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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백기 들게 한 장본인,누군가 보니



드디어 야권단일화 협상이 재개됐습니다. 지난 14일 이후 중단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 모든 국민이 걱정과 우려를 했지만, 결국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단일화를 위해 어제(11월18일) 오후 8시에 만났고, 단일화 관련 3가지 사항에 합의했습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새정치공동선언에 합의 했다. 이것은 개혁의 시작이라는 점을 합의했다
2. 단일화 방식은 협상팀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3. 정권교체와 대선승리를 위해서 힘을 합칠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단과 함께 진척을 보이지 않았던 '새정치공동선언'에 합의했고, 이를 통해 두 사람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단일화 방식을 협상팀에서 즉각 논의하기로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정권교체와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칠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어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 재개를 보면서, 우리는 감동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감동이었는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자기 장수 스스로 목을 베게 한 문재인의 진심'

야권단일화 협상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서로 간의 오해도 있었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민주당의 구태정치 쇄신에도 있습니다. 사실 정당정치의 쇄신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에 그런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금방 무언가의 결론을 보여주기는 무리가 따릅니다.

특히, 상대방이 요구한다고 그것을 즉각 이행하는 일 자체가 주도권 싸움이 달린 협상 테이블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쉽지 않으리라고 봤던 일이 순식간에 이루어졌습니다.

▲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총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출처:뉴시스


11월 18일 오전 11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시작됐고, 이어 회의간 끝난 12시 20분경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 전원이 총사퇴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박지원 원내 대표의 경우 정기국회 업무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된 이후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이해찬,우상호,강기정,추미애,이용득 등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한 이유는 안철수 후보의 민주당 정치 쇄신 요구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고뇌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문재인 후보의 고뇌를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문재인 후보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진실한 사람이며 의리가 있고 옳게 살려고 노력하는 분입니다. 국민의 삶과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분입니다."(민주당 지도부 총사퇴 기자회견문)

그렇다면 왜 문재인은 고민했을까요? 민주당 지도부가 정치 쇄신의 대상이기 때문에 빨리 나가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고민했을까요? 아닙니다. 그가 고민한 것은 상대방이 요구했던 부분이 자기 장수의 목을 베게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야권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전투를 벌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능한 장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장수의 목을 베어버리라는 요구를 받았기에 그는 고민했던 것입니다. 과연 전투의 승리를 위해 자기 장수의 목을 베는 일이 정당한가, 진정 그것이 민주당을 이끄는 대장군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를 고뇌했습니다.

그의 애끊는 고민을 눈치챈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스스로 자신들의 목을 베었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야권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큰 전투에서 승리하려는 염원이 문재인 후보에게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 핵심 참모들이 퇴진하는 기자회견, 출처:뉴시스


지난 10월 21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핵심 참모였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 수석' 등 속칭 친노 9인방이 스스로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들이 왜 물러났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을 따르고 문재인 후보를 도왔던 그들의 모습이 '친노세력'이라는 단어로 비난받자, 행여나 문재인 후보의 걸림돌이 될까 스스로 선대위 자리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끊임없이 자기 장수들의 목을 벴습니다. 스스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떠난다고 했을 때 그들을 붙잡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지금 문재인 후보를 지켜주는 장수보다 홀로 적진에 나가서 싸우더라도 정권교체라는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 때문입니다.

'단기 필마'로 혼자 적진에 뛰어들겠다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찌 이리 무모할까 싶지만, 장수가 자기 목숨을 버리고 전투에서 앞장선다면, 결국 많은 병사들이 그의 뒤를 따르리라는 희망도 품어봅니다.  

' 무기를 내려놓고 맨몸으로 싸우겠다는 문재인'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지도부의 사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단일화를 위해 어떤 방식이든 모든 것을 안철수 후보에게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안후보측과의 조속한 단일화논의 재개를 촉구한다. 시간이 없다. 이미 다양한 단일화 방안의 모색은 시간상 불가능해졌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논의와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속한 타결을 위해서 여론조사 방식이든 여론조사 +@ 방식이든 단일화 방안을 안후보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 "(문재인 후보 기자회견문)

야권단일화 후보가 되기 위한 방식의 협의는 각자가 서로 잘 쓰는 무기를 어떤 것으로 할지를 결정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큰 전투를 치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를 고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문재인 후보는 그런 무기를 아예 포기해버렸습니다.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여겼던 '여론조사 방식이든 여론조사+@ 방식이든' 안철수 후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안철수 후보가 정한 룰대로 싸우겠다고 무장해제를 한 상황이 됐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야권단일화 방식을 안철수 후보가 결정하도록 맡기겠다는 발표를 했던 기자회견


협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챙기고,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그런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는 안철수 후보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이 아니라, 큰 전쟁을 함께 치르는 동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치 동지를 향해서는 자기의 무기를 내걸 이유가 없다고 문재인 후보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동지끼리는 서로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는 것이지, 날카로운 칼을 숨겨놓고 배짱을 부릴 이유가 없다고 그는 봤습니다.

