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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공천헌금'을 대하는 뻔뻔함



새누리당 비박 주자들이 '공천헌금' 파문으로 경선 보이콧을 선언한 지 사흘 만에 다시 경선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황우여 대표와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경선주자 5명 등 총 7명이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연석회의를 가진 뒤 경선 보이콧을 철회했습니다.

이들의 경선 보이콧 철회를 보는 국민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처음부터 경선 보이콧에 나선 것도 우습지만, 5일 오후에만 해도 '박근혜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놓고 회의 한 번 하고는 순식간에 경선 불참을 철회했다는 점도 희한합니다.

비박주자 3인은 박근혜 후보의 '경선 보이콧은 해당행위' 발언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고 하지만 실제로 박근혜 후보는 비박주자들의 기자회견과 TV 토론 무산을 향해 날 선 비난을 쏟아 부었습니다.

'경선을 파국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 세 후보에게 어떤 저의가 있는지 궁금하다'
'의혹 사건을 빌미로 한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정치적 이득을 챙기겠다는 것은 아닌지 따져 묻고 싶다'라
'과연 진정으로 당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박근혜 후보와 비박 주자 간의 말싸움에 대한 오해가 풀려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비박 주자들도 황당하지만, 정당의 대선 경선이라는 중대한 상황을 뒤집고 나간 인물들을 향해 돈 공천 사실이 밝혀지면 황우여 대표가 사퇴하기로 약속했던 모습도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공천헌금'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공천헌금 의혹을 미리 알고 있었던 박근혜'

중앙선관위는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30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이 당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서병수 사무 총장 등 일부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들이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 지도부는 사건 관계자에게 간단한 확인 작업을 제외하고는 어떤 대책을 강구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을 막을 수 있는 악재인데 친박계는 왜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을까요?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조사하면서 사실로 드러나면 더 크게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의 비리와 제보자 정씨와 현기환,현영희 의원 간의 진실공방으로 몰고 가면서 정치검찰의 도움으로 사태를 그냥 넘어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정치 검찰과 새누리당의 유착'

이번 사건을 새누리당과 검찰, 친박 지도부가 어떤 정치적 유착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또다시 흔해빠진 음모론이 됩니다. 그런데 그 흔한 음모론을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번 검찰의 행태에서 너무 명백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나 대검 중수부에서 통상 맡는 정치 사건이 부산지검으로 배당됐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고발한 곳이 부산 선관위가 아닌 중앙선관위에서 이 사안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사실입니다. 통합진보당 사태 때는 '사건 관련자가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라는 이유를 들어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던 검찰이 사건 관련자인 현기환 전 의원은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인데도 불구하고 부산 지검에 배당했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과 CNC 사무실을 전격 압수 수색해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까지 샅샅이 가져간 검찰이 왜인지 현기환 전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에 대한 신병 확보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정치적 사안과 비교하면 너무나 허술한 모습들입니다. 그래서 나온 음모론이 바로 공천헌금 의혹을 비리 알고 있었던 친박 지도부와 검찰 사이에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입니다.

' 들통 날 거짓말을 너무 태연히 하는 자들'

현영희 의원이 현기환 새누리당 공천위원에게 현금 3억 원을 줬다는 사실을 놓고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현영희 의원이 비례대표 23번을 받아 당선됐는데 당시 23번으로 당선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영희 의원이 23번 받기 위해 3억 원을 줬을까?”라는 변명을 하고 있습니다. 


애초 현영희 의원은 부산 중-동구에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습니다. 그 후에 비례대표로 방향을 바꾼 현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하고 25번을 받았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권은 20위에서 25위 사이였습니다. 

현영희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의 측근에게 돈을 줬던 시점이 3월 15일이고,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순번 발표일이 3월 20일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 탈락 후보 중 유일하게 비례대표 공천이 된 현영희 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있는 25번을 받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로비를 했느냐이고, 돈을 전달한 시점 등을 짐작해보면 당선이 확실했던 20번 내외의 인물들은 도대체 얼마를 썼겠느냐는 점입니다.

정황을 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의혹을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물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새누리당입니다.

'탈당하면 끝인가?'

새누리당이라는 정당을 내걸고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정당의 지원과 정당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하여 굉장히 유리한 정치적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정치 행동입니다. 그래서 정당의 지역구 공천을 받기 위해 정치인들이 그토록 애를 쓰고 로비와 공천헌금까지 갖다 바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당 때문에 당선된 사람들에 관한 비리가 나오면 새누리당은 언제나 단순히 탈당조치로 끝내고 맙니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새누리당은 당을 떠날 것을 종용하고 탈퇴라는 '강수(?)'를 두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합니다. 실제로 탈당하는 것과 국회의원 박탈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다시 들어온 인물들을 얼마나 많이 봤습니까?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시험을 위해 문제지를 유출해준 교사가 반에서 학생을 나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학생의 성적표에는 여전히 1등이라는 성적이 매겨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교사는 '나는 깨끗하다. 이제 내 할 일은 다했다'라는 말로 깨끗하고 모범적인 교사인 척을 합니다.

이런 식의 해명과 처리 방식은 진짜 그 인물들을 공천시켜준 정당이 보여줄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나서 국회의원직을 박탈하게 하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하는 당연한 절차를 무시한 꼬리자르기는 진실을 알고 싶은 국민에 대한 정말 예의 없는 행동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안상수 후보 단둘이서만 새누리당의 '20대 정책 토크 청년과 함께'라는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이 자리에서 '멘붕(멘탈 붕괴)을 최근에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 사실 여부를 모르는데 이걸 빌미로 저를 공격하면 이것도 멘붕이고, 제가 자식도 없는데 자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도 멘붕'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는 성공한 젊은이들만 대표로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은 언제나 성공한 사람들만을 우대합니다. 새누리당에는 과정은 필요없이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사는 것이 그들의 기본 핵심 강령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멘붕은 개인으로 끝나겠지만, '차떼기당'에서 변신하여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여전히 '쇼핑백당'으로 살아가는 새누리당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여당이라는 현실에 국민 모두는 '멘붕'을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