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국정원 여직원 댓글 흔적과 '십알단'의 이외수 공격



18대 대선을 뒤흔든 사건 중의 하나가 국정원 여직원 불법 선거 개입 의혹이었습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민주당에 입수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잠금 VS 감금',' 수사개입 VS 여성 인권'이라는 대선 후보 간의 설전과 공방으로 이어졌고, 선거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경찰은 18대 대선 기간에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이 끝난 직후 밤 11시에 이례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난 뒤 어제 1월 2일 서울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은 "검색 결과 김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닉네임이 문재인 전 후보 등 대선 관련 용어와 함께 흔적하는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 흔적만으로 불법 비방 댓글을 달았다고 단정할 수 없어 해당 사이트 서버를 압수 수색하고 김씨를 4일 오후 2시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던 국정원 여직원 불법 선거 개입 의혹의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입니다.

' 부실 수사 의혹의 쟁점'

이번 사건의 핵심은 불법 선거 개입을 했던 댓글의 유무 여부였습니다. 처음 경찰은 12월15일 김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댓글 흔적또한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찰의 이 같은 수사 발표를 놓고 수많은 전문가와 국민은 의혹을 품었는데, 경찰 수사 발표와 이에 대한 의혹을 정리해봤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12월 16일 경찰에서는 댓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지만, 1월 2일 수사 발표에서는 이런 댓글 흔적을 찾았다는 사실입니다. 댓글만으로 불법 선거 의혹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이처럼 수사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수사를 발표했다는 사실은 전혀 이해가 되기 어렵습니다.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40개의 아이디로 인터넷 접속을 했다는 기록은 찾았는데, 이를 두고 종편에 출연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은 대부분 이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매도했습니다. 물론 일반인도 자신이 쓰는 아이디를 모두 합치면 그 정도는 됩니다. 그러나 9월부터 12월까지 단 3개월동안 40개의 아이디를 모두 사용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아이엠피터'처럼 모든 일을 인터넷으로 해결하며 사는 사람도 아이디를 통해 접속하는 사이트는 20여 개에 불과합니다. 결국, 아이디가 별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사건의 본질을 매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경찰의 수사 발표를 국민이 믿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댓글은 포털에 흔적이 남는데, 엉뚱하게 하드디스크만 조사하고 흔적이 없다고 발표했던 사실입니다. 포털은 관행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삭제요청이 있으면 바로 해주는데, 그 게시물의 삭제 요청까지 확인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포털의 로그 분석조차 하지 않고 수사를 했는데, 마치 도둑의 침입 흔적이 있던 범죄 현장은 조사하지 않고, 가지 않았으니 범인이 아니라는 것과 같습니다.

[현대사] - 교회 비판했더니, 쥐도 새도 모르게 삭제당한 글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터진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발표한 경찰의 의도가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 측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신속히 발표했다는 경찰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부실 수사가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경찰의 의도와 목적은 우리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 대구,국정원 출신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의 무리한 수사 발표 지시'

국정원 여직원 불법 선거운동 개입 의혹의 수사 결과가 왜 문제가 되느냐면, 당시 경찰의 수사 발표가 매우 이례적으로 대선 TV토론이 끝나고 난 직후인 밤 11시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선 TV토론에 나온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수사 개입 VS 인권'이라는 공방을 벌였고, 이를 지켜본 시민은 토론 직후에 나온 경찰의 수사 발표를 그대로 믿고, 문재인 후보가 잘못했다는 인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수사 발표가 대선에 영향력은 끼쳤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찰 수사 발표를 주도한 사람은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입니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국정원에 근무하다 경찰로 이직한 사람으로 지난 5월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배경에는 대구 출신으로 지역 안배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청은 국정원 여직원 불법 선거 운동 개입 의혹 수사 발표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 했고, 김 청장이 원칙대로 발표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김기용 경찰청장이 자신에게 발표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고 했으며, (보도자료 배포를) 내가 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부실한 수사를 경찰청장이 아닌 대구 출신에 국정원에 근무했던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주도적으로 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그가 박근혜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볼 필요성이 있는 사안입니다.

