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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김 한길' 속은 모른다?



민주통합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경선이 전국에서 치열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흥행 대박이 나고 있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은 이런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 경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는 크게 실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 역시 5월은 워낙 많은 사건이 나서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던 차에,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민주통합당의 이해찬 후보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후보가 보여주는 정치적 역량과 대중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쪽과 어떤 연결이나 안면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해찬 후보가 무조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절박함이나 당위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정치인 김한길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은 이건 아니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즉 민주통합당 당 대표에 김한길 후보가 되는 것과 상관없이, 그에 대한 객관적인 정치적 평가를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해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 포스팅은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는 글이 아닙니다. 김한길 후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알아봤습니다.

' 이제야 노무현을 팔다니'

김한길 후보를 바라보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열린우리당 23명의 국회의원을 데리고 탈당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한길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정치인에게 배신과 공격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속칭 찌질하게 김한길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을 배반했으니, 그를 폄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벗어나야 정치적 성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정치인을 단지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미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노무현 프레임'이 '무능한 오만'이라고 강조했던 사람이 갑자기 2012년 다시 노무현을 그리워 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노무현 대통령을 들먹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정말 몸 던져서 뛰었던 사람이고 누구보다도 노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5월21일 인터뷰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힘들게 했던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공감 받지 못합니다. 그가 노무현 프레임을 '무능한 오만'이라고 얘기했다면, 아예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면 됩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노무현안티에서 노사모와 같은 발언을 하면서 다시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정치인의 말이 지지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겠지만, 죽은 고인을 힘들게 했던 사람이 다시 노무현 사랑 운운하는 말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는 점입니다.

'전략통 김한길? 그의 정치적 행보'

김한길 후보를 바라보면서 저는 2007년을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을 보면, 김한길 후보가 2007년에 보여준 당시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조배숙, 이종걸, 조일현 등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이 2007년 2월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7년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임기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탈당작업을 시작해서 23명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끌고 나갔습니다. 그가 주장한 것은 '열린 우리당'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그의 2007년 탈당을 2012년에 다시 돌이켜보면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김한길은 친노 세력이 포진한 열린우리당 내에서 자신이 미는 정동영 의원을 대선 후보로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김한길 후보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당적을 6개월 동안 4번이나 바꾸면서 다시 돌고 돌아, 그가 이룩한 것은 바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로 정동영을 만든 것입니다.

23명의 집단탈당 과정에서 김한길 당시 전 원내대표는 정동영 전 의장과도 격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정동영 전 의장에게 “탈당할 의원들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정동영 측근을 참여하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동영 전 의장은 "지금 탈당하지 말라'고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은 김한길 전 원내대표가 '이러면 나중에 나도 돕지 않겠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김한길 후보가 2007년에 보여준 정치적 행보는 비친노 대선주자 만들기였습니다. 이것을 나쁘게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정치적 전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프레임'을 가지고는 대선에서 패배한다고 난리를 치면서, 탈당과 신당 창당을 통해 자신의 대선후보를 만들었던 김한길이 선거에서 승리했습니까?

정동영 후보는 26.1% 득표율을 겨우 받았고, 무려 500만표 이상의 차이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처참하게 패했습니다.

그가 정치적 승리를 위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당적을 바꾸고 결국 자신의 뜻대로 후보를 대선에 내보냈지만, 참패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볼 때 그가 전략통으로 2012년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 김한길 프레임, 대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 글을 쓰면서 아마 300여개의 온갖 사이트를 다 조사했습니다. 새로 산 노트북조차 메모리가 딸릴 지경이었으니, 제가 무엇을 봤겠습니까? 바로 김한길,이해찬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여론과 생각, 그리고 각자의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문재인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지지합니다. 어떤 사람은 정동영 전 의원을, 어떤 이는 김두관 지사를 지지합니다. 각자의 지지세력이 다를 수 있음을 우리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각자의 지지세력이 다름에 있어서, 굳이 지금의 야권에서 친노와 비친노로 무조건 나눠, 서로 싸우는 행태가 올바른가는 우리 한번 고민해봐야 합니다.

정동영,김두관 이 두 사람을 저는 절대로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특히 정동영 전 의원은 지난 4년간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주었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다시 봤습니다. 이렇게 인물론을 따지면 좋지만, 그 안에서 정치적 전략 구도가 덮어지면 야권이 혼탁해져 버립니다.

김한길 후보는 지난 4년간 정치적 은퇴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전략 공천을 받고 당 대표 후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가 노리는 것은 당연히 2012년 대선에 자신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위해 야권을 친노,비친노의 계파 싸움으로 만들어 버리는 김한길 프레임에 있습니다.

▲26일 오후 창원 문성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경상남도당 임시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에 참석하 김두관 경남지사가 당대표 경선에 나선 김한길 후보와 부인 최명길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계파와 담합을 운운하는 김한길 후보 자신도 김두관,정동영 계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팩트입니다. 자신 또한 계파의 지지를 받으면서, 친노프레임 운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2012년 대선에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유권자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친노프레임' 때문에 졌다고 주장했던 김한길 후보의 정치적 역사를 본다면, 이번에도 2007년의 재연이 될까 봐 걱정입니다. 과연 2007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졌습니까?

결코, 아닙니다. 당시 정치인들이 보여준 무능력과 어리석음에 진저리가 난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역대 사상 최저 투표율 62.9%를 기록하여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압승한 것입니다.

지금 김한길 후보는 또다시 '노무현 프레임'의 한계를 들고 노무현을 가지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행여 그가 원내 대표가 된다면 2007년과 똑같은 사태가 벌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노무현의 이름을 버리는 것은 맞습니다. 이제 노무현의 이름이 아닌 노무현의 정신을 새롭게 적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김한길의 프레임은 친노와 비친노를 가르고, 다시금 정치적 술수를 통해 당권을 잡아, 자신만의 대선 후보를 내걸 뿐이지, 새로운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희망이 있는 대선 후보를 김한길 민주통합당 당 대표 경선 후보가 지지하고,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오늘 글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희망이 무참히 깨지고 있음을 저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최소 10년간 그의 과거를 돌아봐야 합니다. 그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실체와 그가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지를 역사를 통해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무조건 정동영, 김두관은 안 되고, 문재인은 된다는 생각이 아닙니다. 과연 누가 지금의 박근혜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오늘 글을 읽으면 각자의 지지자에 따라 많은 의견이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투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길입니다. 모든 것은 투표가 말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2012년 대선이 2007년의 정치적 실패의 역사가 재연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노무현의 이름을 버리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보여준 원칙과 정신을 왜곡하기보다 그가 이루지 못했던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다시 생각해봐야 할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경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