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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02년 후단협'의 악몽이 재연되는 이유



2002년 후단협의 악몽이 재연됐습니다. 어제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 직후 민주당 전현직 의원 67명 (11월16일 3시 현재)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 지지대상을 택할 수 있는 자율선택권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민주당 내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진짜 구태의연한 정치 세력들이 언젠가는 그 이빨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2012년에  2002년 후단협 사태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봤습니다.

' 어이 없는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후단협과 같은 요구'

어제 있었던 민주당 전현직 의원 67명의 요구는 말은 그럴듯한 포장으로 했지만, 결국 안철수 후보를 민주당 내에서 자유롭게 지지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지금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 중에는 민주당 지지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현재도 자유롭게 민주당 내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가 될까요? 바로 민주당에서 감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일개 민주당원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상임고문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그것은 문재인 흔들기가 됩니다. 만약 민주당 내에서 최고위원이 민주당 경선을 치른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다면 보수언론이 가만히 있을까요?

' 문재인이 아닌 안철수를 지지하고 나선 민주당 의원들'
'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 문재인에게 강하게 반발'
' 민주당,탈당과 분당만이 남았나?'

대선을 앞둔 정치판에서 하이에나처럼 먹이를 찾아 헤매는 보수언론은 이때다 싶어서 물어뜯으려고 난리를 칠 것이고,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두 가지 파장을 불러올 것입니다.


첫째는 정치불신을 가중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야권분열입니다. 제2 후단협 의원들의 움직임은 '그놈이 그놈이다'.'야권은 저렇게 자기들끼리도 서로 싸운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고, 이런 모습은 고스란히 새누리당이나 야권이나 별 차이가 없어 대선을 포기하게 하기도, 후보 선택의 변별력을 떨어뜨리게 합니다.

문재인 후보 흔들기에 나선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말로는 정권교체를 위한 구국의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했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이 스스로 야권을 패배하게 하는 장본인이 되고 있습니다.

' 친노[각주:1], 그들이 과연 죽을 죄를 지었는가?'

어제 열린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기자회견을 제2의 후단협 사태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동교동계와 구민주계, 경선과정의 문재인 반대 후보측 인사들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내부와 외부에서 거론하고 있는 비난의 핵심은 친노계가 다 해먹고 있다는 소리와 4.11총선 실패의 책임이 친노세력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우선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당선자들의 성향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언뜻 친노계가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숫자상으로 친노계는 21%에 불과합니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친이계로 나뉘어있지만, 민주당은 친노계,정세균계,김근태계,시민사회, 손학규,구민주계 등 수많은 계파들이 존재합니다. 현 지도부가 모조리 친노계일까요? 어제 제2 후단협 사태를 이끌었던 이종걸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아닌가요?

여기서 우리는 2010 지방선거의 승리 요인과  4.11 총선 전에 왜 그토록 승리를 자신했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민주당이 잘해서였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노무현 서거와 함께 이루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재평가와 이명박 정권과 참여정부를 비교하다 보니 결국 정권교체만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친노 세력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흐름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였기에 친노가 등장했는데, 그 자체를 민주당의 다른 세력은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친노인사가 다 해먹는다는 말만 늘어놓고 그들만을 공격했습니다.

4.11총선에서 친노 세력이 잘못한 것은 분명 있습니다. (특히 지역주의를 안일하게 대처했던 점과 승리감에 도취해 새누리당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던 점, 친노인사라면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는 자만감 등) 그러나 그들 이외 민주당 인물들이라고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있을까요? 민주당 4.11 총선을 책임졌던 전략통들이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잘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친노세력의 잘못과 민주당 내 다른 세력의 잘못을 모두 끄집어냈을 경우, 누가 더 죽을 죄를 지었을까요? 피터는 친노세력 전부를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그들이 잘못 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친노세력을 제외한 다른 세력은 얼마나 떳떳하고 그들이 친노를 몰아낼 만큼의 명분과 정당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싶습니다.

