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인 미디어/블로그후원

정치블로거, 그 행복한 삶을 자랑하며 (2012년 8월 블로그 후원)



정치블로거로 살다 보면 한 달이 금방 지나갑니다. 매일매일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에 앉아서 자료 찾고, SNS로 인터넷상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드센 아이들과 함께 놀다 보면 일주일은 순식간, 달려보면 벌써 한 달이 지났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달은 태풍이 두 개씩이나 제주도를 괴롭혀 정신이 더욱 없었습니다. 육지 갔다가 태풍 온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제주도 집으로 오기도 했고, 아침에 비행기 타려고 공항 갔다가 결항으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시 집으로 오기도 했습니다. 지인들은 제주도가 그렇게 태풍이 자주 오고, 무슨 일 있어도 나올 수 없는데 어떻게 사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일 년 중에 태풍이 오고 힘든 날은 그리 많지 않고, 제주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에 참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런 불편함도 오히려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2012년 8월은 블로거로 특별한 시도를 해봤던 시기입니다. 인터넷 방송을 처음 해봤습니다. 그것도 민주통합당 경선대회 생중계라는 무게감이 팍팍 드는 방송을.. 물론 첫 방송 하고 사정상 더는 민주당 경선 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사정은 나중에 경선이 끝나고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치블로거로 글을 쓰면서 항상 내세우는 원칙이 정확한 자료입니다. 증거와 자료를 통해 사건과 인물에 관한 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자는 똥고집 때문에 글 하나마다 자료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 덕분에 취재를 잘 하지 못하지만, 그 방대한 자료가 저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 현장취재보다는 자료조사를 더 중점적으로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 경선 생중계를 하면서 인터넷 방송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나 말빨,인물빨이 현저히 딸림을 절실히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보다 멀티미디어의 여러 가지 화면을 통하면 제가 전달하고 싶은 얘기를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정형화된 틀이 아닌 자유로운 인터넷 방송을 한 번쯤은 다시 해보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방송하다가 우리 에스더가 뛰어들어 방송사고(?)를 낼 것 같은 두려움도 있습니다.

▲ 2012년 8월31일 오후 3시까지의 누적 방문자수


2012년 8월31일 현재, 블로그 누적 방문자가 1천2백만명이 넘었습니다. 그전에 네이버에서 활동하다 실제로 다음뷰를 통해 정치블로그로 시작한 시기가 2010년이니 2년 만에 천만 명이 넘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동안 정치블로거라고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살아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털사이트 메인 노출의 효과도 있었지만, 대부분 검색어를 중심으로 블로그를 최적화시켰고, SNS와 정기적인 구독자분들이 꾸준히 늘었던 결과로 분석됩니다.

블로거들은  더 많은 사람이 블로그를 찾아올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제목도 고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여타의 다른 주제에 비해 엄청난 숫자는 아니지만, 정치,시사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느 정도 방문자가 있다는 점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정치분야라도 꾸준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면, 결과는 실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됐기에 기쁘면서도 뿌듯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블로그에 유입자가 늘어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보다는 언제까지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것이 중요한가를 떳떳하게 증명할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 클릭하면 확대


블로그 방문자가 월평균 65만 명이 넘을 수 있는 원동력은 항상 저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매월 정해진 시간에 후원해주시는 분들.
적은 돈이라도 오마이뉴스 위젯에 매번 결제해주시는 분들.
아침마다 SNS로 글을 잘 읽었다고 하시는 분들.
다른 분에게 제 글을 '필독,강추' RT를 끊임없이 강요(?)하시는 분들,
책을 빨리 사서 읽으라고 강매(?)하시는 분들.
글 잘 읽고 있다고 전화 주시는 분들

이런 분들이 있기에 글을 쓰면서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가끔 취재 현장에 나가면 정치인이나 다른 분들이 대단한 일 한다고 치켜세우기도 하지만 속내는 그런 말보다 트위터에서 글에 대한 오타를 지적해주시는 분들의 글이 더 필요하고 좋습니다.

후원내역을 정리하다 보면 아내와 둘이서 늘 감사와 고마움으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소중한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봅니다. 그래서 울 아내는 늘 장을 보고 오면 미안한 기색을 보입니다. 오히려 제가 미안하지만, 서로 그 마음을 알기에 함께 마주보며 웃기도 합니다.

사람이 어느 만큼을 가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채워질 수 있는 무언가가 매달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는 날입니다.


제주도 산골짜기에 살면서 무엇이 그리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우리 요셉이 에스더가 있기 때문이라고 팔불출처럼 자랑합니다. 만약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살았다면 요셉이를 아침마다 학교에 데려다 줄 수도 없고,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언제 그랬듯이 새근새근 낮잠 자는 에스더의 팔베개를 해줄 수도 없을 것입니다.

