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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장성택 실각설' 알고보니 국정원 작품?



12월 3일 저녁, TV를 보는 시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준 전시상태처럼 뉴스마다 북한 소식이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장성택 실각'이라는 단어와 함께 '측근 2명 처형'이라는 소식은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장성택은 북한 김정은의 고모부로 김정은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든 사실상의 2인자입니다. 그가 실각했다면 분명 북한의 권력에는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가 실각했다가 아니라. 측근 처형으로 '실각'이 예측됐을 뿐이라는 점입니다.

'장성택 실각설'을 TV 3사가 메인 뉴스와 함께 5~6개의 특집 기사를 다룰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분명 청와대와 국방부에도 무엇인가 변화가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아제르바이잔 국방장관과 만찬 행사를 벌였고, 청와대 지하벙커도 조용했습니다. 무슨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나 NSC 위기관리센터, 국가안보실 등은 물론 청와대에서는 그 흔한 논평조차 없었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방송 3사가 모든 소식을 제쳐놓고 보도할 만큼 엄청난 뉴스(?)를 정작 국방부와 청와대가 별일 아닌 것처럼 넘어갔다는 사실이?

' 12월 3일, 국정원을 향한 死者 회담 열리다'

국정원이 '장성택 실각설'을 흘린 시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여야는 12월 3일 저녁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가 참여한 '4자 회담'을 열었습니다.


이날 '4자회담'에서 여야 지도부는 '국정원개혁특위'를 개설하는 데 합의하였습니다. 여야는 국정원개혁특위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국회정보위 상설화
▶ 국정원 예산 통제 강화
▶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구성원 등 공무원의 정치 관여 행위 처벌 강화
▶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의 정치 관련 범죄 공소시효 연장
▶ 국정원 직원 국회 등 정부기관 부당 출입 정보활동 금지


여야 지도부가 합의해 만든 국정원개혁특위 임무를 보면 국정원은 이제 큰일이 날 정도입니다. 정보위를 통한 감시와 예산 통제, 정치 관여 행위 금지와 정보활동 위축 등은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정원의 정치 관련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연장된다면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재보궐 선거 등에 관여했던 국정원 직원들의 기소와 법적 처벌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12월 3일에 열린 여야 지도부의 '4자회담'은 국정원에는 '死者 회담'이었습니다.

'국정원의 장성택 실각설, 왜 하필 5시였을까?

국정원의 '장성택 실각설'이 처음 나온 곳은 국회정보위입니다. 12월 3일 오후 4시 30분, 국정원은 한기범 1차장을 국회로 보내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과 여야 정보위 간사에게 '장성택 실각 가능성'이라는 정보를 보고했습니다.

보고가 끝나기도 전인 4시 40분, 갑자기 YTN에서 긴급속보로 '장성택 실각설'이 보도됐습니다.


아이엠피터가 국정원이 제공한 '장성택 실각설'에 의문을 갖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① 공개 처형된 사실을 왜 지금에 와서야?

장성택 측근 2명이 처형된 시기는 11월 중순,하순등 언론사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중순으로 생각하면 약 보름 동안이나 국정원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극비 처형도 아닌 공개 처형된 사실을 굳이 보름이나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있었을까요?

국정원은 보름동안 정보를 검증했지만, 장성택 실각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나온 사실은 단순한 장성택 측근 처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정보에 불과했습니다.

국정원은 보름 동안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여야 4자회담에서 '국정원 개혁특위'가 합의되자, 곧바로 공개해서 이슈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 - 박근혜 말대로라면 '청와대'는 이미 처벌 대상

이와 함께 국정원이 청와대가 개입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찍어내기 의혹을 감추기 위한 전략도 숨겨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② 국정원 개혁 요구하면 나오는 '북풍'

사실 이번 장성택 실각설은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가 공개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국정원이 가진 정보는 통일부 내지는 국방부, 청와대 등이 공개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통일부 대신 언론에 셀프 공개했습니다.



국정원의 이런 행태는 꼭 국정원 개혁안이 요구될 때만 나옵니다. 지난 10월에도 국정원은 자체개혁안을 제출하라는 압력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남재준 원장은 김정은이 3년 내에 한반도를 무력통일 하겠다고 수시로 공언하고 다닌다는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국정원은 사전에 입수한 북한 관련 정보를 모아 놨다가, 자신들에게 필요할 때만 공개하는 수법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안위가 더 중요한 집단입니다. 
 
③ 왜 하필 5시인가?

국정원이 '장성택 실각설'을 5시 전후로 공개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시간이 저녁 뉴스의 마감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8시,9시 뉴스에 맞추려면 이 시간도 빠듯합니다. 그래서 이때쯤 기삿감이 나오면 언론사는 대부분 시간에 쫓겨 확인 절차를 거치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이런 언론사 마감 시간에 맞춰 폭로하는 대표적인 사람이 매카시즘이라는 말을 만든 미국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었습니다.

전쟁주의자,군수업체,보수주의자들의 입맛에 길들여진 언론은 그가 했던 말의 사실 여부는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뉴스를 만들기 위해 확대,생산하여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아직도 '북풍'이 통하겠느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통합니다. 무슨 전쟁 위협도 아닌데도 대한민국 뉴스와 언론에서는 '장성택'만 줄기차게 특집,분석,인터뷰,대담 등을 보도하며 난리법석을 피웁니다.


국정원은 분명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수집한 안보 정보를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만 공개합니다. 이들에게 안보란 국정원을 위협하는 존재들에 대항하는 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할 뿐입니다.

최소한 생각이 있는 기자라면, 국정원이 이 시점에 왜 이런 정보를 공개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기사를 쓰고 뉴스를 내보내야 할 것입니다.

더 서글픈 것은 이런 뻔히 보이는 국정원의 농간에 놀아나는 언론을 그대로 믿는 시청자가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