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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4대강 사업' 찬성했던 사람, 다 어디 갔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17일 발표됐습니다. 발표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총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했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이 나빠졌습니다.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앞으로도 엄청난 비용의 유지관리비용이 소요될 예상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설계 미비, 입찰 비리, 준공검사 부적정 등 각종 비리와 불법이 난무했다고 감사원은 발표했습니다. 사실 감사원의 이런 발표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환경단체와 시민,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무려 22조 원이나 드는 국책사업을 단기간에 강행하는 자체가 부실 공사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그토록 이명박 정권 내내 시민과 환경단체,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 반대와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가만히 있거나 부실 감사를 발표했던 감사원이 왜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한 달여 남자, 조금은 제대로 된 감사결과를 발표했을까요? (아래 파일은 감사원의 4대강사업 감사결과 발표 자료)



' 감사원의 부실감사,늑장 꼼수 발표'

이번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감사결과는 다 나와 있었지만, 인수인원회 보고를 먼저 하고, 버티다가 언론에 관련 기사가 나오자 부랴부랴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1월9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결과 수질이 정부 목표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자, 감사원은 바로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해 9월까지 '4대강 살리기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관리실태 감사 현장확인을 하고 현재 감사결과를 처리중"이라며 "4대강 공사 구간 수질이 공업용수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감사 결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해 감사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보도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청와대는 감사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4대강사업 감사원 결과를 보도한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청와대와 감사원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한국일보는 14일 감사원이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했다고 보도했으며, 인수위 업무보고가 끝나자 감사원은 17일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감사원의 발표시간을 보면 저녁 6시 30분입니다. 공무원이 다 퇴근한 시간입니다. 이런 발표 시간을 보면 마치 지난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서 경찰이 밤 11시에 심야 기자회견을 한 것과 비슷합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손에 쥐고 이쪽저쪽을 뛰어다니면서 과연 누구의 편에 줄을 설지 고민하다가 결국 새로운 정권에 협력(?)하기로 하고 발표하지만, 구정권에 대한 약간의 배려(?)도 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 4대강사업 찬성했던 조선일보, 왜 갑자기?'

조선일보는 9일,14일자 보도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마치 조선일보가 MB정권을 중립적인 시각에서 비판했던 언론사로 착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브라질 리우 정상회의에서 4대강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를 막았다고 연설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날 조선일보 기사. 출처:오마이뉴스


2012년 6월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브라질 리우 정상회에서 4대강사업으로 가뭄과 홍수를 극복했으며 이는 4대강사업이 성과라는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이날 조선일보는 '4대강 보 물 4억톤, 여의도 13배 가뭄 농지에 공급 시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합니다.

이 기사를 보면 마치 여의도 13배의 광활한 가뭄 농지에 4대강사업으로 물이 공급돼 4대강사업이 성공적이라는 느낌을 독자에게 주기 충분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브라질 리우 정상회의 연설과 별 차이가 없는 4대강사업 찬양 기사였습니다.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4대강관련 기사.출처:인터넷조선일보 캡쳐 화면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기사는 물론이고, 정부 홍보성 여론조사 기사를 그대로 진실인양 올렸던 조선일보가 왜 이제야 4대강사업을 반대하고 비난하고 나설까요? 맞습니다. 이제 정권이 바뀝니다. 아니 정권이 아니라 대통령이 바뀌기 때문에 말을 갈아타야 합니다.

조선일보에 언론의 정도는 필요 없습니다. 그저 누가 자신들의 이권과 부를 지켜줄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고, 그 대상이 이명박 대통령에서 박근혜 당선인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그토록 찬양했던 4대강사업을 비난하고 나서는 것입니다.

' 4대강 찬성했던 사람들 다 어디 갔지?'

