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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여진은 왜 경찰청 게시판에 글을 남겼는가?



50살이 넘은 한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18살 때부터 옷공장,신발공장,가방공장에서 일하다가 21살에 남자도 하기 어렵다는 용접 기술을 배워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옛 이름)에 정식 입사를 합니다. 그녀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를 나이 오십이 넘었는데 35m의 크레인에 오르게 했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그 높은 곳에서 그녀가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주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그녀를 위해 힘을 씁니다. 어떤 권력을 동원한 일이 아닌, 그저 게시판에 글을 한 편 올립니다.


연기자 김여진씨는 부산 경찰청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현재 한진중공업 노동자 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고공 크레인 농성을 하는 김진숙씨를 포함한 한진중공업에 공권력을 투입하지 말라는 글입니다.

현재 145일째 크레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진숙씨를 연기자 김여진씨가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김여진씨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불법시위라고 규정하는 행위에 대해서 응원하는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요?

그녀가 올린 경찰청 게시판의 글은 과연 진실일까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지역에서 많은 고용창출과 경제 효과를 보이면서 성장한 기업입니다. 그런데 한진 중공업이 지난 2월2일 노동부에 335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정리해고 일시도 3월5일 또는 즉시로 못을 박을 정도로 확고했습니다.

기업이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회사 미래가 불투명하면 직원을 해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원 해고는 기업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한진중공업은 조선 사업에서 지난 10년간 많은 흑자를 냈던 기업인데 정리해고를 한다고 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진중공업이 적자 기업인지 한번 조사해봤습니다.


한진중공업의 작년 영업이익은 1천497억 원입니다. 영업이익률을 따지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STX조선보다 월등히 높은 14,7%입니다. 같은 조선업계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주주에게 주식배당은 기업이 흑자로 경영을 잘하면 배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진중공업은 주주들에게 174억 원의 주식과 현금 52억 원을 배당했습니다. 돈이 남았으니 주주에게 배당했지, 적자였다면 절대로 하지 못할 일입니다.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4명의 상근이사의 급여는 12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급여를 받는 상황에서 급여 인상은 1억 9천9백만 원입니다. 만약 회사가 마이너스가 되고, 돈이 없어서 직원을 335명이나 해고한다고 했으면서 기업 대표와 임원진이 12억 원이 넘는 월급을 받고 2억 가까운 급여 인상을 했다는 사실은, 기업윤리를 떠나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악덕기업의 전형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한진중공업은 절대로 직원을 해고시킬 이유가 없는 잘 나가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직원을 정리해고 시키는지 다시 찾아봤습니다.

한진중공업은 7,000억 원을 들여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설립했습니다. 한진중공업이 글로벌 조선소를 목표로 시작했다고 하는데, 현재 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는 문제투성이입니다.

▶ 한진중공업 필리핀 법인에 790억 원 채무보증
▶ 필리핀 수빅조선소 차입금 이자 1천9백25억 원 한국 한진중공업 부담
▶ 2007년 이후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28명 사망
▶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노조설립 방해 공작 및 노조 설립 노동자 해고
▶ 필리핀 상원의회 수빅조선소 산재 사망 조사 추진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의 수주물량이 없어서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신규 수주 물량을 모두 필리핀으로 돌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한진중공업이 수주받을 수 있는 역량은 필리핀이 아닌 영도조선소의 기술력 때문이었는데, 신규 물량은 필리핀에서 작업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제3세계 싼 노동력을 착취하며 돈을 벌기 위해 설립한 회사라는 점입니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는 2007년부터 28명의 산재 사망사고가 나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에서 인종 차별과 인권 탄압,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있는 악덕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필리핀 상원의회가 진상조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주필리핀 한국 대사가 막고 있겠습니까?

김진숙씨는 1986년 한진중공업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실제로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 의해 부당해고 결정을 받아 복직이 결정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출근투쟁을 벌이면서도 한진중공업에 복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였던 김진숙씨는 단식 24일째 병원으로 실려갔고, 그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35m 크레인에 올라갔습니다.

18살 때부터 가방공장,신발공장을 전전하며 열심히 살던 그녀가 30여 년 동안 얻은 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열심히 살려고 남자도 힘든 용접기술을 배웠지만, 지금 그녀에게 남은 것은 거대 악덕 재벌기업에 홀로 싸울 수밖에 없는 참담한 아픔과 공권력이 아닌 사권력에 맞서는 현실이 남았을 뿐입니다.


김여진씨를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며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사회입니다. 그녀를 소셜테이너로 만든 이 사회가 어쩌면 비정상적인 사회라고 저는 부르고 싶습니다. 김여진씨가 외쳤던 목소리의 실체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규범으로 지킬 수 있었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 반값 등록금 공약을 약속했으면서 왜 지키지 않습니까?
▶ 5.18 학살의 주범을 왜 학살자라고 부르지 못합니까?
▶ 부당한 정리해고 노동자에게 왜 공권력을 투입합니까?

공권력이 사권력이 되어 74년 동안 부산사람이 힘을 합쳐 일구어낸 회사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탄압하며 돈을 더 벌겠다고 필리핀에 가서 대한민국을 나쁜 나라로 만드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김여진씨가 경찰청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밖에 없는 힘의 한계가 대한민국에 존재합니다. 그녀는 어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평범한 시민이 그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정도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가진 한계입니다.

사진및 자료출처:울산노동뉴스 박준성


김진숙씨처럼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 사례의 시작은 일제 강점기 1931년 5월31일 강주룡의 평양 을밀대 지붕 농성이었습니다. 평양 평원고무농장 노동자였던 강주룡은 5월16일부터 시작된 회사의 일방적인 임금 삭감에 항의했습니다. 

5월28일까지 노동자의 항의에도 끄덕하지 않는 회사를 보면서 직원들은 단식투쟁을 벌였지만, 조선인 사장은 오히려 일본 경찰을 불러 들여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강주룡은 죽음을 각오하고 을밀대에 올라 지붕에서 임금 삭감에 대한 취소가 이루어질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농성을 벌였습니다.


80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과 일제 강점기의 조선이 무엇이 다릅니까?

악덕기업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열심히 일한 노동자를 탄압해도, 법은 오히려 일본 경찰처럼 노동자들을 회사밖으로 끌어내고 그들을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아댑니다.일제 강점기 을밀대에 올라간 강주룡이 막대한 임금을 요구했습니까? 아닙니다. 그저 정당한 노동의 대가만을 요구했습니다.

김제동씨와 김여진씨처럼 소셜테이너를 요구하는 한국 사회가 저는 비정상적이라고 외칩니다.외국과 다르게 한국의 소셜테이너는 가장 민주적인 국가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기본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주류 언론이 외면하는 현실을 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여진씨가 자신의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트위터에 멘션을 날리고 경찰청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위협받는 시대입니다.

김진숙이라는 트위터 친구를 위해 김여진씨가 했던 작은 일은 그녀가 유명해지거나 인기를 얻기 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상식적인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아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작은 외침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권력자와 재벌에게는 공권력을 사권력으로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에게는 아픔을 함께 나누는 힘이 있습니다.
쉰 목소리와 부르튼 그들의 손을 함께 잡아준다면 80년 전과는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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