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를 얼른 꺼내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는 어렵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웃고는 그냥 도망가거나 표정이 바뀌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웃는 모습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옆에 두고 있노라면 어느새 다가와서는 카메라 렌즈에 침이나 묻히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아빠들은 아이들 웃는 모습을 찍겠다고 렌즈도 바꾸고 카메라도 바꾸지만 어쩌다 웃는 사진을 담는 것은 화소 낮은 핸드폰 사진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 에스더는 또래 아이보다 배변 가리기는 늦지만, 숟가락질만큼은 훨씬 빠르다.
그나마 에스더는 먹을 때에 제일 많이 웃는 까닭에 에스더 사진은 대부분 먹는 사진이 많습니다. 그마저도 요새는 먹는 사진 찍을라치면 나름의 사진용 포즈를 취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의 웃는 사진을 찍고 싶은 이유는 아무 조건 없이 단순한 아이의 표정에서 정말 기쁜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을 때, 놀 때, 장난칠 때의 아이 표정은 세상 어느 부자보다 행복한 모습입니다.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들처럼 저렇게 단순하게 웃어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직장인 시절, 동료와 웃으면서 속으로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외쳤던 씁쓸한 추억만 남아 있습니다.
▲ 에스더의 울음 작전에 제일 피해를 보는 사람은 큰아이 요셉이다. 항상 동생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가끔은 '에스더만 좋아해'라고 투덜대지만, 세상에서 에스더가 제일 귀엽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마냥 웃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지면 에스더는 소위 '땡깡'을 부리는데 아내에게 그렇게 혼이 나도 고집을 부리고 울기만 합니다. 주위 분들이 저렇게 땡깡 부릴 때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하지만 딸바보 아빠는 늘 아이와의 싸움에서 집니다.
몇 번이고 아이가 울 독하게 마음먹고 아이를 쳐다 보지도 않지만,에스더는 어느새 엄마를 벗어나 작업실 을 두드리고는 '아~빠'만 외쳐댑니다. 예전에는 에스더의 이런 울음에 100% 넘어갔지만 요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대략 80%만 넘어갑니다. 앞으로는 에스더의 울음에 절대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밤에 주로 글을 쓰는 까닭에 낮에 잠시 쪽잠을 취하면 아이들은 어느새 곁에 와서 떠날 줄을 모른다.
전업블로거로 집에서 일하다 보면 유독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쉴때도 어디 가지 않고 그저 아이들과 생라면이나 부셔 먹고 함께 TV보는 것이 유일할 정도로 집에서 아이들과 늘 함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귀찮거나 글쓰기에 방해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늘 생각하는 것이 '요새 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아빠가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물음입니다.
'아이엠피터'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면 아이들과 함께 있기는커녕 매일 저녁마다 술 약속이다 모임이다 하면서 늦게 집에 들어와 아이들 자는 모습만 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제주로 내려와 전업블로거로 살다 보니, 아이들과 늘 함께 있고, 그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매 순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유지하는 경제적인 면 때문입니다. 원고료나 블로그 글쓰기를 통한 수익도 있지만 '아이엠피터'가 살아가는 원동력 중의 하나는 '아이엠피터'를 꾸준히 후원해주시는 분들 때문입니다.
▲2013년 1월 아이엠피터 블로그 후원자 명단.
후원계좌로 후원해주시는 분들이나 오마이뉴스 블로그 위젯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아이엠피터'는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아마 개인 블로그 운영자 중에서 '아이엠피터'만큼 후원을 많이 받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합니다.
이처럼 블로그 후원계좌나 오마이뉴스 블로그 위젯 후원뿐만 아니라 직접 먹을거리나 옷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 집으로 배달되는 후원물품은 언제나 에스더가 먼저 뜯고 시식을 해야 한다. 에스더가 맛있다고 해서 먹어보면 진짜 맛있었다.