'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왜 십알단 사건은 지지부진한가?'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여직원 불법 선거운동 개입 의혹과 함께 속칭 '십알단' 사건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 새누리당 SNS 불법 센터를 적발한 선관위와 검찰이 증거물을 운반하고 있다. 출처:한겨레


대선 중에 서울시 선관위는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새누리당 불법 댓글 센터를 적발하고,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과 선관위는 당시 압수한 증거물을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으로 운반했는데, 이 사건의 수사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윤정훈 목사와 자신들은 관계가 없으며, 윤 목사가 독단적으로 벌인 활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정훈 새누리당디지털정당 부위원장의 새누리당 전북도당 SNS 교육사진과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적발된 증거물, 출처:한겨레


새누리당이 윤정훈 목사의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증거가 많았습니다. 우선 지속해서 윤 목사가 SNS 교육을 새누리당에서 했던 점과 당시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적발된 문서 목록을 보면 새누리당 새마음포럼 조직도와 관련 문서, 문재인, 안철수 검증자료가 있었습니다.


윤 목사가 SNS 활동을 하기 위해 대선후보 지지율 추이까지 조사한 것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검증 자료와 문재인 검증자료는 전혀 맞지가 않습니다. SNS 전문가들은 트위터의 지수나 페이스북의 페이지 분석이 목적이지 그 안에 담긴 내용을 검증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사건이 어떻게 수사가 되고 있는지 후속 보도는 물론이고 검찰의 발표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윤정훈 목사는 소설가 이외수 씨를 트위터에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십알단 윤정훈 목사의 소설가 이외수 관련 트윗, 출처:트위터 캡쳐 화면


십알단을 '십만 명의 박근혜 알리기 유세단'이라고 말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일만원씩 걷어 10억 만들어 박근혜 캠프 후원도 할까 합니다. 나중에 박근혜 대통령 시계를 선물로 줄 수도 있습니다'라고 했던 윤정훈 목사는 소설가 이외수 씨를 향해 '이외수 감성마을 퇴거'를 내걸고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윤 목사의 이런 이외수씨 공격은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외수 씨를 고립 내지는 트위터에서 퇴출함으로 박근혜 정권에서 이루어질 SNS 언론을 사전에 미리 차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법을 저지른 자는 살아있고, 작가는 고통받는 시대'

감성마을은 가난한 지자체인 화천군이 이외수라는 작가 한 명을 지원함으로 이루어진 마을입니다. 사실 화천,양구처럼 휴전선 근처 마을은 지독히도 지방 재정이 나쁜 곳입니다. 휴전선 근처라 위험지대도 많고, 분단이라는 아픔 때문에 통제 구역이 있어 쉽게 관광 산업 개발도 기업 유치도 어렵습니다.

▲화천에 있는 감성마을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씨. 출처:YES24 블로그


그런데 이런 지역에서 이외수 씨에게 집을 한 채 임대해주고 얻는 경제적 효과와 홍보는 엄청납니다. 화천의 산천어 축제 등의 축제 홍보를 위해 이외수씨는 매번 SNS에서 힘을 쏟고 있으며, 감성마을을 방문하는 사람과 행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품을 자꾸 정치적으로 공격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정치를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이 깃든 작품도 예술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 유명 작가들이 당시 어떤 정치 상황에서 어떤 글을 썼느냐도 작품의 배경으로 유심히 보기도 합니다.

작품의 배경과 그 작품 속에 어떤 얘기가 있는지가 중요하지 그 작가를 정치적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공격하고 그가 거주하고 있는 '감성마을'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세계 문학계에서 안다면 그 얼마나 창피한 일이겠습니까?

윤정훈 목사는 서울 강동구에 있는 오륜교회에서 인터넷 선교를 담당하는 목사로 있다가 재직 중 목회 방향과는 관계없는 개인적인 성향을 수시 노출하다 교회의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아 사직 처리됐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현재 새누리당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서 선관위에 고발된 인물입니다.

윤 목사와 같은 사람이 이외수라는 작가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국민은 '부실 수사','졸속 수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얼마나 많은 세상사가 뒤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느 시대에나 권력자에 의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벌어졌습니다. 그런 일들 속에서 양심이 권력을 이기지 못하면 비극이 시작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양심이 권력을 이길 수 있도록 왜 그들을 지켜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뜯겨 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이외수저 하악하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