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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을 내려 놓겠다는 문재인, 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와 함께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했습니다.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대권 도전을 위해 이전부터 노무현 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하려고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까지 유보했던 이사장직을 사임한 것입니다.

"노무현을 내려놓으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도 함께 내려놓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3년은 국민들이 저희를 꼭 붙들어주셨던 시간이었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참여와 열정이 부족한 저희들의 능력을 메워주셨던 시간이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봉하에서도, 별이 쏟아지던 서울광장에서도,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던 검찰청 앞에서도 시민들이 저희를 따뜻하게 안고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노무현재단도 이만큼 올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

문재인 전 이사장은 퇴임사를 통해 노무현을 내려놓으며, 동시에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제 저는 정치인 문재인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국민들의 사랑이 가장 큰 무기라고 믿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

과거 단순한 노무현재단 이사장 또는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었던 자리에서 벗어나 정치인 문재인으로 다시 시작한다고 밝힌 문재인 전 이사장은 그가 가야 할 길을 정치인 문재인, 나아가서는 대권주자 문재인으로 완전히 마음을 굳히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이사장이 밝힌 그의 심경과 함께 그가 진정 노무현의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노무현의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문재인 전 이사장과 노무현 대통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문재인 전 이사장이 부각됐던 이유가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는 사실은 벗어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문재인 전 이사장은 이제 내려놓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도대체 왜 노무현의 이름을 그리고 어떤 것을 내려놓으려고 하는걸까요?

보통 한국에서는 3년 탈상이라는 말을 합니다. 부모가 죽으면 자식들은 3년간 부모의 무덤에 초막을 짓고 그 곁에서 3년을 지냅니다. 그것은 그 시간 동안 부모를 잃은 슬픔을 통곡하며 애통해하고, 부모가 자기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라는 사람은 솔직히 독한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죽었을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언론에 보낼 노무현 대통령 죽음 관련 발표문을 작성하고, 장례절차를 모두 준비하면서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가 정말 슬프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노무현이라는 친구를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누가 보면 아 진짜 독하다. 어떻게 그 엄청난 사건 속에서 눈물도 흘리지 않고 저렇게 의연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가 왜 마음속에 슬픔과 분노가 없었을까요? 그도 사람인지라, 그 슬픔을 그저 묵묵하게 꾹꾹 참다가 3년 탈상이 지난 즈음에 말했을 뿐입니다.


문재인 전 이사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소주 한잔합니다. 탈상이어서 한잔'이라며 자신의 슬픔과 분노, 두려움을 소주 한잔으로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그는 노무현을 잃은 슬픔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세상에서 불리는 '친노'라는 이름을 버리려고 합니다. 또한, 앞으로 그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겪으면 외로웠을 노무현을 떠올리며 떨쳐 버리려고 합니다.

문재인 전 이사장이 노무현을 내려놓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노'의 한계와 노무현의 이름 때문입니다. 그는 이제 정치인 문재인입니다. 그가 가지고 가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친노'라는 프레임과 노무현의 이름 때문에 갇혀 있으면 안 됩니다.

그를 잃은 슬픔. 그가 가진 이름의 무게, 그리고 그를 보낸 자들을 향한 분노를 버려야 합니다. 그것은 정치인 문재인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더는 필요없는 무거운 짐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을 버리고 문재인이 선택한 것은'

"이제 저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놓았습니다. 국화 한 송이를 그의 무덤 앞에 내려놓으며, 노무현이라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도 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정신, 그의 가치, 그의 신념, 그의 원칙만은 여전히 놓아버릴 수 없습니다. "

'친노'라는 프레임과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내려놓으면서 문재인 전 이사장이 선택한 것은 바로 그의 정신과 가치, 그의 신념, 그리고 그가 보여줬던 원칙입니다.

이제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줬던 그의 정신적 유산만 가지고 나아가야 합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어떤 권력이나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그가 원했던 것은 '사람사는 세상'이지 '권력쟁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노무현을 팔아 자신만의 권력을 잡겠다는 사람은 싫어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했던 것과는 틀리기 때문입니다.(다른 것이 아니라 그것은 분명히 틀린 것입니다.)

