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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식 '방콕정치' 인수위 회의 참석 달랑 1번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박근혜 당선인은 어떤 모습으로 차기 정권을 준비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인수위가 계속 일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박근혜 당선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최소한의 외부 행사를 제외하고는 박근혜 당선인은 삼성동 자택에만 거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부터 활발한 외부 활동과 인수위 회의 참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 회의조차 참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 회의 참석 달랑 1번'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월 6일 인수위원회 현판식 행사를 하고 난 뒤 1월 7일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보름 가까이 인수위 회의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대통령 당선인들의 인수위 회의 참석 과정과 비교하면 얼마나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 역대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 활동 비교. 출처:한겨레


2002년~2003년 노무현 당선인은 인수위 회의를 직접 주재했습니다. 인수위 기간 열린 회의에는 거의 참석했고,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합동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들었습니다. 2007년~2008년 이명박 당선인도 인수위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으며, 기자회견이나 현장 방문도 끊임없이 진행했습니다.

2013년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 회의에 단 한 번만 참석했는데, 이 회의 참석이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인수위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정부부처 업무보고 때문입니다.

▲인수위에서 열리고 있는 정부부처 업무보고 출처:인수위 홈페이지


국토해양부,외교통상부,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감사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수십 개의 정부 부처는 인수위에 자신들의 업무를 보고 합니다. 이 업무보고를 통해 지난 정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차기 정권에서 어떻게 정부 부처를 개편하고 개선할지를 인수위는 설계하고 정책 구상까지도 합니다.

이런 중대한 업무보고 자리에 박근혜 당선인은 참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인수위원에게 "각 분야의 문제 핵심이 무엇인지 그 진단과 해법을 찾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진단과 해법을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눈으로 보느냐와 아니면 단순히 보고를 받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박근혜 당선인이 모든 회의에 참석하거나 업무보고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중요한 업무보고에 참석해 그 자리에서 오가는 중요한 문제들은 직접 챙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회의에 몇 번 참석하는 것과 아예 참석하지 않는 차이는 오너가 식당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처럼 현실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입니다.


달랑 인수위 회의에 한 번 참석한 모습을 보면 과연 그 수많은 지난 정권의 문제점을 박근혜 당선인이 천재처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이었는가에 대한 궁금증까지 유발하고 있습니다.

' 소통이 사라진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은 당선인이 차기 정권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입니다. 국민은 그 정책이 궁금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당선인에게 알려주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과 국민이 만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외부활동을 보면 주한 미국 대사를 비롯한 외국 대사,특사는 자주 만났습니다. 여기에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고인단체 연합회,전경련,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도 만났습니다. 대한노인회나 '글로벌취업창업대전','뽀로로 슈퍼썰매대모험' 시사회 등 행사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민생 행보는 지난 성탄절 이후 사회봉사 시설을 방문한 뒤로는 전혀 없습니다. 

특정 계층이나 행사 이외에 진솔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장소도 전혀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소통이 아닌 '불통'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2003년 1월6일 열렸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주제 토론회, 출처:오마이뉴스.

지난 2003년 노무현 당선인은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건설-수도권의 비젼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정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안상수 인천시장,손학규 경기도지사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각자 자신들의 지역에 관한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처럼 토론회는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 현실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이런 토론회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기자회견도 단순히 담화 발표로 끝냈고, 여태까지 TV 토론 등으로 자기 생각과 앞으로의 차기 정권 구상을 본인의 입으로 말한 적도 없습니다.

' 방콕 정치와 박근혜 당선인의 인생'

사라진 박근혜 당선인의 소통이 앞으로는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것은 예전부터 박근혜 당선인은 정치를 외부보다는 삼성동 자신의 집에서 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부터 박근혜 당선인은 주로 모든 업무를 당사보다는 집에서 처리했습니다. 집에서 보고서를 읽거나 자료를 검토하다가 필요하면 전화를 해서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이런 업무 방식은 어떤 사안이 나왔을 때 그것을 처리할 체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윤창중 대변인이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말해 줄 사람도 없거니와, 그런 사안을 직접 박근혜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문제점을 지적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은 최측근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삼성동 자택, 당선이후 경비가 한층 강화됐다. 출처:연합뉴스.

사람 없이 혼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박근혜 당선인의 스타일은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자신의 집에서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하다 최측근 몇 명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내온 자료를 가지고 자신이 최후의 결정을 합니다. 이런 '방콕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검증 부족과 문제점이 발생할 때 대안 부족을 유발합니다.

이번 박근혜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든 사람은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와 옥동석,강석훈 위원 세 명이었습니다. 이 세 명이 차기 정부조직의 개편안을 총괄했는데, 이 세 사람 이외에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때에 어떻게 정부조직을 운영할지에 대한 로드맵도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진을 임명해야 하는데, 그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소수 사람이 한다면 분명 각종 의혹이나 범죄 혐의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고 그것은 계속해서 잘못된 인사정책으로 실패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박정희 정권 실세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한 박근혜


박근혜 당선인의 이런 '방콕정치'는 아버지 박정희를 많이 닮았습니다. 박정희는 측근들끼리 상호 견제토록 하는 용인술을 철저히 구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측근을 임명할 때도 자신만이 알고 있었으며 주위 사람은 그런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자신의 수필집에서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음으로 잃고 충성을 맹세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는 무상한 인심에 대한 분노하고 절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습니다. 사람을 믿지 않는 일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이 선택한 사람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끝까지 밀고 나가거나, 절차보다는 자기 생각만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의 박근혜

'아이엠피터'는 제주에 살면서 글을 쓰지만, 용돈을 아껴서라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서울에 갑니다. 그것은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적인 현장의 목소리와 분위기를 보고 듣지 않으면 글이 자신만의 생각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습니다. 분업과 전문가,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 필요한 이유는 혼자서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들 수 있고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노래가 박정희 정권 시절에서는 금지곡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옛날에는 그저 무조건 앉아서 일만 하면 되는 세상이지만, 현대에서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일의 능률도 높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정책 구상이나 앞으로의 행보를 위해 박근혜 당선인이 며칠 동안 삼성동 자택에만 있는 것은 괜찮지만, 오로지 필요할 경우만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방콕정치'를 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제 철권을 흔들며 숨어서 국민을 조종하는 대통령이 존재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국민과 소통하고 만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며 나아가는 대통령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