민주당 협상팀은 문재인 후보의 이런 결정에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냥 아무런 무기 없이 테이블에 앉아서 안철수 후보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믿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무기 없이 나가더라도 그에게는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정신력이라는 강력한 한방이 있다는 사실을.

전투는 무기가 좋다고 항상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전투를 치르기 위해서는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각오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비록 아무런 무기를 들지 않고 나간 문재인 후보지만, 동지 앞에 손을 내민 그를 통해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오, 죽을 각오로 맞서면 반드시 살 것이다.)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 문재인에게 백기를 들게 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이후 '오마이뉴스'와 가진 열린 인터뷰에서 속상한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 쪽이 제기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 주장에 대해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하기 위해 선행조건으로 민주당이 먼저 다 (혁신)돼야 한다고 한다, 민주당에 대한 선의의 충고는 고마운 일이지만, 약간 아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부분은 우리에게 맡겨줘야 한다, 민주당의 혁신 속에서 풀어 나아가야 할 문제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문재인,김정숙 여사, 감기몸살로 눈이 충혈되고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출처:오마이뉴스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 쪽이 친노 9인방 퇴진선언 이후에도 이들이 막후정치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질문에도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의심하는 것은) 단일화 대상 안 된다는 말밖에 안 된다. 자꾸 (두 후보 사이를) 벌리는 질문이라 생각하는데 내가 윤건영씨 문제만 해도 정색해서 말씀드리자면, 윤건영씨 배석하면 안 될 이유 뭔가? 친노였다는 이유로? 그 이유 묻고 싶다. 물론 그걸로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니 그렇다면 빼면 된다. 윤건영씨 배석하면 안 될 이유 무엇인가. 그런데 반면에 이태규씨 한나라당 경력을 페북에 하나 올린 건 안 된다는 것 아닌가.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제 이야기는 지금은 옳고 그름 문제보다 이런 이야기가 한 달 전이면 시시비비 따지고 하면 좋은데, 지금은 채 일주일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시기를 조금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시시비비 따지기 전에 풀건 풀어버리고 시간 걸리는 문제는 해결 과제로 병행해나가기로 하고 논의해나가자는 것이다. 말씀드리고 싶은 취지 잘 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간곡하게 말씀 드린다."

문 후보로서는 지금 그에게 장수의 목을 자꾸 베라고 요구하는 압력이 섭섭했을 것입니다. 과연 그들이 목을 베일 정도로 잘못했느냐는 반문도 생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는 11월 16일 가졌던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는 예전과 다르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그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꾼 사람이 있었습니다.

▲17일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한 대선후보들, 출처: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마이뉴스 인터뷰 다음 날인 토요일, 단일화 협상 중단 이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한국노총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만났습니다. 서로 가진 생각의 차이를 단일화 협상 중단으로 확인하면서 얼마나 마음들이 상했겠습니까? 떨어져 있던 둘 사이를 이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노총 조합원의 아들인 초등학교 4학년 조용균 어린이였습니다.

조용균군은 떨어져 있던 문재인,안철수 후보 사이에서 양 후보의 손을 잡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의 거리는 이 작은 어린아이의 손을 통해 이어졌고, 추워진 날씨만큼 얼었던 두 사람의 마음은 작은 아이의 온기를 통해 녹았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그토록 정치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정치에 나선 이유가 '당신의 손주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주고 싶은가?'라는 물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기를 들 수밖에 만든 장본인은 그의 주변에 있던 선거 전문가도 당 대표와 지도부도, 선대위 사람도 아닌 초등학교 4학년 어린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와의 만남 이후 문재인 후보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선 후보로 경쟁하는 모습, 서로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모습이 아니라, 두 사람이 따뜻하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뒷모습은 늘 불쌍해 보입니다. 너무 초라해 보이고, 저런 사람이 무슨 대선후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의 뒷모습이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언제나 원칙과 상식을 지킨 사람으로 정치권력과 기득권 세력에는 당당했지만, 국민과 역사 앞에는 초라해질 정도로 몸을 낮추었습니다.

자기 장수의 목을 베고, 아무런 무기 없이 전투에 나서는 그를 보면, 정치계산법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믿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을 먼저 생각하면 결국 진실은 이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야권단일화의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감동을 준 이유는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몸을 낮추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한없이 낮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을 국민은 절대 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은 '문재인의 뒷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누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인지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