우리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될 시기에 방송과 언론에 나와 4대강 사업을 극찬했던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반대자들을 향해 맹목적인 무지한 반대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00분 토론 '4대강 살리기 왜 논란인가'등 각종 4대강 토론회에 참석했던 박재광 교수


전문가라고 토론회에 나왔던 사람 중에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가 있습니다. 환경공학 전문가라는 그는 각종 토론회에 4대강사업 찬성 측 패널로 등장해 4대강 사업을 찬양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보를 세운다고 수질 나빠지지 않아요. 반대하는 교수님과 목숨 걸고 내기해도 좋습니다"라는 발언까지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가 목숨 걸고 내기까지 주장했던 4대강 수질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수질관리기준 미흡) 4대강 보 안의 수질이 체류시간 증가 등으로 물환경이 변화되어 조류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부영양화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COD,조류농도 등 적절한 수질관리지표로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일반 하천의 BOD를 기준으로 관리, 조류 농도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수질상태가 왜곡 평가,관리됨에 따라 수질악화 우려』

▲감사원 4대강사업 수질분야 감사 결과 보고서,

보를 세운다고 수질이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4대강 보 안의 수질이 체류시간 증가 등으로 나빠졌다는 결과를 놓고 보면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입니다.

4대강사업에 찬성하며 거짓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들이 갑자기 변하고 있습니다.

▲ 조원철 연세대 교수의 인터뷰 모음 사진.


조원철 연세대 방재공학과 교수는 2007년 대선 당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이명박 후보의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에 포함됐던 인물입니다. 조 교수는 4대강 사업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구상한 일이라며 “DJ가 하면 로맨스고 MB가 하면 스캔들이냐”라고 반문하기도 했으며, 각종 방송에 출연하여 4대강 사업이 수해에 대비하는 방재시스템이며, 물이 보 속에 갇혀 썩는 일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그가 지난 14일 연합뉴스 TV '뉴스 Y'의 '신율의 정정당당'에 출연해서는 보 건설하고 준설시 수질악화가 된다는 연구 결과을 정부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고 묻자 "사업 시작 주체죠"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아니고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전문성이 없는데 척을 하신 거라는 발언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힐난했습니다.


▲공감코리아에 기재됐던 4대강사업 관련 기사.

정부와 방송은 환경단체와 시민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자 늘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하며,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홍보해왔습니다. 박재광 교수는 TV 토론 중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과 토론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전문가랍시고 나와서 4대강사업을 찬양하고, 엄청난 성과를 가져오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라고 주장했던 이들이, 이제는 하나 둘 그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사람들을. 그들은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에 언제 자신이 그랬듯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나설지 모릅니다. 이들은 전문가랍시고 시민을 무시하고, 정치인으로 시민을 정치적 선동에 휘말린 무지한 사람들로 치부했었습니다. 

"4대강 살리기의 실체에 대해 과학성, 합리성이 배제되고, 전문성, 객관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오해와 편견, 정치적 선동이 난무하고 있다.광우병처럼 비과학적, 비전문적 괴담 차원으로 흐르면 안된다" (2010년 한나라당 대변인 성명)


이명박 정권이 끝나면서 4대강사업을 찬양했던 사람들이 그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제일 큽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요?

▲4대강사업을 홍보하고 찬양했던 정부와 연예인,전문가 교수들.

정부는 4대강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환경부와 감사원의 결과를 조작하기도 늑장 발표하는 등의 다양한 꼼수를 부렸습니다. 전문가는 정부로부터 용역과 연구비를 받으며 학자의 양심을 팔고 국민을 속였습니다. 연예인들은 앞다퉈 '4대강사업' 찬양 방송에 나와 4대강사업을 홍보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일제강점기 '학병과 징용,정신대는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해놓고서는 이제 모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떠넘기는 친일파와 같은 모습과 같습니다.

지식인과 사회 유명인사의 발언과 언론은 신뢰성과 공공성이 다분히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일반 시민과 다르게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심판도 받아야 합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하면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반문하고 싶습니다. 먼저 양심고백과 반성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참회하는 자는 용서할 수 있어도, 거짓을 숨기고 살아남는 박쥐와 같은 사람들은 언젠가는 그 죄의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