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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두관의 문재인 필패론이 두려운 이유



7월 25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 센터에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합동연설회가 열렸습니다. 본격적인 대선 경선의 일정 속에서 치러진 첫 번째 합동연설회였습니다. 지난 두 번의 TV 토론 다음에 본격적으로 열린 민주통합당 당원을 대상으로 한 합동연설회인 탓에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에게는 높은 관심이 있었던 연설회였습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합동연설회를 인터넷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와중에 이상한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기호 6번 김두관 후보의 유인물로 보이는 전단인데, 그 문구가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문재인으로 질 것인가. 김두관으로 이길 것인가'라는 문구였는데, 이 문구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두관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타겟으로 네거티브에 맞먹는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아무리 김두관 후보가 대선 본선도 아닌 예비경선부터 저런 문구를 썼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홍보물의 출처가 일반 당원이 아니었습니다.

▲ 천정배 전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김두관 후보 홍보물


천정배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식적으로 김두관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던 인물입니다. 그러기에 천정배 전 의원이 올린 사진이라면 실제로 어제 광주,전남 합동연셜회장에 뿌려진 홍보물이 맞습니다. 저 문구를 보고 난 뒤의 심정은 설마 하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것은 저 홍보문구가 단순히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지난 두 번의 TV 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링한 저로서는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MBN TV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명하여 질문을 하고 있는 김두관 후보 출처:MBN


김두관 후보는 지난 7월 23일 MBN으로 생중계된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예비경선 TV 토론에서 전혀 상식 밖의 질문을 문재인 후보에게 던졌습니다.

"청와대에서 5년 동안 대통령을 모신 분으로 대통령의 비극을 책임져야 한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저는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사건이자,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후보에게 묻는 김두관 후보의 전략은 친노 프레임 속에 문재인 후보를 압박하여, 지금 민주당 내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물론 대선 경선은 그저 좋은 말만 하면서 웃다가 내려오는 링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최소한의 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는 암묵적인 목표를 함께 이룩하자는 것입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뛰어들자고 링 위에 올라간 선수가 갑자기 '너는 가족의 자살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으니 링 밖으로 나가라'고 살아남은 가족에게 면박을 줍니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식적으로 지금 링 위에 올라간 선수가 상대방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닙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와 사진을 늘 지갑에 넣고 다닌다고 밝힌 문재인 의원 출처:SBS 힐링캠프


이것은 마치 상대방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이야기를 꺼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말과 행동입니다. 누구나 지켜보는 링 위에서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쳐야 하는 선수가 해야 할 모습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재인 후보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던 문재인 후보의 입장은 노무현 대통령 생전의 말처럼 정치에 아예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대한민국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다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꺼낸 김두관 후보의 모습은 상처가 겨우 아물어가는 가슴에 비수를 꽂은 행동이었습니다.

▲ 민주당 대선 예비 경선 후보들이 문재인 후보를 일제히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한 세계일보 기사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대권 주자로 선두그룹에 있기에 다른 후보들이 문재인 후보를 일제히 공격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가진 정책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대선 경선 후보가 단순히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공격이 정책이 아닌 네거티브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안됩니다. 그것은 민주당 대선 경선은 본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네거티브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자꾸 나오면 나중에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결정돼도 그 후보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전 포스팅을 놓고 김두관 후보 지지자들과 약간은 과격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것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김두관 후보를 디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습니다.

[정치] - 김두관 지사 사퇴는 '감동'이 아닌 '폭투'
[정치] - '결선투표' 도입은 문재인이 아닌 야권 죽이기

김두관 후보의 지사직 사퇴는 아직도 그렇게 잘한 결정은 아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김두관 지사의 사퇴로 지금 경남 지역에서 야권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두관지사, 대선 후보 되어 행복하신가요? (마산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이윤기님의 블로그)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는 김두관 후보의 주장에 대해 저는 결선투표 불가론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생각을 문재인 후보는 무참히 짓밟고(?) 결선투표를 전격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정치] - 결선투표 수용을 보여준 진짜 '대인' 문재인

제가 김두관 후보를 디스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두관 후보의 자질이나 그가 가진 정책, 비전은 충분히 저도 공감하고 수긍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사직 사퇴와 결선투표 모두, 과연 그 길이 정권교체를 위한 방법으로 최선의 길이냐는 물음에 대한 제 생각을 말했을 뿐입니다.

길은 여러 갈래입니다. 그 길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그것이 틀리거나 잘못된 생각은 아닙니다. 이렇게 함께 어떤 길이 옳은 길인가를 고민하고 모색해볼 수는 있습니다.

▲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원장에게 제안한 일에 대한 평가절하를 보도한 7월26일자 시민일보 기사


저는 문재인 후보가 무조건 야권 단일화 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펼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문재인 후보가 결정되고 난 뒤에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 과정이 있을 것이고, 만약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거부하고 독자적인 출마를 한다면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저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정권교체'입니다. 정권교체를 통해 지금 낭떠러지에 서 있는 대한민국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우리의 아이들이 자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벽에서 떨어지는 무서운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화요일, 새누리당 대선 경선 TV 토론과 민주통합당 TV 토론이 같은 시간에 열렸습니다. 듀얼모니터를 통해 동시에 양 정당의 TV 토론 모습을 보는 저는, 진짜 적은 다른 곳에 있는데 왜 우리끼리 상처를 입히고 총구를 같은 아군에게 겨눌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두관 후보의 문재인 필패론이 두려운 이유는 김두관, 문재인 누가 더 잘나고 못남이 아닙니다. 같은 아군끼리 서로 싸우고 상처를 입는다면 진짜 적을 만났을 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전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모습을 누가 좋아라 하고 박수를 칠 것인가 생각한다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렵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런 글을 쓰는 것은 김두관 후보를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겨우 두 번의 TV 토론과 한 번의 합동연설회가 열렸을 뿐이기에 앞으로 우리 아군끼리 상처를 주는 일보다, 내가 왜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지를 당당히 말하는 전략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심정으로 쓴 것입니다.

그것은 김두관,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원장이나 '정권교체'를 위해 다 함께 힘을 합칠 우리 식구들이고 정권이 바뀌면 함께 힘을 모아 낭떠러지에 있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 인재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