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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에서 낳았는데, 이리도 다른 '오누이'



요셉이와 에스더는 오누이입니다. 같은 엄마가 낳은 아이들이지만 성격이 어찌 그리 다른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놀라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먼저 에스더는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요셉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라치면 언제나 에스더는 움직입니다. 아직 나이가 어린 탓도 있겠지만, TV나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패드를 하는 시간 이외에는 온종일 집안을 뛰어다닙니다. 이에 반해 요셉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집중력이 뛰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맞추기나 장난감 놀이에 빠지면 몇 시간이고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이 다르다 보니 성격도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요셉이는 아빠와 같은 A형이라서 그런지, 성격이 소심합니다.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 못하고, 늘 아빠 뒤에서 우물쭈물합니다. 그러나 에스더는 너무 뻔뻔한 스타일입니다. 식당에 가서도 처음 보는 언니에게 "야~가"라고 외칠 만큼 당돌합니다.

▲에스더는 늘 딸기의 빨간 부분만 한입씩 베어 먹고 나머지는 버려둔다.


에스더는 성격 탓인지 말썽도 잘 부리고 욕심도 많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나름 브이자라고 손가락 하나를 세우지만 잠깐 한눈을 팔면 먹을 것을 늘 양손에 쥐고 맛있는 부분만 골라 먹고, 맛없는 부위는 모조리 짓이기는 만행도 저지릅니다.

요새 요셉이는 말썽도 잘 부리고, 욕심도 많은 에스더 때문에 속이 자주 상합니다. 먹을 것을 혼자 독차지하려는 에스더 때문에 먹을 것을 양보하기 일쑤이고, 기껏 열심히 만들어 놓은 장난감을 뺏기기도 합니다.

▲요셉이가 과학상자로 만든 모든 장난감은 완성과 동시에 에스더의 손으로 들어간다.


며칠 전에는 아빠와 약속한대로 열심히 책과 성경책을 잘 읽어 선물로 받은 과학상자로 두 시간 동안 힘들게 비행기를 조립해놨더니 에스더가 홀랑 뺏어가더니 단 오 분 만에 부숴놓아 이불을 뒤짚어 쓰고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다섯 살 터울로 제법 나이 차이가 나면서 늘 엄마,아빠가 에스더에게 양보하라고 외치고, 에스더 편만 들어주는 것 같아 요셉이는 가뜩이나 소심한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엄마,아빠가 안 보는 사이에 간혹 에스더의 엉덩이를 때리기도 하지만 소심한 요셉이는 세게도 못 때립니다.

▲식사 시간이지만 삐쳐서 오지 않은 오빠에게 밥 먹으라고 애교 떠는 에스더.


그저 속상하면 침대로 달려가 눈물을 찔끔 흘리며 무언의 시위를 벌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에스더는 그것도 모르고 오빠 옆에서 장난만 칩니다.

이렇게 요셉이는 에스더와 다른 성격 때문에 늘 손해 보고 힘들지만, 그렇다고 둘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한국 나이로 4살, 만 2살인 에스더는 어릴 때부터 오빠가 하는 짓은 꼭 따라 하는 '따라쟁이' 이기도 합니다.


오빠가 대걸레로 청소하면 자기도 청소기를 들고 오빠처럼 청소하기도 하고, 오빠가 모래를 가지고 장난치면 홀라당 오빠 옆으로 와서 오빠처럼 모래를 가지고 놀기도 합니다.


요새는 봄방학이라 집에 같이 있는 요셉이와 에스더는 점점 둘이 함께 장난 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둘이서 무슨 기지를 만든다고 장롱에 있던 이불을 다 꺼내고 숨기도 하고, 올려놓은 탁자 위에 앉은 자기 오빠를 잡는다고 탁자 사이에 들어가 요셉이 발을 잡아당기기도 합니다.


매번 장난치다가 일을 벌여 엄마의 잔소리와 야단에 울음으로 그날을 마무리하는 요셉이와 에스더이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함께 노는 시간이 늘어서인지 엄마,아빠가 없어도 이제는 둘이서도 잘 놉니다.
 

▲요셉이와 에스더가 눈사람도 만들고 잘 노는 듯하지만, 요셉이의 눈사람을 망가뜨려 결국 둘이 울다가 눈사람 놀이를 끝내기도 한다.


요셉이와 에스더의 성격이 다른 만큼 엄마,아빠도 아이들을 대하면서 조금씩 변하기도 합니다. 엄마는 잔소리꾼이자 야단치는 사람으로, 아빠는 엄마에게 혼난 아이들을 달래는 역할을 합니다. 에스더는 엄마에게 혼이 나면 울면서 아빠에게 달려오고, 요셉이는 구석에서 울면서 어서 빨리 아빠가 와서 자기를 위로해주길 바랍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은 늘 남의 모습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사람마다 서로 성격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에 늘 충돌이 일어나고,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충돌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나 사람을 대하는 부드러움을 터득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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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피터'는 전업블로그입니다. 그래서 수입 대부분을 후원에 의존하는데, 그 후원자들이 남긴 메시지나 그들이 보내주는 마음을 통해 글을 쓰는 자세나 방향에 대해 늘 고민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아이엠피터'를 후원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볼 때에 아이엠피터의 글이 모두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닙니다. 글을 읽는 사람은 비슷하지만 다를 수 있는 아이엠피터의 생각을 공감하거나 수긍하기도 하고, 아이엠피터는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주장을 버리기도 합니다.



에스더는 가면 갈수록 오빠가 하는 짓을 따라 합니다. 공놀이하면서 자기 오빠가 밖으로 공을 차면 자기도 그쪽으로 공을 가지고 뜁니다. 오빠가 발로 드리블을 하면 자기도 그렇게 하려고 애를 씁니다.
 

어쩌면 인간은 완벽할 수 없기에 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남의 것을 배우고 따라 하는가 봅니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본성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엠피터' 또한 후원자나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을 통해 글을 쓰면서 자만이나 독선에 빠지지 않고, 조금은 더 넓게 생각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글을 썼으면 합니다.

개를 겁내지 않는 에스더는 개가 무서워 개집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움츠러들고 그 앞을 지나가지 못하는 오빠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요셉이는 생수병을 열어 마루에 다 쏟아 붓고 장난치다 엄마한테 혼나고도 똑같은 장난을 매번 치는 에스더가 이상하기도 합니다.

엄마에게 혼이 나도 별로 개념치 않는 에스더와 엄마,아빠의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는 요셉이가 보이는 행동과 성격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빠 옆에서 가만히만 있던 에스더가 어느새 오빠와 함께 놀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요셉이와 에스더의 성격이 어떻게 변할지,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직 모릅니다. 어쩌면 커서는 성격이 정반대로 바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성격으로 변할지 모르겠지만, 요셉이와 에스더가 각자 서로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보고 자랐으면 합니다.

요셉이의 꼼꼼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에스더가 배우고, 에스더의 활달함과 쿨한 성격을 요셉이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빠의 욕심일 뿐이겠죠. 아이들의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서로 다른 성격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지혜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