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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 지난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 간 사연



오늘은 두 돌 반이 지난 에스더가 오빠가 다니는 송당초등학교에 왔습니다. 학교에 오니 꽃도 있고, 교훈이 새겨진 커다란 돌도 있고, 이순신 장군 동상에 태극기도 걸려 있습니다.

지금 월세로 사는 펜션도 단지가 넓어 늘 뛰어다니지만, 오늘은 그보다 훨씬 넓은 잔디밭 운동장에 각종 미끄럼틀도 있는 놀이터도 있어 에스더가 더 신이 났습니다.

두 돌 지난 에스더가 송당초등학교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오빠의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요셉이는 6월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에 부반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반장이라고 행복해하는 요셉이와 다르게 아빠는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립니다. 그것은 요셉이 반의 학생 수는 달랑 5명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3개월에 한번 반장,부반장을 뽑는데, 5명 학생 중에 요셉이가 부반장으로 뽑힌 것입니다. 부반장이라고 혜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전체 조회 때 반장이 맨 앞에 서고,부반장이 맨 뒤에 서는 정도입니다.

사실 요셉이는 유일한 남자이자 키가 제일 커서 원래 맨 뒤에 서는 아이라, 호칭만 있지 아무 특권도 없는 부반장을 왜 좋아하는지 아빠는 아직도 모릅니다.




2학년 학생이 5명이니 전교생을 모두 합쳐도 40명 남짓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개수업이라 뒤에서 얌전히 참관만 해야 하는 에스더이지만, 당당히 수업에 참여해서 언니, 오빠와 함께 찰흙 수업을 함께합니다.

사실 송당초등학교에서 에스더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은 잘 모르시지만, 학생 대부분은 에스더를 알아, 지나가면서 에스더 볼을 만지기도 하고, 학부모들은 에스더를 놀리기도 합니다.

'기저귀도 안 떼고 학교에 왔네, 빨리 기저귀 떼야 1학년이 될 수 있어요'


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학교에 간 오빠를 따라 학교에 가고 싶은 동생들의 얘기가 종종 나오는데, 에스더는 영화 속 아이처럼 창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내 어디든 종횡무진 다닙니다.

교실에 있는 교보재는 당연히 에스더의 장난감이 되고, 그런 에스더를 언니들은 늘 도와주고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선생님들도 불쑥 교실에 들어오는 에스더를 나무라기보다는 '에스더가 왔네요' 하기도 하고 학생들은 '에스더 왔다'하면서 수업 도중에 우르르 에스더에게 몰려들어 '아이 귀여워, 에스더 많이 컸네'하기도 합니다.

아빠,엄마 입장에서는 수업에 방해되는 에스더가 얄밉기도 하지만 선생님과 학생들은 마냥 에스더가 귀엽기만 하나 봅니다.


활발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돌아다니는 에스더와 다르게 요셉이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입니다.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어제 공개 수업을 보면서 느낀 것은 반 아이가 5명밖에 없으니 선생님께서 골고루 질문하시고, 5명의 아이의 답변을 모두 듣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습니다.

반 학생 수가 30명만 돼도 절대 그럴 수는 없겠지만, 5명 아이의 얘기 전부를 들어도 시간은 채 5분도 안 되니 수업 중에 딴짓할 수도 몰래 잠을 잘 수도 없는 단점(?)이 있더군요.



물론 요셉이는 그 와중에도 멍 때리다가 잠시 조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께서 바로 눈앞에 계시니 금방 눈을 뜨긴 했습니다.

요셉이의 공개수업을 몇 차례 참관했지만, 1학년때보다 발표력이 점점 나아지는 요셉이를 보면서 역시 교육의 힘은 위대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습니다.



어제 요셉이가 다니는 2학년 공개 수업의 주제는 '기부'였습니다. 돈이 있던지 없든지에 상관없이 기부하는 모습을 통해 반 친구끼리도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부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간단하게 줄넘기를 못 하는 아이에게 줄넘기를 가르쳐주는 일도 재능기부가 된다는 사실은 어제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리기를 못 하는 친구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장난감이 없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기도 하는 모든 일이 기부된다는 점을 배우니, 어쩌면 '아이엠피터'도 많은 기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품으로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이엠피터에게는 매달 금전적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달걀처럼 먹을 것을 후원해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여기에 요셉이 에스더 장난감과 옷을, 필요한 자료를 위해 책을 사라고 도서 상품권을 보내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이처럼 물품이나 금전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기부도 있지만, SNS로 아이엠피터의 글을 널리 알려주시는 분들, 오타와 미처 찾지 못했던 자료를 알려주시는 분들, 매일 아침 꼬박 꼬박 글을 읽고 추천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기부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행복하다는 아이들의 답변을 듣다보니, 아이엠피터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매달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직장인의 월급으로 겨우 살면서 후원해주신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요셉이의 꿈은 파일럿입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요셉이에게 육지를 오가며 타는 비행기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엄마는 매번 비행기를 보면서도 어디 항공사인지 잘 모르지만, 요셉이는 멀리 가는 비행기를 보면 '아 대한항공, 저거는 티웨이,요거는 제주항공, 이렇게 생긴 아시아나도 있네'라며 다 맞추기도 합니다.

아빠로서는 파일럿이 되려면 공군사관학교를 들어가야 하고, 가서도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과정을 알기에 그리 쉬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더 커서 아니 중학교만 올라가도 조종사가 되려면 얼마나 많이 공부해야 하는지 깨닫고 좌절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셉이의 꿈이 꼭 불가능하다고만 보지 않습니다. 글짓기 대회에서 상 한 번 타보지 않고, 국문과나 언론학과를 나오지 않은 아빠도 블로거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요셉이와 에스더를 보면서 무엇이 저 아이들의 장점이 되고,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배우고 놀고, 경험하게 하고 싶습니다.

파일럿의 꿈이 엔지니어로 나중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바뀔 수 있지만, 어떤 꿈이든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한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라는 천하 태평한 생각을 하는 아빠입니다.

남들이 볼 때 아이 교육에 무지한 아빠로 보이겠지만, 사십 중반을 넘어서 가진 생각은 학교가 즐겁고 좋으면 요셉이와 에스더 모두 자신의 꿈을 제대로 찾을 수 있고, 실패해도 일어서는 힘을 기를 것이라 믿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별로 좋았던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나 요셉이 학교를 보면 참 학교 생활이 재밌어 보입니다. '나도 어릴 때 저런 학교에 다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부럽기도 하고 가끔은 배가 아프기도 합니다.

공부는 그리 잘하지 못하는 요셉이지만, 학교 가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이 요셉이에게 삶의 지표가 되는 시간에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에스더 나이는 겨우 두 돌이 지난 만 두 살입니다.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했지만, 내년이면 오빠가 다니는 송당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1학년 언니,오빠들이 부르는 노래를 함께 배울 수도 있습니다. (요셉이가 다니는 송당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유치원과 함께 하는 수업이 많습니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우리 식구 자고 나면 주고받는 말.
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 맛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 뛴대요.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나는 나는 이 한 마디가 정말 좋아요.
사랑 사랑해요.
 

요셉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몰래 배운(?) 노래입니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가 참 좋은 말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매월 초에 사랑을 받았던 얘기를 하면서 아이엠피터는 신이 나고 즐겁습니다.

오늘은 6월의 첫날입니다. 이번 한 달은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고 듣는 날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니 나이가 사십이 넘었는데도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