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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블로그후원

감히,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3월이 지나가고 4월이 돌아왔습니다. 한달 내내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뇌의 용량보다 더 과하게 머리를 쓰면서 산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글 한 편을 쓸려고 자료 찾고 조사하고, 가끔은 취재 비슷하게도 하다보면 하루는 금방, 한달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읽으면 공감이 가지만 화가 나는 정치 이야기가 아닌 매월 1일에 발행하는 블로그 후원 이야기와 그냥 제가 사는 이야기를 통해 4월을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제주도에서 어떻게 글만 써서 어떻게 먹고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제주도에 사니 사진 속 멋진 집에서 사는 걸로 착각하시는 분도 많은데, 바닷가 전원주택이 아닌 제주 산골 농가주택에서 두 아이와 그냥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제가 블로그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저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액을 떠나 물질과 마음으로 제 블로그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제 기준으로는 꽤 많습니다.

▲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매월 말일 제 '개인 계좌'로 후원해주시는 분들과 '오마이뉴스 좋은 블로그 후원 위젯'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명단을 정리하다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변함없이 후원해주시는 분들이나, 몇 번이고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물질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저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고, 가끔 무서운 마음을 이겨내고 배짱을 부릴 수 있게 만드는 주범(?)들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분들이 도와주시기에 우리 가족은 언제나 남들보다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주도로 내려오자마자 태어나서 이제16개월이 된 에스더가 커 나가는 모습을 보면, 제주도로 내려오면서 전업블로거로 살았던 세월과 비슷해 늘 저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에스더는 참 잘 먹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을 빨리 안 주면 나름 성을 냅니다. 그래서 마트에 가서 카트에 타면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손으로 가리키며 빨리 카트에 담으라고 난리를 칩니다. 그리고 가끔 계산도 하지 않았는데 지가 혼자 뜯어서 먼저 시식을 합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을 시간이지만 별로 배가 안 고프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면 시큰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에스더가 좋아하는 것만 나오면 폭풍흡입이 시작됩니다. 아직 젓가락질을 못해서 그러기도 하지만 성격이 저 닮아 급해, 맛있으면 그냥 손으로 냅다 주워 먹습니다.

에스더 먹는 것 볼 때마다 늘 아내와 웃으며 말을 합니다.

"우리 후원금 들어오면 죄다 에스더 입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부모는 아이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하지만 전 아직까지 좋은 부모가 못 되어서 그런지, 아내가 에스더에게만 토스트로 만든 피자빵을 해주거나 어묵을 주면 '내 것은??"하면서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스더가 먹을 것만 밝히는 아이는 아닙니다.


가끔은 자기 오빠와 함께 계란 초밥이나 스팸 초밥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엄마가 도와주고, 스팸 초밥은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 엄마가 텃밭에서 일하면 괭이를 들고 나름 흙을 파헤쳐 주기도 하고, 씨를 뿌리면 모종삽을 들고 자기도 돕겠다고 나서기도 합니다.

청소하는 것에 재미가 들려서 그런지 몰라도, 엄마가 머리 말리며 나오는 머리카락도 청소기로 빨아주고, 대걸레로 바닥을 닦아주기도 합니다. (청소는 1분이고 어지르는 것은 10시간이라 탈이지만)


아침마다 오빠가 학교에 가면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매번 울어대는 통에 전쟁을 치릅니다. 그래서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둘이서 마당 한켠에 있는 모래를 가지고 사이좋게 놀기도 합니다.

아이방에 텐트를 쳐주었더니 요샌 거기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나름 책도 가져다가 오빠 옆에서 무어라 중얼대면서 오빠를 따라 책 읽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레슬링을 하다가 오빠와 싸우기도 합니다.


저에게 정치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은 에스더가 커가면서 성장하는 것과 똑같은 발전을 보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봅니다. 아이 눈에 비친 세상처럼 저에게 정치는 자료를 찾고, 조사하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참으로 신기하면서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잦습니다.

에스더에게 예술가의 작품이 사람 모양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닌 것이 신기한 것처럼, 저에게도 정치는 수많은 다양성과 명확한 진실을 구분 짓지 못할 때가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늘 글을 쓰면서 자신감보다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런 부족함 때문에 글을 한편씩 쓰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삶이 참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직장인처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명령으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닌 저 스스로 선택한 길에 에스더가 커가면서 하나씩 배우듯, 저도 진실을 찾다보니, 커간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월급처럼 돈이 들어오는 생활이 아니라 매월 말일에 나름의 가계결산을 하는데 지출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발견하곤 자칭 반성하자는 소리, 아내에겐 잔소릴 한 것이죠.

아내의 주장은 남들처럼 사는 것도 아니면서 그나마 있는 것을 낭비했다고 투덜대지만. 저는 글을 쓸 수 있게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돈을 허투루 쓰는 것이 죄송하기도 하면서, 조금은 아낄 수 있으면서 살아도 되지 않느냐는 반성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서울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수입으로 살아가면서도 불평하지 않는 아내가 고맙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이 작은 행복을 행복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늘 행복은 날아가버린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비싸고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 없지만, 토스트로 만든 피자빵을 맛있게 먹고
고급 승용차가 아니지만, 15년된 승용차로 불편함 없이 잘 돌아다니고
전원주택도 우리 소유의 집도 아니지만,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음을 늘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에스더가 커가면서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큰 아들은 벌써 아는 듯 ㅠㅠ) 그러나 아빠가 그런 가난을 창피하게 생각하기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며 사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살아보니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만족하기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경험한 저에게, 돈보다 이런 지금의 삶이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주에 살면서 직업으로, 사업으로,권력으로 성공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제주에 와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결코 물질이나 자기들이 손에 쥐었던 권력이나 직함이나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이었습니다.

4월 첫날입니다.
무엇이 행복한지 모르는 분들에게 제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함을 감히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 행복은 벌써 이 글을 읽는 분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스더의 해맑은 표정으로 기분 좋은 4월 시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