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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수위 문제로 본 박근혜식 '독재스타일'



27일 오후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기자들 앞에서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을 발표합니다. 윤 대변인은 테이프로 봉해진 서류를 기자들 앞에서 직접 뜯은 후 인수위 명단을 발표했는데, 발표 후 기자들의 물음에는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윤 대변인은 '명단을 받고 바로 밀봉했으며, 지금 이 자리에서 발표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강조했는데, 결국 이 말은 수석대변인조차 도대체 인수위가 무슨 이유로 어떤 인사가 임명됐는지조차 모르고 '밀봉 인사'가 됐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해서 임명했는데, 일부 인수위 위원 중에는 언론 보도를 보고 안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박 당선인은 후보 리스트를 전달받고 후보자들의 전력과 이력서 등을 혼자 살피면서 인선을 결정하는 스타일인데, 이런 방식은 상의가 아닌 혼자만의 독단적인 결정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혼자 독단으로 인수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는 극단적으로 단정 짓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이런 '밀봉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검증에 대한 문제, 비리 의혹을 명확히 걸러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 밀봉인사로 임명된 사람들 , 막말, 돈 봉투,거짓말을 밥 먹듯'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이 끝난 바로 다음날부터 인수위 위원들에 대한 각종 의혹과 과거 비리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선 인수위 위원 중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들의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은 10년간 야권을 향해 적대적인 칼럼을 쓰고, 이번 대선에서 종편에 출연해 박근혜 후보는 적극 찬양하고, 야권 후보들에게는 비난과 '종북타령'을 늘어놓았던 인물입니다. 여기에 윤봉길 의사가 자신의 문중 할아버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대략 36촌 정도 되는 것으로 8촌 이내 친족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직접 문중 할아버지라고 주장하면서도 윤봉길 의사 추도식이나 의거 기념식에는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제사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그냥 필요하면 할아버지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후손으로 취해야 할 모습인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블로그에는 원고료와 방송 출연 이외는 수입이 없다고 밝혔지만,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돼 사임하기까지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이 수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재직하기도 했습니다.

인요한 인수위 산하 대통합국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국민건강보험은 사회주의적 경향이 강하다'고 주장하면서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안 부위원장은 2009년 박정희 기념사업회 조찬강연회에서 "뭐 인권문제 가지고 따지는 사람이 있는데 기본 생계가 보장되어야 인권도 논할 수 있는 거다. 남조선에서 보릿고개를 없애 준 사람, 그게 박정희다" 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윤상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으로 임명된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는 부적절한 내부거래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지주회사에 안겨주기도 했으며,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2008년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돈봉투를 받은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인수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인사는 김경재 인수위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입니다. 국민대통합은 말 그대로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대선 전부터 그는 '문재인 뽑는 건 역적'이며 '민주당 지도부에는 종북노선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발언을 했던 인물입니다.

자신이 그런 말을 해놓고 진보언론이 잘못된 보도로 자신을 음해한다고 하는데, 동영상을 보면 분명 김 부위원장은 광주에 가서 '문재인 뽑는 건 역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김부위원장 본인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48%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51%를 대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통해 국민대통합보다 자신의 지지자만 챙기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시행령에는 대변인은 당선인이 아닌 위줭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박근혜 당선인은 국가법률로 규정된 인수위의 규정을 무시하고 독단으로 임명하면서 '밀봉인사','철통보안','전문성'을 운운했지만, 결국 국민이 보기에는 비리와 의혹, 돈 봉투 연루자,거짓말에 국민분열을 일으키는 문제 있는 사람들로 인수위원회를 구성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 40분 회담에 달랑 1분 브리핑, 이제 대화도 밀봉?'

박근혜 당선인은 28일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청와대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40분 회동을 하는 동안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 백악실에서 배석자 없이 회동을 하고 있는 장면. 출처:청와대사진기자단


배석자없이 두 사람의 단독회동이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지난 2002년 노무현-김대중 회동 때도 단독회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는 구체적으로 비공개 대화 내용을 자세히 브리핑했지만, 이번에는 그저 '민생예산을 강조했다'는 내용의 여섯 문장이 전부였습니다.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도 조윤선 대변인은 '당선인의 스타일을 알지 않느냐'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했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단독회동 비공개는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9월에도 두 사람은 대선을 10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청와대에서 회동했고,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정치] - 박근혜,이명박 회동 '정권 재창출 위한 밀약?'

두 사람 간의 무슨 얘기가 그리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아니 문제조차 되지 않는데 말하지 않는 것도 더 이상합니다. 국민은 그저 대변인이 브리핑으로 몇 마디 해주는 말보다 두 사람이 어떤 얘기를 구체적으로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공개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고, 그런 국민의 우려보다는 자신들의 입장과 처지만 고수하는 모습은 국민보다는 자기 위주의 정치행태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후계자'는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강조하는 말이 '신의와 신뢰'입니다. 언뜻 들으면 좋은 말이겠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청와대를 나오면서 권력 중심부에서 떨어져 나간 박근혜가 가장 상처 받았던 일이 '배신'이었기 때문입니다. 

배신은 '신의를 저버린다'라는 말과 동일하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비서실장 출신 이성현 의원 발언 중에서)


이렇듯 배신을 가장 싫어하는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무수히 많은 실세, 속칭 2인자들을 갈아치웠습니다.

▲ 박근혜 당선인의 시기별 핵심 실세. 출처:조선일보


박근혜 당선인은 당 대표를 맡은 후부터 실세라는 측근들을 계속 바꿨는데, 이렇게 그녀가 실세들을 바꾼 이유는 주변인사들의 비리를 막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2인자','실세'들의 힘을 빼버리면서 계속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렇게 박근혜 당선인의 2인자 갈아치우기는 아버지 박정희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횡령혐의로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던 수도경비사령관 윤필용.출처,자료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1973년 박정희 정권에서 당대의 세도가로 위세를 떨치던 수도경비사령관 윤필용 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습니다. 윤필용은 박정희 곁에서 20년을 보좌하면서 승승장구했던 인물인데, 중정부장 이후락과 손잡고 '다음은 형님'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권력에서 숙청당했습니다.


박정희는 김종필,이후락, 김형욱,박종규,윤필용,김재규 등 자신의 2인자들이 자신보다 더 유명세를 타거나 권력을 넘볼 경우는 가차 없이 숙청했고, 이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후계자'는 없다'라는 말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2인자를 숙청하고 그들을 견제했지만, 최측근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토록 아버지를 따랐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던 박근혜에게 '신의=배신'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아버지의 통치 스타일에 덧붙여 박근혜는 아예 주기별로 실세들을 갈아치우거나 변방에 놓았다가 다시 불러들이는 식으로 철저히 자신의 권력을 지켜나갔습니다.

▲ 지방순시 다니던 김일성을 따라다녔던 김정일과 박정희와 함께 다녔던 박근혜.


박근혜 당선인이 2인자를 두지 않는 이유를 권력의 부패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했는데도 자꾸 문제 있는 인사가 튀어나오고 있다면 분명 그런 방식이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2012년이라는 시대를 마감하고 2013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어떤 한 사람의 독단적인 운영보다 진짜 전문성 있는 인사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합쳐 국가를 운영하는 협력과 소통의 시기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은 과거의 정치 운영 방식에서 한걸음도 나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이 좋다면 비판할 필요도 없겠지만, 자꾸 문제가 발생한다면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예상했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화는 단 한 번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숱한 장벽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됐다면 지적하고 비판하고, 넘어서야 합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성공 공식을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는 성공하지 못함을 박근혜 당선인은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