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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일화 협상 중단' 2002년 '노무현'을 떠올리자.



야권단일화 방식 협의팀이 구성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단일화 협상이 중단됐습니다. 안철수 후보 측은 14일 오후 단일화 협상을 당분간 중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안 후보 측의 단일화 협상 중단 소식은 야권단일화를 지지하는 많은 지지자들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고, 야권단일화가 결렬되지 않느냐는 우려를 만들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 중지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안철수 양보론: 한국일보가 인용한 민주당 관계자의 말
②  이태규 안철수 후보 측 단일화 협상팀에 대한 공격: 과거 한나라당 전력
③  민주당 김기식 의원 발언: 김기식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

'아이엠피터'는 안철수 후보 측이 제기한 문제점을 분석하거나 반박하거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의 주장을 제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야권단일화의 과정을 회복하고 매끄럽게 결말을 내리도록 지지자들이 노력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피터는 2002년 야권단일화 과정을 다시 돌이켜보고 싶습니다. 그때 야권단일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기억을 떠올리며, 2012년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자 합니다.

' 힘들고 숨막혔던, 2002년 야권단일화 과정'

2002년 야권단일화는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제안으로 시작됐습니다. 11월3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TV토론과 국민 경선을 통해 야권단일화를 하자고 '국민21' 정몽준 후보에게 제안했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제안으로 11월7일 노무현 후보 측은 이해찬 의원이, 정몽준 후보 측은 이철 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단일화 협상단이 구성됐고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단일화 협상단은 11월 9일 첫 회의에서 'TV토론과 국민의사가 반영되는 경쟁적 후보 선출 방식'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민통합 21'은  민주당 협상단의 이호웅 의원이 언론에 합의되지 않은 국민경선 방식을 합의한 것처럼 흘렸다는 이유로 단일화를 중단합니다.

11월10일 노무현 후보는 전격적으로 여론조사를 수용하겠다고 독단으로 발표하고, 그 후 단일화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11월17일 세부적인 사안까지 타결됐던 단일화 협상은 언론사에 여론조사 방식이 유출됐다는 이유로 서로의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11월18일 다시 결렬됩니다.

결렬된 단일화 협상을 노무현 후보 측 신계륜 비서실장과 정몽준 측 민창기 홍보위원장이 겨우 대화 창구를 개설해 20일부터 협상을 시작했지만, 여론조사 방식으로 다시 협상은 난항을 겪습니다. 이에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 측이 요구한 역선택 방지 관련 요구를 11월22일에 전격 수용했고, 단일화 협상이 다시 이루어졌습니다.

11월22일 오전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의 요구를 수용하자 저녁에는 TV합동 토론이 시작됐고, 24일 여론 조사를 통해 노무현 후보로 야권단일 후보가 확정됐습니다. 

'2002년과 다를 바가 없는 2012년 야권단일화 협상'

앞서 안철수 후보 측이 '야권단일화 중단' 사유로 내건 언론 얘기, 협상단 문제가 2002년과 거의 비슷합니다. 단지 협상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빠졌을 뿐이지만, 언론 흘리기에 대한 책임공방이나 인터뷰 등의 과정을 보면 흡사합니다. 여기에 2002년과 똑같은 여론조사 문항에 관한 안철수 후보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보면 싱크로율 100%에 가깝습니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여론조사방식을 수용했지만, 협상단 내부에서는 설문 내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노무현 후보 측은 '이회창 후보에 대항할 후보'라는 문구를 주장했고, 정몽준 후보 측은 '이회창 후보에게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문구를 써야 한다고 서로 날카롭게 대립했었습니다.

여론조사는 설문지에 따라 응답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각자에게 유리한 문구를 넣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마 앞으로 여론조사방식이 선택된다면 문구와 표현, 설문 내용을 두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 각 진영에서는 팽팽하게 맞설 것입니다.

