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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육수당,보육료'보다 진짜 절실한 것은?



2013년도부터는 만 0~5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소득계층과 상관없이 보육료를 지원받거나 양육수당을 받게 됐습니다. 보육료의 경우, 만0세는 39.4만원, 만1세는 34.7만원, 만2세는 28.6만원을 지원받습니다. 또한, 누리과정 대상인 만3~5세의 경우 22만원을 지원받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도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가정이 양육수당을 지원받으실 수 있는데, 12개월 미만은 20만원, 12개월~24개월 미만은 15만원, 24~36개월은 10만원, 36개월 이상부터 만5세까지는 10만원을 지원받습니다.

이렇게 2013년도부터 양육수당과 보육료가 소득에 상관없이 무상보육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좋은 면도 있지만, 이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앞으로 개선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고 절실히 느끼는 만 두 살 딸아이를 둔 아빠가 본 2013년 양육수당,보육료 지원의 문제점을 생각해봤습니다.

' 양육수당 VS 보육료의 불평등이 빚어낸 어린이집대란'

현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가는 아이에게 지원되는 보육료는 39만원에서 22만 원까지입니다. 그런데 집에서 아이를 키울 경우 24개월 미만은 15~20만 원이지만 36개월이후는 모두 10만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처럼 양육수당이 너무 적다 보니 부모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 대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몰려들었습니다.

갑자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들이 많이 몰리니 가뜩이나 부족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대기표를 받고도 몇 개월씩 입학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옳은지,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은 가정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집은 워낙 산골이라 사회성이 떨어지고 엄마,아빠에 대한 응석만 늘어서 일부러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규제할 수 있다면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낫겠지만, 저처럼 딸바보라 매번 아이 양육의 방해꾼이 있다면 어린이집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집에서는 오빠하고 매번 아이패드만 가지고 싸우던 에스더가 어린이집에 가서는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논다.


우리처럼 아이의 교육적인 차원에서 어린이집을 보내는 경우는 괜찮지만, 맞벌이 부부로 꼭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가정은 이렇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자리가 나지 않으면 직장과 육아 모두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과 집을 옮긴 후배는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해 아이를 돌봐줄 아줌마를 매달 팔십만 원씩 주고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 심해 이럴 바에는 그냥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만 키울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자리가 없어 영어학원이나 미술학원,놀이방 등에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경우는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영유아보육법,유아교육법에 따라 정부가 인허가한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육수당을 한 달에 10만 원 주는 것만으로 무상보육이 실현된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따릅니다. 실제로 에스더는 아직 배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와 물티슈 값으로 최소 한 달에 8만 원 이상은 지출되기 때문에, 양육수당을 받아도 그것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보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부모들은 대거 어린이집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계속 어린이집 부족 사태와 재가 양육 사이의 불평등을 초래하게 됩니다.

' 어린이집 부족은 정부의 원초적인 잘못 때문'

어린이집이 부족한 사태가 나오자 신문과 방송에서는 일부 부모들이 무료로 혜택을 주기 때문에 몰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그 점도 맞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부모가 아닌 정부에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보육시설 정원과 보육수요로 나눈 어린이집 수급률이 100%이하인 곳은 강남,서초,송파구뿐입니다. 대부분은 수급률 100%을 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번 어린이집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실제 영등포구의 경우 어린이집 수급률은 115%나 되지만 실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만 5세 미만의 영유아는 2만 1,245명으로 시설 정원의 2.63배나 많습니다.

정부의 보육수요 계산법에 따르면 0~2세의 41%, 3~5세 유아 수의 40.3%만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으로 산정해서 보육수요를 계산하는데, 이런 계산법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어린이집이 충분하고, 실제로는 어린이집이 부족한 상황이 자꾸 나오는 것입니다.

▲에스더가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서는 왕복20킬로, 총 40킬로를 가야 된다.


'아이엠피터'가 사는 제주시 구좌읍은 인구가 1만5천명이 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국공립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 민간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서는 왕복 20킬로, 등하교를 위해서는 총 40킬로를 운전하고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집까지는 어린이집 차량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1명이라도 차량을 운행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힘듭니다. 아이 한 명 때문에 왕복 40킬로를 매일 운행한다면 그 기름값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시설면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국공립 어린이집에 가려고 하지만 우리 동네처럼 읍면동에 어린이집이 없는 곳은 전남 235개, 경북 221개, 경기 208개, 서울 34개 동으로 전국적으로 1천960곳이나 되니 늘 어린이집은 대학교 가기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앞으로 2020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의 분담률을 30% 수준까지 높이려면 최소 3천600개의 어린이집을 더 지어야 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어린이집 관련 공약.


박근혜 당선인은 자신의 공약집에서 국공립 보육시설을 50개씩 신축하고, 매년 100개씩 기준 운영시설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150개 정도 가지고는 우리가 셋째를 낳아도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지도 못하고 그냥 초등학교에 들어갈 숫자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무상보육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인 무상보육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은 주먹구구식에 불과합니다. 예산 또한 지금은 확충됐지만,  실제 정부의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예산이 2008년 155억원에서 2010년 33억원으로 급감했듯이 언제 예산을 줄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정부의 정책이 주는 의미는 효율적이면서 계획적이고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시작되는 무상보육은 걸림돌과 준비 부족이 너무 눈에 띄게 보여, 걱정이 앞설 뿐입니다. 

' 양육수당,보육료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홍보와 공공인프라'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는 2013년도부터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일부 맘카페 등이나 게시판을 통해 퍼진 이런 루머는 사실과는 다릅니다. 보육료와 양육수당 둘 중의 하나만 받을 수 있고, 이를 받기 위해서는 보육료 지원이나 양육수당 신청을 별도로 해야 합니다.


보육료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아이사랑카드'를 신청해서 받고, 이 카드를 가지고 어린이집에서 결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양육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읍면동사무소에 별도의 신청을 해야 합니다. 3월 전에 '아이사랑카드'나 양육수당 신청을 모두 끝내야 3월분부터 지원을 받는데, 지금 많이 몰리고 있어서 미리 신청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에서도 이런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렇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양육수당이나 보육료 지원 모두를 받지 못하게 되는데,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짐없이 모두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보육료 지원이나 양육수당도 필요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공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0~5세 영유아수 통계와 비교하면 10.5%에 불과합니다. 최소 30%는 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필요한 재원이나 장기적인 계획은 부실투성입니다.

여기에 기존의 민간어린이집을 확충해서 어린이집 수요를 늘리려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어린이집 인가 제한 비율을 높이려고 하면 기존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가방을 매고 아빠를 기다리는 에스더.


에스더는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 무려 6개월 이상을 대기자 명단에 올렸다가 겨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어린이집은 늘 대기자로 넘칩니다.

부족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함께 민간어린이집의 횡포와 부실 운영을 규제하거나 보완해주는 제도적인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장기적이거나 확실한 정책이 눈에 띄지 않아 걱정입니다.

양육수당을 늘려주면 아이를 더 낳거나,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를 집에서 양육하겠다는 대답한 엄마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양육과 취업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몫이 있고, 부모가 노력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정부는 최소한의 공공인프라를 통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부모는 그 시설이나 정책을 움직이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언제쯤이면 우리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발 우리 아이들이 결혼해서 아기를 낳을 때에는 어린이집,양육수당,보육료 때문에 고민하면서 직장이나 아이 낳기를 포기하지 않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