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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MB 영문 자서전' 오죽하면 2달러에 덤핑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밝혔습니다.

친이계의 수장이면서 이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오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하다고 말했던 사실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 이명박 대통령이고, 그가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 중의 하나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합니다.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 이재오 의원ⓒ tvN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으로 "국제적으로 대한민국 위상을 역대 정권 중에 제일 많이 높인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재오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소통의 부재로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이지만, 해외에서는 유명한 인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재오 의원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은 왜 그럴까요?


작년에 출간된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미지의길'(영문 제목:Uncharted Path)의 아마존 판매가는 1.93달러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단돈 2,3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원래 가격 25.06달러에서 무려 93%나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도 출판사와 접촉을 할 기회가 있어 출판,인세,가격 등에 대한 시장조사를 한 적이 있지만, 노점상이나, 고속도로 휴게소,마트 진열대에서 파는 책도 2,300원짜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주권국가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가격치고는 너무 저렴하다 못해, 거의 공짜에 가깝게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미국 출판사에 거부당했던 이명박 대통령 영문 자서전

이명박 대통령의 출판을 진행한 곳은 에릭 양 에이전시입니다. 그는 "(미국 내) 주요 출판사를 접촉했으나, 일부는 거부했고, 일부는 머뭇거렸다"고 출판전문웹진 '퍼블리셔스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알다시피 미국 출판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적 위상이나 유명세를 알았다면 굳이 출판을 꺼려할 이유가 없었겠죠. 그러나 미국 주요 출판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출판을 꺼렸다는 사실로 그의 위상이 어떤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수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고 서점에 등장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은 미국 최대의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에 진열되기도 했습니다.

 

▲ 미국 뉴욕에 위치한 반스앤노블에 진열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 ⓒ오마이뉴스 최경준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책이 진열된다는 것은 그 책을 낸 작가의 유명세와 인지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은 단순히 인지도 때문에 진열된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진열된 것이었습니다.

반스앤노블의 전기·자서전 구매담당자인 에드워드 애시 밀비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출판사와의 광고협조계약에 따라)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미 대도시 반스앤노블 대형서점의 '화제의 신간' 코너에 진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밀비씨는 광고협조비, 책 판매 현황 등과 관련해서는 "(비밀엄수 규정에 따라) 말할 수 없다"며 일체 함구했다.
(오마이뉴스 기사 중에서 발췌)

보통 이런 식의 광고협조계약을 체결해서 책을 진열했다면, 비용은 한국돈으로  최소 1억 원에서 4억 원까지 소요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돈을 주고 서점에 광고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이상한 영문 자서전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을 출판 자체가 이상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재임 중에 자신의 자서전을 내는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이고, 영문번역을 청와대 통역관이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에 대한 아마존 리뷰 페이지.


처음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리뷰가 혹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에 나오자, 갑자기 별 4-5개 평점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별 5개 평점과 별 1개 평점이 거의 비슷한 상태입니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평점과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평점이 극과 극으로 올라갔기 때문이지만, 이런 모습은 책이라는 것 자체로 평가받아야 할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서신' 아마존 판매가격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자신이 집필한 책을 번역하여 낸 사람 중에, 현재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책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서신' (영문제목: Prison writings)이 있습니다. 판매가는 83.98달러입니다. 책가격이 이 정도면 굉장히 비싼 가격에 속합니다. 중고책조차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보다 비싼 5.54달러에 팔리고 있습니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정치인생을 떠나 작가와 사상가로 엄청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의 책을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대한 편견 없이 읽는다면 놀라울 만한 그의 생각과 글을 볼 수 있습니다.

▲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 중국어판

2011년 중국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이 출판되었습니다. 중앙편역 출판사가 낸<韓國 前總統 金大中 自述-爲了民主, 我不后懷>(한국 전 대통령 김대중 자서전-민주를 위하여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책은 김대중 대통령이 1993년 직접 집필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중국어로 번역해 낸 책입니다.

이 책은 사실 중국에서 출판된 최초의 한국 정치 지도자 관련 책입니다. 그 의미는 김대중이라는 인물이 어떤 위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저에게 책을 내자는 출판사 연락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엠피터'라는 블로거의 한계를 알기에 출판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조금 인지도가 있다고 무작정 책을 낸다고 출판했다가 출판사가 망한 사례도 많이 봤습니다. 

정가 25달러짜리 책을 1.93달러에 덤핑으로 판다면 출판사는 인세조차 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인데, 과연 출판사가 수억 원에 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을 손해 보고 출판했을까요? 유명세가 없다면 자비로 출판해야 하는데,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수억 원에 달하는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 출판 비용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이재오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국제적 위상을 높인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는 발언은 어떤 근거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단순히 자신만의 착각과 자신을 밀어주는 보스이기에 그런 발언을 했다면 정치인으로 무책임한 주장이기도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일생을 정리한 '운명이다'는 출판된 지 한 달도 안돼 10만권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고, 안철수 원장의 책도 출판하면 매번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빌 클린턴과 노무현과 같은 인물은 퇴임 이후에 낸 자서전과 책들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 어디(?)에서 글을 쓸지는 모르지만, 퇴임 이후 출판할 책이 얼마나 팔릴지 참 궁금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책을 산다는 것은 그 인물을 기억하고 그 인물의 삶과 사상을 알고 싶다는 증거입니다. 억지로 돈을 들여 자신의 사상과 삶을 홍보해봤자, 그 안에 진실과 감동이 없으면 사람들은 외면합니다. 왜 국민이 싫어하는 대통령이 되었는지 곰곰이 반성해보는 참회의 책을 쓰는 것은 어떤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