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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부산대학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안 원장의 이번 강연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그가 강연에서 했던 말은 많은 언론 기사로 보도됐습니다. 

이번 안철수 원장의 강연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을 보입니다. 그의 강연 내용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우리가 그의 강연을 통해 어떤 것을 깨달아야 하는지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통합진보당 종북 세력 비판?'

안철수 원장은 이번 강연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진보정당이 북한의 인권,평화 문제를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그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많은 언론들은 안철수 원장이 종북세력을 비판했다면서 그의 발언을 과장되게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 보편적 인권이나 평화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이 부분이 안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느냐" 면서 "진보정당은 인권·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데 이런 잣대가 북한에 대해서는 다르게 적용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그의 발언에 대해 언론은 과도하게 그의 말을 부각시켜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 통합진보당 내 세력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 안철수, 종북 세력과 선 그으며 대권행보‎
- 북한의 3대 세습을 회피하는 것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런 해석과 다르게 안철수 원장이 핵심으로 말했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그것은 사상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밝혀야 한다는 정치인의 자세를 말했다는 점입니다.

"개인의 사상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지만 국가 경영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이 문제에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원장 부산대 강연 중 발췌)

저 또한 사상은 자유로와도, 정치인이라면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가보안법의 문제가 있지만, 어떤 부분에는 우리가 그런 점을 알아야만,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정치 세력으로 지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안철수 원장의 발언 내면에 있던 다른 언어를 언론은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철수 원장은 "북한은 좋든 싫든 대화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부터'종북세력'을 싸잡아 말하는 분위기가 과연 북한을 평화로운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종북세력'이라는 단어는 자신들의 권력을 흔드는 세력을 빨간색으로 만들어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만 악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철수 원장은 오랫동안 고민하고 발언한 자신의 내용이 앞서 제가 알려드린 언론의 '색깔론' 타령으로 덧칠해질까봐 "이 문제가 건강하지 못한 이념논쟁으로 확대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민들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했습니다.

여기에 "다수가 뽑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두고 일부가 '빨갱이'라고 공격하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의미로 '종북세력' 타령을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핵심은 북한의 인권과 평화문제를 개인이 아닌 '정치인'이라면 밝히는 것이 옳지만, 그것이 색깔론이나 이념논쟁으로 바뀌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해야지, 그가 무조건 종북세력과 선을 긋고 대통령이 되면 이런 사람들과 상종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기사가 아니라, '색깔론'을 가지고 안철수 원장을 이용하겠다는 조작과도 같은 것입니다.



'박근혜와 문재인을 바라보는 안철수의 시선'

안철수 원장은 "우리나라에 좋은 정치인들이 많다. 그분들 모두 나라를 위해 진심으로 고민할 것이라 믿는다. 예를 들자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 문재인 이사장이 그런 분들 중에 한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문재인 의원을 향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신뢰성과 지도력이 뛰어난 분이고 문 이사장은 국정 경력, 인품이 훌륭한 분이다" 안철수 원장이 말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특징은 신뢰성과 지도력입니다. 아마 그녀가 현재 새누리당을 지배하고 있는 부분과 그의 지지 세력의 탄탄함을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문재인 전 이사장을 향해서는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그의 경력을 높이 사고 있으며, 문재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그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인품 때문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문재인 전 이사장이 안철수 원장에게 제시했던 ‘공동정부론’에 대해서는 "이 시점에서 제가 생각하거나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굳이 저를 거론해서 말한 것이라기보다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그분의 좋은 철학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라는 말을 통해 ‘화합의 정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이런 발언은 자신이 확실하게 대선출마를 결정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답변을 할 경우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으로 자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철수 원장은 이번 강연에서 오랜 시간 “우리 시대에 주어진 과제는 복지,정의,평화”라면서 특히 정의에 대한 화두를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안 원장의 강연 핵심의 내용이었던 복지,정의,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가 중요하며, 이런 정치를 위해서는 소통과 함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게 정치 세력, 특히 보수와 진보는 적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형태이며, 정치가 ‘권력 쟁취를 목적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에 대해서만 싸우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만 된다면, 복지·정의·평화 사회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안철수 원장이 다시 한번 대선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만약에 저에 대한 지지율이 온 뜻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게 되면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 누구의 입을 통해서 어떻다는 것은 믿지 마라"면서 아직도 대선출마를 자신이 결정하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이런 대선출마에 관한 고집은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모습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스스로 정책과 정치 경력을 보여주면서 지지자를 모으고, 조직을 구성하고, 정치권과의 협력을 통해 자신 스스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은 "제 경우는 의지를 갖고 대중에게 뜻을 밝히는 일반적인 정치인들과 다르며, 제 경우는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걸 온전히 제 개인 지지라고 생각한다면 교만이 된다. 그래서 만약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대, 저를 통한 사회적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도리다. 제가 그 과정 중에 있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인과 안철수 원장의 다른 점은 정치의지가 자신에 의해서 이루어진 정치적 지지도와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선택한 인물이 자신이라는 부분입니다.

안철수 원장은 "정치가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면서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자신을 대선 주자로 손꼽는 사회 분위기가 구태의연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반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배경을 내비쳤습니다.

정치는 싸움이지만 기본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싸움이다. 권력 쟁취를 목적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에 대해서 싸우면, 합의에 도달하지 않고 평행선만 간다면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안철수 원장의 부산대 강연 중 발췌)

오늘 우리가 안철수 원장의 강연에서 깨달아야 할 점은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가 필요하고, 이 정치가 평행선만 치닫는 싸움판이 아닌 기본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인 소통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19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정치적 합의를 할 수 있는지 국민은 불안하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인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안철수 원장을 무조건 지지하고 여타의 대선주자를 그저 좋아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정치가 왜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정치 철학이나, 우리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그들을 통해 깨달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를 통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