'단일화 제안','단일화 협상','단일화 중단','단일화 재개','단일화 협상 난항','단일화 협상 극적 타결'등의 제목이 계속해서 언론을 도배할 것이고, 그런 면을 예측하면 2002년이나 2012년이나 별 차이가 없는 야권단일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노무현에게 배워야 할 야권단일화 방식'

우리가 야권단일화를 열망하고 있는 데 반해, 새누리당은 야권단일화가 정치 야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책과 가치관이 다른데 이런 것이 야합이 아니냐고 정치 공세를 펼칩니다. 야권단일화가 정치 야합이 아닌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식이자 원칙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야권단일화를 제안하면서 했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를 두려워하는 많은 국민들이 '단일화 안하고 이기겠냐' 이렇게 걱정하고 제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정책이 다 다른데 어떻게 단일화를 할 것이냐, 이것이 제 고민이고 많은 국민들은 그렇게 해야만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이 패배주의 때문에 힘이 보이지 않습니다. … 여러분, 원칙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정책이 같은 사람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원칙이냐 하는 것을 또한 국민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저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민들 앞에 TV토론을 통해서 확실하게 검증을 거치고 그리고 당원들끼리의 경선이 아니라 100% 국민경선을 통해서 후보를 결정하자,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저 또한 이 자리에서 이 결정을 수락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용납해 주십시오."

노무현 후보는 자신이 세운 원칙을 국민이 바꾸길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비장한 마음이었습니다. 민주당만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야권단일화를 제안했고, 국민의 뜻에 따라 야권단일화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11월 9일 국민경선 방식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요구가 합의사항처럼 언론에 나왔기 때문에 '국민통합21'은 협상을 중단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열하게 통과해 후보로 당선됐지만, 후단협 사태와 여론조사에서 3위를 겨우 차지하고 있는 노무현 후보로서는 정몽준 후보가 요구하는 여론조사 방식은 거의 패배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기로 마음먹은 노무현 후보에게 민주당이라는 기득권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선대위와는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전남지역을 방문하던 중 "전국 8개 권역에서 TV토론을 거친 뒤 25일까지 권위 있는 여론조사기관 4∼5개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발표해버린 것입니다.

▲2002년11월15일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 합의 후 여의도 국회 근처 포장마차에서 자리를 함께한 모습. 출처:노무현재단


민주당에서 이제 선거에 졌다는 목소리가 나와도,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의 요구를 수용함으로 11월15일 야권단일화에 합의합니다. 

최대 고비를 넘긴 야권단일화는 '역선택 방지 조항' 포함문제로 11월 20일 저녁부터 무려 27시간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그러자 22일 노무현 후보는 전격적으로 정몽준 후보의 요구를 수용했고, 이로써 TV토론이 시작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세 가지 원칙을 보여줬습니다. 국민이 단일화를 원한다면 그에 따르겠다는 원칙과 단일화를 하지 않고 당선되는 것보다 단일화하고 떨어져도 국민과 했던 약속은 지키려는 마음, 단일화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정신입니다.

오늘 피터는 안철수,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과 두 후보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줬던 원칙을 지켜줬으면 합니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 모두가 국민이 단일화를 원하는 마음을 압니다. 그런 국민의 요구를 원칙으로 삼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각자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온종일 안철수 지지자들과 문재인 지지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향한 분노와 격양된 마음을 쏟아냈습니다. 이런 모습은 결코 단일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마음속에 했던 단일화 약속을 지지자들도 지키시기 바랍니다. 한 후보의 지지자가 아니라 온 국민이 원하는 단일화를 위해 각자의 후보를 향한 아집과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정말 괜찮은 친구는 잠시 싸울 수는 있어도 금방 화해합니다. 서로가 힘들 때 어깨를 빌려주고,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정치를 모르는 망상가에 불과할까요?

"이번 우리 연말 대통령선거에서는 왕을 뽑지 맙시다. 왕을 뽑지 말고 여러분의 친구를 뽑읍시다.그냥 친구가 아니고 소신있고, 원칙있고 한다면 하는 사람 그리고 한다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그런 친구 그지요? 친구는 친구인데 괜찮은 친구, 그렇게 가십시다" (노무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