ 공천헌금 파문의 당사자인 현기환 전의원이 3일 오후 부산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출처:강원도민일보


이런 와중에 갑자기 검찰이 소환하지도 않았는데 현기환 전 의원이 돌연 부산지검에 출두합니다. 현기환 전 의원의 부산 지검 출두를 보면 몇 가지 이상한 정황이 포착됩니다.

먼저 선관위의 고발이 있자마자 바로 검찰에 출두함으로써 무죄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한 쇼라는 점입니다. 아직 검찰은 제보자 정씨를 소환해 중앙선관위에 현 의원 등을 고발한 경위와 구체적인 금품 전달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며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기환 전 의원을 소환할 단계가 아닌데 굳이 현기환 전 의원이 출두한다는 것은 법적인 절차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도보다 새누리당 경선 악재를 빨리 털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수사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통합진보당 CNC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이 사건은 순천지청에서 서울지검 공안부로 이첩했습니다. 보통 정치 관련 수사는 서울지검 공안부나 대검 중수부에서 맡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런데 현기환 전 의원은 부산지검에서 맡았고, 관련 사건이 부산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통합진보당 등 다른 정치 사건과는 다른 이중적인 적용이었는데, 이것은 새누리당 대선 경선의 악재로 나오는 '공천헌금' 파문을 줄여보겠다는 정치검찰과 새누리당의 유착 관계에서 나오는 일입니다.

▲ 공천헌금 파문의 현영희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


오후 4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돌연 현기환,현영희 의원에 대한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만약 저들을 무죄라고 본다면, 탈당을 요구한다는 것은 정당에서 있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정치검찰의 정치 탄압이라고 했겠죠,그런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현기환,현영희 의원의 탈당을 권유했습니다.

이것은 현영희 의원이 부산 친박계 인사들의 조직인 '포럼 부산비전'의 부산 공동대표라는 사실과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친박계인 현기환 전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위원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박근혜 후보를 향한 칼날을 아예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박근혜를 위협하는 일은 어떻게 하든 막겠다는 새누리당이 사당화된 상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경선 보이콧에 담긴 지저분한 싸움'

비박 주자들이 경선 보이콧에 나섰지만, 이들의 경선 보이콧 이유가 진짜 새누리당 공천 헌금 때문이라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정말 새누리당을 위하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TV 경선 토론회 불참 이전에 지도부와 함께 TV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와 대책을 논의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일방적인 경선 보이콧을 선언하고 TV 토론회에 불참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의 경선이 박근혜 후보를 추대하기 위한 체육관 선거와 같아서 일단 새누리당의 지도부를 물러나게 한 후에 비대위체제로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 지난 6월 경선룰과 관련 비박주자 대리인들과 만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출처:이데일리


비대위체제로 갈 경우, 박근혜계는 공천헌금 파문으로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비박 주자계가 대거 비대위에 들어가면, 새로운 경선규칙을 통해 대선 경선의 양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증거는 비박 주자들이 한결같이 박근혜가 아닌 황우여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했고, 이들이 박근혜 후보가 아닌 황우여 대표 사퇴를 요구한 이유가 계속해서 경선룰과 관련 황 대표와 마찰을 빚어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누리당 비박주자들은 새누리당 공천헌금이 정치적 타락이라는 문제와 범죄 행위라는 사실에는 관심 없고,오로지 이 사건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늘리기 위한 호재로 이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박근혜'

박근혜 후보는 공천헌금 파문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엄격한 원칙을 갖고 도덕성이라든가 국민 눈높이를 갖고 공직후보자추천위에서 (공천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발언과 " 제가 공천을 받았다 해도 비리가 드러나면 그 즉시 공천을 박탈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박 주자들이 지금 새누리당 공천헌금 사건을 이용하는 것은 정적인 박근혜 후보로서는 화가 날 일이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국민입니다.

국민은 지금 비대위원장으로 한나라당의 전권을 가졌던 박근혜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고 새누리당을 사당화시켰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오히려 피해자처럼 말하는 사실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4.11 총선에서 현영희 의원이 사용했던 선거 홍보물


'박근혜가 선택한 여자'라는 문구처럼 4.11 총선에서 박근혜와 찍은 사진과 박근혜 계파 관련 조직을 동원한 인물들은 대부분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라는 인물이 국회의원 배지와 얼마나 중요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인데, 박근혜 후보는 공천헌금 파문은 검찰에서 다 알아서 조사해줄 것이라는 정치검찰 믿기와 자신은 깨끗하다는 혼자 살아남기 신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박 주자들의 경선보이콧과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문을 보면서 국민은 별로 실망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원래 없던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 늘 숨겨왔던 일들이 수면에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썩은 내를 감추기 위해 방향제를 뿌려대고 오물을 숨기기 위해 비닐을 덮어도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만은 깨끗하다고 락스를 들이붓고 있는 박근혜와 그녀를 밀어내고 조금이나마 편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비박 주자들의 진흙탕 싸움을 보면서도 이제는 아무런 분노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