"이어가겠습니다. 이어갈 것입니다. 그가 남겨준 민주주의라는 신념, 통합이라는 지향, 원칙과 상식이라는 가치, 이 모두가 그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이고 당부이기 때문입니다. "

문재인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버린 대신 그가 남겨준 민주주의와 통합, 원칙과 상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옳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속에 갇혀 있으면 안 됩니다. 그가 보여주었던, 그가 가고자 했던 그 길을 계속 이어나가야 합니다. 저 또한 그런 인물로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그에게 놓인 운명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아니 너무 어렵습니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더 걱정이 큽니다.

'문재인의 갈 길을 막으려는 세력들'

제가 왜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더 걱정이 크다고 하는지는 노무현이 보여주었던 가치와 그가 가고자 했던 길을 막는 세력들의 힘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을 괴롭혔던 언론과 새누리당, 보수 세력들은 오히려 노무현의 정신과 민주주의를 싫어합니다. 그것은 그렇게 '사람사는 세상'이 오면 사람을 지배하면서 권력과 부를 누리던 그들의 삶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을 공격하려는 자들은 노무현이 보여준 정신과 '사람사는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고 있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노무현이라는 이름만 좋아하게 만듭니다. 만약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에서 더 나아가, 참여정부의 성공한 정책을 인정하고,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을 구현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였다고 인정하면, 그들 입장에서는 난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노무현의 이름은 공격할 빌미와 조작을 할 수 있지만, 정책을 들고 나오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려는 기초 단계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보통사람들도 노무현의 신념과 정신을 이어가려는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전 이사장이 노무현의 정신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이어가려고 할 때 그를 공격하는 세력들은 '친노'라는 프레임과 '참여정부'의 실패, 그리고 노무현의 죽음만 가지고 그를 매도할 것입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색깔론과 좌파논리를 강조하면서 빨간색을 덧칠할 것입니다.

이런 모든 공격을 그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과 언론을 사주하여 움직일 것입니다. 검찰은 노무현의 죽음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없는 비리와 의혹을 흘려 내보낼 것이고, 언론은 이런 검찰의 발언은 받아쓰기해서 온종일 떠들고 다닐 것입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노무현의 이름+ 참여정부 정책+민주주의 정신=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공식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순간 무너질 수 있는 세력은 절대로 문재인이 들고 나오는 노무현의 정신을 빼버리고 노무현의 이름만 들고 나오라고 악다구니를 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 이런 세력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에 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문재인 전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통해 마음의 탈상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이제 그를 단순히 그리워하고 슬픔과 분노에 차 있던 마음을 버리겠다는 뜻입니다.

남은 자들의 마음에 한숨과 분노로 가득 차, 노무현 대통령이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그가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남은 미련까지 다 내려놓겠다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약속하는 것입니다.

" 감히 말씀드립니다.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말씀드립니다. 그가 멈춘 그곳에서, 그가 가다만 그 길을 머뭇거리지도 주춤거리지도 않고 갈 것입니다. 포기하지 말라던 그 강물이 되어 그가 꿈꾸던 바다에 닿을 것입니다. 노무현의 정치를 넘어서고, 노무현의 경제를 넘어서고, 노무현의 평화를 넘어서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탤 것입니다.

노무현을 넘어서는 것이, 우리가 노무현을 이기는 것이 그의 마지막 부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이 주인인 나라, 노무현이 꿈꾸던 그 나라를 만들어 그 앞에 놓아드릴 것입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은 그의 친구였던 노무현을 내려 놓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그의 친구가 간절히 원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꿈꾸고, 그가 가고 싶었던 바다에 꼭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무현의 경제,정치,평화를 넘어서는 더욱 견고하고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문재인은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바다로 가기 위해 연장을 들고 조선소에 섰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배를 만들고, 힘을 합쳐 배를 띄어야 합니다.



굽이치는 강물을 흘러 흘러 '사람사는 세상'에 가면 어느 국민이나 반칙 없이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원칙과 상식 안에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그곳에 가는 배의 선장으로 '문재인'이라는 정치인이 나섰습니다. 그는 선장일뿐입니다. 그는 단순히 승객을 실어다 주는 역할뿐입니다. 그래서 그를 '사람사는 세상'호의 선장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선장이 항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안전하게 배를 운항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대신 그의 정신과 신념, 그리고 그가 가고자 했던 '사람사는 세상'으로 가는 지도를 실은 문재인 선장이 거센 물결과 암초를 이겨내고, 꼭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나라에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 가족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