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민주당 대표 이해찬.0.5%차 역전의 묘미



민주통합당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새 대표로 이해찬 후보가 선출됐습니다.  이해찬 후보는 최종득표율 24.3%로 민주통합당 신임 대표, 김한길,추미애,강기정,이종걸,우상호 후보는 최고위원으로 선출됐고, 조정식, 문용식 후보는 각각 7위 8위에 그쳐, 최고위원 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이번 민주통합당 당 대표 선출과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습니다. 그것은 이번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구성이 앞으로 있을 대선과 정권교체에 막대한 영향력과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민주통합당 새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후보의 승리가 주는 의미를 곱씹어볼 때, 앞으로 갈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도대체 이해찬 후보가 그동안 지역대의원 투표에서 승리를 해오던 김한길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그가 넘어야 할 장벽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승리의 분수령은 바로 모바일 투표였다'

우리는 민주통합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투표에서 나온 개표 결과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각각의 투표 결과가 주는 의미와 이 후보 승리의 원인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는 최종 득표 7만 671표를 얻어 전체 득표율24.3%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김한길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고작 0.5%(6만 9024표 득표율 23.8%)에 불과했습니다.


지역순회대의원 투표에서는 이해찬 후보가 오히려 김한길 후보의 2,263표보다 210표 뒤진 2,053표만 얻었습니다. 수도권 지역인 서울,경기,인천 대의원 투표에서도 1,886표로 김한길 후보의 2,283표보다 무려 402표나 차이가 났습니다.

그동안 전국 13개 지역에서 치러진 지역순회 대의원 경선에서 이해찬 후보는 4개 지역, 김한길 후보는 8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벌어졌던 이해찬 후보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요?


승리의 분수령은 바로 모바일 투표였습니다. 이번 당 대표 선출에서 모바일 투표는 전체의 70%를 반영했는데, 이 모바일 투표에서 이 후보는 65,214표를 김 후보는 62,735표를 얻었습니다. 결국 지역,수도권,재외국민 투표에서 604표 차이로뒤지던 (이해찬 4,070표/ 김한길 4,674표) 이해찬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김한길 후보보다 2,479표를 더 획득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전국 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던 김한길 후보는 막판 모바일 투표를 통해 역전타를 날린 이해찬 후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 이해찬 후보 지지를 트위터에서 자주 언급했던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모바일 투표에서 이해찬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과 같은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SNS에서 이해찬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면서 모바일 투표 참여를 독려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SNS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고, 이는 그대로 모바일 투표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난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 경선에서도 모바일 투표 신청자가 대의원을 제외하고 선거인단의 90%에 달할 정도로 모바일 투표 참여가 늘어난 만큼 앞으로 대선후보 경선 대회에서도 모바일 투표 등을 이용한 선거전략이 중요한 선거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찬의 막판 승리 선거 전략은?'

초기에 이해찬 후보는 SNS에서조차 비판을 받을 만큼 선거 전략과 인물론이 형편없었습니다.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해찬 후보에 비해 지지세가 높아졌던 김한길 후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의 탈당 전력과 과거 정치 행보에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번 민주통합당 당 대표 선출 과정을 보면서 딱히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저는 그래도 김한길 후보는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정치인으로서의 인물론 때문이었습니다.

[정치]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김 한길' 속은 모른다?

이해찬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김한길 후보의 과거 모습에서 그리 호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해찬과 김한길 두 인물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이해찬 후보의 '색깔론' 대처를 보도했던 TV조선 프로그램 출처: 채널A 쾌도난마 화면 갈무리


바로 갑자기 대한민국 정치계에 불어닥친 '색깔론'이었습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지칭하는 경기동부연합과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의 '탈북자 발언'을 연일 '종북'으로 몰아치던 보수우익과 새누리당,조중동에 맞서 이해찬 후보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신매카시즘 선동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정면 대응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이해찬 후보의 강경 대응에 비해 김한길 후보는 ”새누리당이 정략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신공안정국에 휘말려 들지 않도록 우리의 언행도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감정에 치우쳐 신공안정국에 말려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조심스런 대응전략을 펼쳤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다른 '색깔론' 공세에 대해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신매카시즘에 대응하는 전략은 오히려 강경 대응이 더 낫고, 앞으로 대선에서도 이런 강력한 공세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한국노총이 김한길 후보 지지선언을 했지만, 현장에서는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으로 나타나듯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이해찬 후보의 '색깔론' 강경 대응은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공세에는 강력하게 대응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며,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의 성향을 끄집어냈고, 앞으로 있을 대선 선거 전략에서도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0.5% 승리가 주는 이해찬의 한계와 넘어야 할 산'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고작 0.5% 차이였습니다. 득표 차이는 1,637표에 불과했습니다. 이 말은 지금 이해찬 후보가 민주통합당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 당 대표는 됐지만, 당권은?

전체적인 전국대의원 투표에서 이해찬 후보는 철저하게 패했습니다. 이 말은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민주통합당 내 당원들과 조직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김한길 후보가 전국적인 대의원 투표에서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준 데 반해 이해찬 후보는 전국적인 지지력이 약화하였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런 결과는 앞으로 최고위원들과 함께 민주통합당을 이끌 경우, 그의 지지세력이 부족하다면 그가 민주통합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 친노가 두려운 사람들

저는 '친노'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그것은 '친노'라는 단어가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의미보다, 어떤 패권세력처럼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어찌 됐든 현재 김한길 후보를 비롯한 여타의 대선 후보 조직에서는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뭉쳐지는 민주통합당 내 세력을 불안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당에서 계파가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계파가 서로의 합의와 소통을 통해 상승효과를 가지면 괜찮지만, 분열의 양상을 보이면 그대로 망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지금 이해찬 대표가 앞으로 '친노'라는 말이 민주통합당 내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어떻게 여러 세력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임시전국대의원대회 투표 모습


○ 정치인 이해찬이 극복해야 할 일들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단순히 자료를 조사하는 시간외에 제 나름의 여론조사를 합니다. 새누리당,조중동,보수우익,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내 각 계파 지지자 사이트와 게시판 등등 수많은 곳을 기웃거리며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읽습니다. 그것은 제가 '노무현의 정신'과 '문재인의 인물론' 이외에는정치적으로 누군가를 옹호하거나 지지하지 않고 되도록 중립적인 색깔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름의 여론조사를 통해 느낀 이해찬이라는 인물은 정치인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언론을 통해 말하는 모습과 (논란이 되었던 인터뷰가 아닌 연설과 기타 방송들)정치적 논의에 대한 소홀함, 야권연대의 수장으로서의 신뢰성 등입니다.

0.5%의 승리는 지금의 승리이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이해찬 대표의 한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그전에 보여주었던 부족함을 이제 앞으로 채워나가도록 부단히 노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느 뜻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분당과 탈당, 야권단일화 후보 등의 부분에서 스스로 나가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민주통합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과정을 이해찬 대표는 꼼꼼히 복기하면서 자신의 부족함과 앞으로 무엇을 채워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해찬 후보를 당 대표로 뽑아 준 유권자들과 민주통합당을 바라보는 국민에 대한 보답이자 의무입니다.

정치는 최고의 선택이 없다고 합니다. 이해찬 후보의 당 대표 당선이 마냥 승리보다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이 대표의 말처럼 '정치는 살아 숨 쉬는 생물'이기에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느낌입니다.

'정치의 묘미'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유권자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를 정치인들이 목숨 걸고 바라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는 이런 유권자의 마음에 쏙 들도록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