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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메달리스트 '강제 귀국 연기'가 고작 이것 때문?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승승장구하면서 대한체육회가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연기하도록 지시하는 공문이 지난 5일 각 산하 단체에 발송됐습니다. 대한체육회가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연기하도록 한 이유는 메달리스트 환영행사와 카퍼레이드 등에 모두 참석하기 바라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6일 귀국한 유도선수단 중에는 메달리스트 김재범,송대남,조준호 선수가 런던에 남아있고, 펜싱에서 은메달을 딴 신아람 선수의 귀국도 연기됐습니다. 또한,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귀국도 현재 미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이런 결정에 박태환 선수는 "이미 7일자 귀국 비행기편을 예약해 놓았다. 무조건 떠나고 싶다"고 말하면서 "여기에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도망쳐서 무조건 한국으로 가겠다"라는 강한 귀국 의사를 밝히고 있어, 정부가 런던 올림픽 메달리스트 귀국을 강제로 연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강제 귀국 연기는 이번 런던올림픽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정권을 비롯한 MB정권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연기하면서 환영행사와 카퍼레이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순수해야 할 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우리 모두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올림픽 카퍼레이드와 대통령'

지난 현대사에서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가장 활용했던 인물은 전두환입니다.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단을 활용한 박정희도 있었지만, 전두환은 올림픽 선수단의 카퍼레이드를 통해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는데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했습니다.

▲ 1984년 LA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 장면, 출저:KTV


1984년 LA 올림픽 선수단은 김포공항에서 환영식을 치르고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습니다. 당시 중고등학생과 시민을 동원해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의 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들게 하였고, 방송은 이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올림픽의 영광을 그대로 재연해, 도대체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렸는지, 아니면 LA에서 열렸는지조차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 올림픽 선수단이 시청 앞에서 전두환에게 인사하는 장면 출처:KTV

올림픽 선수단은 김포공항에서부터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서울시청 앞에 내렸고, 전두환은 메달리스트들과 악수를 하였습니다. 이 장면은 그대로 방송에 보도됐고, 이런 그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국위 선양에 앞장 선 대통령으로 비치도록 했습니다. 전두환의 이런 올림픽 이용은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듯이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었습니다.

[현대사] - 아무도 몰랐던 역대 최악의 '88서울올림픽'

올림픽 카퍼레이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대통령은 전두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MB정권은 선수단을 광화문에서 청계광장까지 도보 퍼레이드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 베이징올림픽 선수단의 도보퍼레이드 장면 출처:연합뉴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도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 선수의 입국을 금지 하고 퍼레이드에 참가하게 해 국민의 빈축을 샀던 MB정권의 행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조기 귀국과 비교되며 많은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퍼레이드를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했던 전두환과 똑같은 행태를 보인 MB를 보면서 국민은 대한민국이 5공 시절로 회귀한 것이 아니냐고 했는데, 다시 2012년에도 반복되는 모습은 회귀가 아니라, 아예 5공 시절과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MB'

단순히 올림픽 메달리스트 귀국 연기만 가지고 MB를 평가하면 섭섭합니다. 5공 시절과 똑같을 뿐만 아니라 더했던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MB가 올림픽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출처:연합뉴스)KBS에 투입됐던 경찰(출처:오마이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거꾸로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러 베이징 올림픽에 갔던 2008년 8월,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에는 사복 경찰 수백 명이 투입됐습니다. KBS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단독 안건으로 상정했고, 이를 부당한 언론통제로 규정한 KBS 직원들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올림픽 개막일인 8일에 맞춰 열렸던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이명박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귀국하자마자 바로 처리하는 신속함도 보였던 2008년 8월이었습니다.