피터는 친노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친노가 죽을 만큼 왕따와 몰매를 맞는 이유가 진정 친노세력 아닌 다른 세력에게는 없는냐고 묻고 싶을 뿐입니다. 왜 똑같이 잘못해놓고 친노라는 이름만으로 그들만 찢기고 상처받고 떠나야 합니까? 모든 세력을 똑같은 잣대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친노세력이 동교동계,구민주당계 등 다른 세력과 비교해서 죽을 만큼의 죄를 졌다고 생각하면 그 증거를 제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 언론에 휘말려 노무현 대통령을 폄하하고 왜곡했던 자들처럼 친노세력을 보지 말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민주당 내 여타의 세력과 비교해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의 친노 핵심 측근 중 전해철, 양정철, 이호철 등 '3철'을 포함해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김용익 공감2본부 부본부장, 윤후덕 후보 비서실 부실장,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후보 비서실정무행정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이 지난달 21일 일괄사퇴했습니다. 단일화 협상 중단으로 백원우 정무특보, 김현 대변인도 선대위에서 물러났습니다. 세상 어느 대선 후보가 자신의 사람을 달랑 한 명만 가지고 선거를 치릅니까?. 다른 대선 후보들이 친안,친박인사를 이렇게 자른 적이 있습니까?

문재인 후보의 팔, 다리를 모두 잘라 놓고 그에게 여전히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친노인사들이 얼마큼 양보하고 뒤로 물러나고 왕따를 당해야 합니까? 친노인사들이 그렇게 당할 만큼 정말 나쁜 놈이고 죽일 놈들 입니까?

' 정당 정치의 쇄신,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정당이 존재해야 하냐를 말하면 정치쇄신이 될 수 없습니다. 현행 대한민국의 정치는 정당정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피터는 정당정치의 쇄신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3가지가 있는데, 이것만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결선투표제','완전국민경선 공천'만 이루어져도 최소의 정책정당으로 갈 수 있는 터전은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특히 결선투표제를 했다면 야권단일화와 같은 과정이 필요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정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중앙당 권력싸움의 원인이 되는 공천을 개혁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정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저런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절대로 정당정치 쇄신은 어렵습니다. 시스템을 통해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바뀔 수는 있어도, 정당 내에 여러 세력들이 단순히 합의를 통해 정당개혁이 이루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적쇄신이 우선이냐 시스템이 우선이냐를 말하자면 피터는 시스템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스템을 바꾸는 일도 사람이 한다고 해도, 현재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하기는 그리 쉽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론이나 정책,공약으로 시스템을 선결제 하고 그 시스템에 따라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는 편이 더 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못을 박을 경우에만 가능한 방식)

정당정치의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지금 문재인 후보가 정당정치의 개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민주당 내 수많은 계파들이 모인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가 정당정치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 제2 후단협을 주도했던 정대철 전 대표의 2006년 신동아 인터뷰, 11월16일 기자회견장에 나왔던 사람은 이종걸 최고위원, 이부영 전 의장,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이철·이창복 전 의원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 67명이다.


오늘 피터는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안철수 후보의 연관성 관련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대선을 위해 꾹 참고 있고, 그것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정치블로거의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늘 글은 지금 모든 국민이 정치 개혁을 통한 야권단일화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이때에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다시 생뚱맞게 등장해, 야권단일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진짜 야권단일화를 위하는 구국의 마음이 있다면 아래처럼 기자회견을 해야 했습니다.

' 오늘 우리는 야권단일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원로이자, 민주당을 사랑하는 저희들은 이와같은 야권단일화를 위해 스스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원하는 정당 쇄신을 위해 우리부터 계파와 출신, 성향에 상관없이 야권단일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뛰겠습니다. 민주당의 쇄신을 위해서라면 후배 의원들을 설득해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야권단일화를 바라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가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엠피터의 생각)

구태의연한 정치세력으로 아직도 정치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진 저들이 어떻게 야권단일화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원로들이라면 그들 스스로 기득권을 내놓아야 후배들이 배울 수 있건만, 그들은 정치를 분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무엇을 위해 제2 후단협 사태를 만들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공동체에는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관하여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주장을 하면서 각기 제 갈 길을 가고,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 하여 이를 방치한다면, 공동체는 와해되고 말 것입니다.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통합하고 이를 이루는 방법에 관하여도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1. 피터는 친노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글의 흐름상 어쩔 수 없이 친노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