육지에서 계란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김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정성을 받을 때마다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요새 '아이엠피터'는 뻔뻔해서 그런지 넙죽넙죽 잘 받습니다. 그것은 저 모든 것의 수혜자가 '아이엠피터'가 아닌 우리 요셉이와 에스더이기 때문입니다.
계란이 오면 바로 계란후라이 해달라고 계란을 들고 주방으로 가거나 박스를 보자마자 '까(포장을 뜯어달라고 하는 소리)'라고 외치며 내용물을 바로 입으로 폭풍흡입하는 에스더를 보면 후원하시는 분들의 수고스러움을 도저히 뿌리치지 못합니다.
총각 때라면 도저히 상상도 못할 뻔뻔함을 간직하고 사는 아빠가 됐나 봅니다.
▲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른 손에도 닭다리가 있다. 모든 음식은 양손으로 잡고 먹어야 하는 에스더.
이렇게 뻔뻔한 아빠가 되는 과정의 주범 중의 하나가 에스더입니다. 어찌나 먹을 것을 좋아하는지 자면서도 닭다리를 들고 자는 에스더를 보면 그 누구라도 아이 입에 무엇이라도 하나 더 넣어주고 싶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자기 딸이니 저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많겠지만, 요새는 '행복한 삶'이 진정 무엇인지 깨달으며 살아갑니다. 물질도 필요하고, 명예도 필요하겠지만, 그 모든 것의 중심에 '행복'이 빠져 있다면 사는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아이엠피터'는 참 행복한 사람인가 봅니다. 매월 초에 블로그 후원 보고서(?)를 쓸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이 참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게 이번 달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서 머리를 쥐어뜯던 고민도 글을 읽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때문에 녹고, 아내가 해주는 소박한 밥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기도를 할 때면 배고픈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감사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쿠아플라넷에 있는 돌고래도 저렇게 힘든 쇼를 해야 조련사에게 먹이를 얻을 수 있다.
'아이엠피터'가 매월 블로그 후원 글을 쓰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행복한 '아이엠피터'의 삶을 통해 블로그 글을 읽는 분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육지에 올라갈 때마다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걱정이 많습니다. 아이 교육,주택,건강,돈 문제, 가정불화 등 끊임없이 자신들의 고민을 쏟아냅니다. 그런 고민을 들을 때마다 한결같은 생각은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마음 뿐입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왜 고민이 없고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 삶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모습보다 그 힘든 시간을 벗어나려는 노력과 시도가 있으면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온종일 아빠하고만 놀려고 하는 에스더 때문에 아내는 늘 삐치지만 잠을 잘 때만큼은 혼자 에스더를 차지한다. 잠이 오면 언제나 엄마 곁에만 가는 에스더 때문이다.
삶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노력의 첫 번째는 바로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손을 잡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정말 나약한 존재라서 홀로 살아가려면 참으로 어렵습니다.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려면 독해져야 하고 강퍅해져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죠.
그러나 그렇게 강퍅한 삶을 살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가 아닌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함께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죠. 혼자는 힘들고 외롭지만 따뜻한 손이 함께 한다면 든든하면서 마음에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합니다.
'아이엠피터'는 그래서 늘 가족의 손을 잡기도 하고, 블로그 후원자분들에게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
▲그네를 혼자 탈 수는 있지만 뒤에서 누군가 밀어준다면 훨씬 재밌게 탈 수 있다.
아이의 미소는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아빠, 엄마가 곁에서 지켜주고, 오빠나 누나가 옆에서 그들과 함께 놀아주기 때문에 아이가 웃을 수 있습니다.
가족이 없고, 친구가 없어 불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주위에 손을 내밀어 보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 중에 분명 누군가는 여러분의 손을 잡아 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아이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 아빠는 '행복'합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미소와 아빠의 행복은 '아이엠피터'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닌 누군가의 손을 잡아 생긴 것이라 늘 감사함과 고마움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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