▲ 베이징올림픽관련 이명박 대통령 언론 보도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인물 중의 하나가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 못지않게 이명박 대통령은 각종 언론에 노출됐는데,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은 물론이고, 귀국 후 청와대에서 올림픽 선수단을 응원하는 장면, 축전과 축하전화를 하는 모습들이 꼬박꼬박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이렇게 언론에 대통령이 자주 등장하는 배경을 짐작하는 일이 있습니다. 2008년 8월 9일 베이징 올림픽을 참관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곁에 있는 김윤옥 여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일부터 신문이 저걸 (올림픽 관련 보도를) 좀 하겠지.금메달 따는 이야기를 좀 하겠지?"

대통령의 주문처럼 신문은 오로지 올림픽에 관련된 뉴스를 쏟아냈고, 이명박 대통령도 올림픽과 관련한 뉴스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이명박 대통령이 올림픽 보도를 신경 쓰고 원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명박 대통령 국정관련 지지율


바로 지지율 때문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월 중순 출범 6개월을 맞이해 심경을 묻는 말에 "6개월이 몇 년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내각과 청와대의 '고소영','강부자'로 불리는 인사정책의 실패와 대북관계 악화,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의 안일한 대처 등으로 지지율은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가장 컸던 이슈는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집회를 통해 한때 70%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을 마케팅을 통해 갑자기 20%대를 넘었고, 올림픽 직후에는 무려 29.2%까지도 올랐습니다. 이런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제2 출범' 운운하며 각종 정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자 지지율이 9%나 떨어졌지만, 올림픽 최대 수혜자는 박태환 선수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 올림픽과 정치의 문제점'

이제 올림픽을 정치와 분리할 수 없다면, 정치와 올림픽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올림픽을 통한 정치가 누구를 위해서라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사례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전두환은 퇴임 후에도 끝까지 올림픽을 이용했습니다.

▲ 1988년 경향신문 1면 기사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시작되기 일주일전 5공 비리 청산에 대한 국민적 열의가 높아지자, 전두환은 올림픽 이후에 비리를 해명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올림픽 기간에 비리를 밝히면 국민이 잊을까하는 아주 친절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자세 때문이었을까요? 아닙니다. 88올림픽을 유치했던 대통령으로서의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을 뿐입니다.

이렇게 올림픽을 자신만의 정치적 성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 사람도 있지만, 올림픽이나 스포츠가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나 북방외교에 도움이 됐던 사례도 있습니다.

▲ 남북단일팀을 소재로한 영화 '코리아'와 당시 현정화-리분희 선수


1991년 12월 '남북관계합의서'가 한국과 북한 사이에 체결됩니다. 이 합의서에는 남과 북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렇게 남과 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로 규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코리아팀' 우승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 10.4선언 당시 남북정상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공동입장했던 한국과 북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제88회 광주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축사에서 "내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남북이 함께 경의선 열차를 타고 우리 선수단을 응원하러 갈 것이며,응원단이 남북 단일팀을 응원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단일팀과 응원단 얘기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 선언'에 있습니다.

'10.4 선언'에는 사실 남북 단일팀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남북 선수의 공동입장과 남북 공동응원팀 구성, 그리고 응원단이 평양을 통과하는 열차 이동은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남과 북은 따로 입장했고,세계 언론은 남과 북이 다시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올림픽과 정치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면, 올림픽을 이용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옳은 방향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 합의했던 남북 공동입장이나 남북공동응원팀 합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금강산 피격 사건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과 올림픽 남북공동응원팀을 별개로 진행할 수는 없었을까요?)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올림픽 선수단을 응원하는 모습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올림픽만 얘기했던 동영상, 올림픽 축구팀과의 전화 통화 사진, 올림픽 메달리스트 축전 격려했던 내용이 가득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무엇이 이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참으로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라면서 올림픽 우리 대표 선수단이 국민에게 준 감동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는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남북단일팀이나 공동입장,남북단일 응원팀과 같은 정치적 감동을 줄 수는 없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국민은 열심히 땀 흘린 대한민국 선수단의 감동을 고작 나눠 먹기 위해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연기하는 MB정권 때문에 부상과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선수들에 미안할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