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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블로그후원

유치원에 간 에스더, 이젠 돈까지 주다니


에스더가 드디어 유치원에 입학했습니다. 에스더는 덩치만 컸지, 아직도 만 40개월도 지나지 않아 걱정이었습니다. 아빠의 걱정을 뒤로하고, 에스더가 무사히 유치원 입학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유치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너무 일찍 유치원에 보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나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골에는 마땅한 어린이집도 없거니와 오빠와 같이 등교하는 편이 오히려 낫기 때문에 결정하고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잘 적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침마다 유치원 등원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아침잠이 많아 깨우는 일부터가 전쟁입니다. 일어나지 않는 에스더 때문에 요셉이의 등교가 늦을까 봐, 아내는 항상 발을 동동 굴립니다.


자는 에스더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옷을 갈아 입힙니다. 물론 어느 때는 이불에 둘둘 싸매고 옷은 그냥 들고 가서 유치원 선생님에게 부탁하는 민폐를 끼치기도 합니다.

옷을 입고도 차를 타기 싫어하는 에스더를 반강제로 차에 태워 유치원에 가도 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차에서 내리기 싫은 에스더는 어리광을 피우느라 '업어달라','안아달라' 주문이 끝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데리고 유치원 문 앞에 도착해서도 들어가기 싫다고 하거나 엄마도 같이 들어가자고 떼를 쓰지만, 선생님들의 교육방침에 따라 그냥 아이를 놓고 와버립니다.

간혹 선생님 품에 안겨 창문으로 엄마,아빠가 떠나는 모습을 보는 에스더를 보면, 이상하게 찡하기도 합니다.


에스더를 모르는 선생님이나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유치원에 입학하고 둘째 날 점심시간에 밥먹다가 꾸벅꾸벅 졸았던 모습을 선생님들이 목격한 뒤로는 거의 명물급이 됐습니다.

아직 집에서 하는 버릇이 남은 에스더는 고집도 세고, 친구에게 양보를 하지 않아 싸우기도 합니다. 남자아이를 때렸다는 말을 듣고는 얼마나 그 아이에게 미안하고, 부모에게 죄송스러운지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어릴 때 동네 아이를 때려서 부모님이 매번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찾아갔느냐고 투덜댔었습니다. 그런데 에스더가 친구를 때려서 아이 부모를 찾아가니, 그때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민망하고 마음이 상했을지 짐작이 되더군요.


에스더는 몇 주 유치원에 다녔다고, 저녁마다 유치원에 간다고 가방을 챙기고 메고 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에스더의 유치원 가방은 항상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에스더의 가방을 검사해보면 요셉이 교과서와 장난감, 인형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몰래 과자도 숨겨 놓기도 하는 통에 저녁에 한 번, 아침에 한 번 꼭 가방검사를 합니다.

벌써 가방검사를 해야 하는 아빠는 커서도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됩니다. 나중에는 가방 보자는 말만 나와도 문 꽝 닫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겠지만....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징징대던 에스더가 유치원에만 가면 집에 오기 싫어합니다. 놀이터에서 언니들하고 노는 것이 너무 재밌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만 해도 크라이밍 경사로를 오르지도 못했는데, 요새는 혼자서도 거뜬히 올라갑니다. 얼마나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 저질 체력 아빠는 에스더와 잡기 놀이를 하면 금새 숨이 차서 죽을 지경입니다.

아직까지 크게 아픈 적이 없던 에스더를 보면서, 아빠의 입에서는 '감사'라는 단어가 끊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그 자체만으로 에스더는 큰 '효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스더가 기저귀를 떼지 않고 유치원에 간다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오죽하면 기저귀도 떼지 않고 유치원에 가는 에스더가 걱정되는 글까지 썼겠습니까

[제주 이주] - 기저귀도 안 떼고 유치원에 가는 딸, 어떡하나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에스더가 유치원에 다니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기저귀를 완전히 졸업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간혹 실수하지만 이제 거의 기저귀를 차지 않습니다.

에스더가 기저귀를 차지 않음으로 아빠는 그동안 매달 10만 원씩 지출되는 기저귀와 물티슈 비용을 절약하게 됐습니다. 에스더가 1년에 1백2십만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남겨준 셈입니다. (그럼 그동안은 저많은 돈을 썼다는 ㅠㅠ)

▲2014년 3월에도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명단에 나오지 않거나 실명이 표기되지 않기 원하시면 impeter701@gmaiol.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엠피터는 전업블로거입니다. 수입의 반 이상이 블로그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정성 덕분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빨리 에스더가 기저귀를 뗐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억지로 떼면 안 좋다고 해서 참고 살았는데, 이제 그런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후원금으로 생활하면서도 나름 여러 곳에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수입이 줄어들어서 후원을 끊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에스더에게 지출되는 비용이 줄어서 계속 후원할 수 있어서 한시름 덜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빚이 있는데도 기부를 많이 했다고 신기해하는 새누리당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원이나 기부는 사실 경제력보다는 의지의 문제입니다. 어쩌면 에스더가 딱 맞춰 흔들리는 저의 마음을 잡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에스더는 얼마 전까지도 기저귀에 팍팍 응가를 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초롱이라는 집에서 기르는 개가 배변패드에 응가를 해서 냄새난다고 뭐라고 합니다.

진짜 똥 묻은 에스더가 겨 묻은 초롱이를 나무라는 꼴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혹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저의 잘못된 과거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아이엠피터는 어릴 때부터 사고뭉치로 성장하면서 부모님을 실컷 고생시켰습니다. 그런 제가 아이들이 조금 잘못했다고 혼내기도 합니다.


나중에 '아빠도 그랬잖아'하면 할 말 없는 경우가 많이 생길 듯합니다. ㅠㅠ


아이들이 장롱에 들어가서 장난치거나 이불이나 보자기를 가지고 놀때마다 아내는 야단을 칩니다. 그런데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놀았거든요. 요셉이와 에스더가 노는 모습을 본 친척들은 한마디씩 합니다.

' 너 어릴 적 놀던 모습하고 똑같다'

아~~ 물론 에스더처럼 팬티를 머리에 쓰고 놀지는 않았습니다. 뭐 가끔 엄마 스타킹을 머리에 쓰고 놀기는 했습니다. 


요셉이와 에스더가 항상 같은 자리에만 앉아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 또한 교과서보다는 소설책 읽기를 좋아했고, 남보다 다른 생각과 경험을 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앞만 보고 사는 인생보다는 뒤로도 보고, 앉거나 누워도 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우 힘들기도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성공을 위해서 고통을 참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아이들이 되길 아빠는 오늘도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이들이 있기에 아빠가 너무 행복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