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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표' 정부조직 개편, 무엇이 문제일까?



박근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됐습니다. 박근혜 인수위의 가장 큰 특징은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모두 갈아치웠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됐던 경제부총리와 관련 부처들이 다시 살아났고, 특임장관은 폐지됐습니다. 

특히 이번 인수위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주장하던 정보통신 기술을 총괄하는 부서로, 전임차관제도까지 도입될 전망입니다.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정보통신기술(ICT)까지 포괄하는 '공룡부처'로 탄생할 '미래창조과학부'는 박 당선인의 '창조경제론'을 이끌 핵심부서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부총리를 통해 2008년 폐지됐던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오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일어날 경제위기를 위한 콘트롤 타워를 가동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역대 정부조직개편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명박 정부의 15부 2처 18청에서 17부 3처 17청으로 늘어난 박근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역대 정부에서 어떻게 정부 조직을 운영해왔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할 듯싶습니다.


'문민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화부,체육청,소년부를 통합하여 '문화체육부'로 상공부,동력자원부를 통합하여 '상공자원부'로 경제기획원,재무부를 통합하여 '재정경제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환경처를 환경부로 격상했으며, 수산업무는 해양수산부로 이관하는 식으로 정부 조직을 줄인 정부였습니다.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 과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으로 정부조직도 이런 경제위기 극복에 맞추어 개편됐습니다. 기획예산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했다가 나중에 기획예산처로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로 개편하고 경제부서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킨 이유가 그때문이었습니다.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은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은 최소화하고 주로 기능조정을 통해 정부조직 개편을 시행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보육서비스를 여성가족부로 기획예산처의 행정개혁기능을 행정자치부로 이양했으며, 소방방재청과 방위사업청만 신설했습니다. 세종시를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신설했지만 이는 한시적 조직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작고 유능한 실용정부'라는 목표로 정부조직을 15부 2처 18청으로 줄였습니다. 부총리제를 폐지하고 법제처장 및 국가보훈처장 직급을 차관급으로 조정하고,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기획재정부'로 통합했습니다. 여기에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 역대정부 조직개편의 문제점'[각주:1]

역대정부 조직개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다는 점입니다.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실천려는 의도는 좋지만, 문제는 정부조직을 함부로 개편하거나 축소할 경우 그에 따른 인력의 낭비와 이동, 신설 등으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장기적인 조직개편의 필요성이나 시급성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당선인의 생각만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도 대규모로 개편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출처:연합뉴스


정부조직이 물 흐르듯이 기존 업무를 잘 진행하면서 개편되면 좋겠지만, 정권말기만 되면 정부 부처들은 조직 개편에 대응하기 위한 자료 준비에만 열을 올리기 바쁩니다. 여기에 부처별로 희비가 엇갈리면서 개점휴업처럼 본인들의 업무보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신경 쓰고 어떻게 하든 살아남거나 자리 이동을 위한 줄서기에 관심만 갖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되면 각 정부 부처는 자신들이 원하는 업무를 차지하기 위해 애를 쓰는데, 예를 들어 신설되는 해양수산부는 해양광물 개발,조선,플랜트 정책 등의 지경부 업무를 노리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정부조직이 마치 자신들의 이권과 자리다툼의 혈투장으로 변모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국민을 위한 정부부처 개편안이 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박근혜 정부조직안이 가진 문제점과 대안'

박근혜 당선인의 정부조직안이 그녀만의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역대 정권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부조직안을 제대로 만들면 됩니다. 이를 위해 박근혜 당선인이 해야 할 가장 첫 번째는 정부 부처의 문제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정부 조직 개편안,이미지 출처:중앙일보


이명박 정부는 기획예산처,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을 폐지했었는데 이들 조직이 폐지되면서 발생한 문제점과 현행 통합된 정부 조직이 과연 어떻게 일을 했느냐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분석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대통령이 바뀐다고 모든 것이 바뀔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조직은 조직이라는 생물이기에 조직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통해 조직의 상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부조직을 점검하면서 조직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 실제적이고 장기적인 정부부처 로드맵을 완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매번 일어나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른 출혈과 문제점을 장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미국국토안보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왜이렇게 대한민국은 정부조직이 매번 바뀌어야 하는가입니다. 미국은 정부조직이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근래에 있었던 정부조직은 9.11테러 이후 대테러기능과 조직을 통합한 '국토안보부'의 신설 정도입니다.

대통령은 5년에 한 번씩 바뀝니다. 그러나 정부조직은 계속 존재해야 하는데, 필요 때문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 따라 바뀐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조직이 자꾸 개편된다면 그에 따른 비용 지출은 물론이고, 정책 또한 자꾸 바뀔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도 장기적인 정책 마련보다 단기 정책에만 의존하는 현상을 발생하게 합니다.

▲이명박 정부 인사청문회 낙마자, 출처:민중의소리


사실 정부조직 개편안보다 우리가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누가 그 자리에 임명되느냐입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아무리 잘해도 결국 사람이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의 수장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이명박 정부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모두 범죄자처럼 각종 불법과 의혹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신설했지만, 그 책임자가 이명박의 최측근 최시중이었고,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순기능보다는 규제와 특혜, 검열의 기능만을 남발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조직을 개편한다고 해도 어떤 인물이 그 정부조직을 이끄냐에 따라 정부조직이 국민의 편에서 일하기도 권력자의 편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계급제도와 정무직 공무원 연봉


박근혜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갑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조직의 문제점은 변하지 않는 공무원 계급제도와 승진만을 바라는 공무원들의 권력,출세,성공 지상주의가 밑바탕에 있다고 봅니다.

조직몰입 (organizational commitment)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개인이 특정조직에 대하여 애착을 둠으로써 그 조직에 남아있고 싶어하고 조직을 위해서 더 노력하며 조직의 가치와 목표를 기꺼이 수용하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과연 대한민국 공무원의 정부조직은 누구를 위해 존재할까요? 대통령과 그 사람에 의해 임명되는 장관들에 따라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국민은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조직은 대통령 당선인의 명령에 따라야 하지만 그 본질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부처가 개편된다고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시작일뿐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새로움으로 생각하지만, 그 과정을 눈여겨봐야 하고, 도대체 조직 설계가 문제인지 운영이 문제인지 늘 점검해야 합니다.

  1. 참고 원문:국회입법조사처 '역대 정부조직개편의 주요 내용과 향후 개선과제'박영원 입법조사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