온종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에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왜 싸우고, 왜 우는지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조금만 커도 이제 아빠를 찾지 않겠죠, 그러나 그 남아 있는 시간 동안은 저 아이들의 웃는 모습, 우는 모습,넘어지는 모습 하나하나 제 눈에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그 아이들은 아빠가 늘 자신들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추억을 갖고 커 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아픈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도 늘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옆에서 활짝 웃으며 '아빠~~'하고 안기는 아이들이 늘 곁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너무 딸바보,아들바보라서 그럴까요?

▲ 작업실 창문에서 바라 본 풍경과 잡초가 우거진 텃밭


워낙 농사에 젬병이라 조그만 텃밭(?? 저에게는 거대한 밭이라는 ㅠㅠ) 가꾸기도 어렵습니다. 예취기로 잡초라고 베어 놓고 보니 쪽파였고,예취기 한 시간 돌리면 삭신이 쑤시다고 아내에게 '물 달라, 수건달라,안경 닦아줘라' 고 애들처럼 투정만 부립니다. 가끔 아내가 '누가 보면 산 하나를 다 깎은 사람인 줄 알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컴퓨터 화면을 몇 시간씩 보다가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바로 우거진 숲이 보입니다.밤에는 어여쁜 달도 보입니다. 별은 쏟아질 듯 떠있고요. 옛날 회사에서 고개를 들면 보였던 꽉 막힌 빌딩 숲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보면 초가집처럼 허름한 집이고, 가구도 없어 박스에 짐을 넣고 살지만, 밖의 풍경은 그 어느 집의 인테리어보다 훌륭합니다. 대한민국 어느 인테리어 업자가 저렇게 꾸며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일하다 마당에만 나오면 글을 쓰며 받았던 스트레스나 고민이 많이 풀립니다. 이런 멋진 풍경 때문에 매일매일 글 쓰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나 봅니다.

▲ 아이엠피터 작업실 모습


정치블로거로 살면 제약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제약이나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너희는 5년이지만, 나는 평생할꺼다.'라는 끝까지 해보자는 약간의 독기(?)입니다.

블로그가 SNS나 다른 미디어 퇴보한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것은 도구나 플랫폼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트위터,페이스북,유스트림 방송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삽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치열함이 사라지면 플랫폼의 장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치를 가지고 김치찌개,김치볶음밥,김치전 등의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김치가 맛있지 않으면 여타의 요리도 맛이 없거나 다른 조미료를 가미해야 합니다. 그래서 블로거들은 항상 자신의 원 재료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에 대한 치열한 발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늘 아이디어를 짜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8월에 다음뷰 1위를 했습니다. 저는 늘 글을 잘 쓰는 것, 정치블로거로 유명하다는 것,이런 것을 자랑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런 외형적인 모습보다 블로그 후원 글을 쓰면서 한 달을 돌이켜보면서 나오는 제 결론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행복했다. 즐거웠다. 이번 달도 큰 걱정 없이 편안하게 보냈다.'

누가 보면 뻥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 사실입니다. 아이들도 아프지 않았고, 돈이 없어 배고프지도 않았고, 태풍이 왔는데도 큰 피해도 없었고, 한 달에 30개의 글을 매일같이 빠지지 않고 쓸 수 있었다면 무엇이 그리 큰 걱정이 있었겠습니까?

▲ 꼭 잠을 잘때면 아빠가 옆에 있어야 하는 초강력 진드기 에스더양


2012년 8월이 지나갔습니다. 그토록 뜨거웠던 태양도 이제 한풀 꺾이면서 새로운 9월이 시작됐습니다. 8월을 돌이켜보면 힘든 일도, 그리고 마음에 응어리지는 일도, 답답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삶이라는 것은 그런 과정에서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새로움이 다가오기에 그만큼 추억으로 남을 수 있나 봅니다.

어쩌면 똑같은 반복적인 일상이기도 합니다. 매일같이 쉬는 날도 없이 새벽 3시면 일어나서 글을 쓰는 모습이 힘들다고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달 중 25일은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나머지 5일은 에스더가 잠을 안 자고 버텨 밤을 새울 때입니다.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난다고 에스더양에게 가르쳐 주실 분을 찾습니다. )

여러분은 한 달이 지나면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지겨웠다. 바빴다. 힘든 한 달이었다. 지긋지긋하다라는 생각을 하실려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의 행복한 삶을 대놓고 자랑하는가 봅니다.

제주에 내려와서 가족 이외에 만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자주 부모님께 전화합니다. 그랬더니 요새 효자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속을 썩이면서 살았던 둘째였는데, 이제 제일 부모님께 효도하는 아들이 됐습니다. 어쩌면 행복하는 방법은 돈이라는 물질을 버리고 마음을 움직일 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감히 행복하다고 9월 첫날에 여러분께 자랑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9월 행복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0월에도 행복하다고 자랑질 하게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