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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의 '뉴라이트 선대위'와 그들이 노리는 것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단체 중의 하나가 뉴라이트 조직입니다. 뉴라이트의 본질을 보면 왜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왜곡됐고, 지금 보수우익이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가진 사상이 정체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라이트를 공부할수록 기가막힐 정도로 비정상적인 일들이 나오지만, 이런 뉴라이트를 정치인들은 정말 좋아합니다.

그것은 뉴라이트가 가진 조직력과 선동구호들이 그들의 정치적 입지와 선거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켰다고 주장했던 뉴라이트 계열 조직이 하나둘씩 수면 밑으로 사라진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직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대신에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이명박 정권에서 하나 둘 날개를 달고 정치권으로 들어왔습니다.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을 등용했던 이명박 정권이 퇴임을 얼마 앞두고, 다시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쪽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과연 박근혜 후보는 뉴라이트 인사들을 영입하여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100% 대한민국뉴라이트통합위원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2일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인선한 선대위 조직에는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 자신이 맡았고, 수석부위원장은 한광옥 전 '정통민주당' 대표가 임명됐습니다. 이 조직에는 13명의 통합위원이 있는데, 이 통합위원들 대부분이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입니다.


이번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의 구성원을 보면, 노동자,학계,지식포럼 단체 출신들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그들은 뉴라이트 출신으로 뉴라이트 정신을 앞세우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공동집필자였고, 최홍재 새누리당 은평 갑 당협위원장은 PD수첩을 비판하며 공정언론시민연대를 조직했던 사람입니다. 이후 종편 탄생에 적극 참여했고, 방송문화진흥원 이사로 MBC를 망가뜨린 인물입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좌파 지식인까지 통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통합위원에 임명된 김현장,이대용,최회원,한경남은 운동권에서 전향하여 지금은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했거나 친박 지지모임의 대표들에 불과합니다.

▲ 전태일 재단 방문이 거부된 박근혜 후보가 김준용 국민노총 상임 자문위원과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장소를 둘러보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김준용 위원은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공동대표 출신으로 뉴라이트가 조직한 '국민노총'의 상임자문위원이었습니다. 단순히 뉴라이트 인물이기에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뉴라이트 '국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적극 개입해 만든 어용 노조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012년 국민노총 전체 예산의 74.7%인 4억,정책사업비의 97%인 1억2천만 원을 국고로 지원해 줬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왜 제3의 노조를 적극 추진했을까요? 간단합니다. 민주노총과 같은 조직이 노동자를 대변하자, 그에 맞서기 위해 맞불 작전을 벌이기 위해서입니다. 정부의 돈을 받고 운영되는 조직은 돈을 주는 갑의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누구의 편에서 일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김준용 위원을 전태일 열사의 친구라고 소개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1948년생 전태일 열사는 1958년생 김준용 위원과 10살 차이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을 때 나이는 22살, 그렇다면 12살짜리 김준용 위원이 전태일 열사와 친구로 지냈다는 말이 됩니다. 김준용 위원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후에 등장했던 인물일 뿐입니다. 


▲ 운동권 추신 전향자로 구성된 동서남북포럼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 출처:조선닷컴


국민대통합을 운운하며 각계각층을 모아놨지만, 결국 보수우익 성향으로 변절하여 국회의원 배지 달겠다고 친박을 부르짖던 인물과 역사를 왜곡하는데 앞장선 교수, 어용 노조를 통해 신성한 노동운동을 자신의 출세로 이용한 자들로 채워진 '100% 대한민국뉴라이트통합위원회'였습니다.

'역사를 왜곡하려는 자들'

얼마 전 국사편찬위원회는 중학교 역사교과서 내용 중 ▲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 일왕을 천황으로 ▲ 임정요원 사진 설명에서 김구 선생 설명을 삭제하고 이승만, 안창호 선생만 설명 ▲ 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고, 각 교과서는 이런 권고안대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이런 행동에 잔뜩 국민은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독재도 때에 따라 필요하다'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을 보면서 위원회 내부에 뉴라이트 인사가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기자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단호히 없다고 밝혔습니다.

◇ 김현정> 이 부분을 지금 확실하게 얘기를 다시 하셨고요. 계속해서 얘기가 되는 것이 국사편찬위원들이 이른바 뉴라이트, 보수 우익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에 자꾸 이런 것들, 용어문제라든지 전반적인 기조에 있어서 논란이 된다. 2002년 교육과정도 좌편향이라고 얘기를 한 것도 그분들 성향이라서 그런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요?
◆ 이태진> 저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거 듣고 좀 놀랐는데요.
◇ 김현정> 알고 계시죠?
◆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외에 위원회라는 게 있습니다. 한 15명 정도 있습니다. 그분들은 이 교과서 문제에 지금까지 한 번도 개입 안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뉴라이트 소속 위원 출신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가 말한 위원회에 뉴라이트 출신이 한 명도 없었을까요? 2011년 8월23일 국사편찬위원회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발 공동연구진'을 발족했습니다. 이 연구진에는 한국사,동아시아사,세계사 분과 각 6명씩 모두 18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뉴라이트 '자유교육연합' 이명희 공주대교수는 한국사 분과 연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명희 교수는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교과서위원장이며, 이 교수 이외에 인문사회 분야 비상임부위원장인 전인명 이화여대 교수는 동아시아사 분과 위원장으로 활약했던 사람입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참여했던 국사편찬위원회의 집필기준은 2013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기준이 됐습니다.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국사편찬위원회 산하 교과서 집필기준 공동 연구원 등의 관련 명단을 적극 공개해야 합니다.


▲이명희 자유교육연합 대표가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부문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을 알려주는 게시물.


이명희 교수는 이뿐만 아니라 2011년에 이미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부문 자문위원으로도 위촉됐었고, 명실공히 이명박 정권에서 교육위원으로 모든 곳에 관여했던 인물입니다.

김용직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장'은 2008년에 뉴라이트가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공동집필진이었습니다.뉴라이트는 교과서 포럼을 통해 대한민국 초중등학교 교과서가 좌파적 성격을 있기에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4·19 혁명을 ‘4·19학생운동’으로, 5·16 군사정변을 ‘5·16혁명’으로 표기했던 단체입니다.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은 뉴라이트라는 단체들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시기에 '한국현대사학'라는 이름의 단체가 ,"1980년대 이후 운동권 영향으로 좌파내지는 친북 성향으로 왜곡된 현대사 연구를 바로잡아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달할 계획'이라는 창립 취지를 밝히며 출범했습니다.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바꾸겠다고 나섰던 교과서 포럼의 박효종 대표와 안변직, 이인호,유영익,차상철,김종석 교수들이 그대로 고문 발기인으로 조직된 '현대사학학회'는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의 조직이 그대로 이루어진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은 외형적인 명칭만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09 개정 역사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모두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 집필기준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헌법에도 없는 자유민주주의'

우리는 현대사학회가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것이 합당한 것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와 헌법과의 관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헌법상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아예 나오지도 않습니다. 제헌국회 헌법에서는 ‘민주주의 제(諸)제도’라는 말이 나왔고, 이 문구는 1969년 3선 헌법까지도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1972년 유신헌법에 ‘민주주의 제(諸)제도’라는 말이 사라지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국현대사학회를 비롯한 뉴라이트와 보수우익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자유민주주의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신헌법에서 나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유신헌법이 참조했던 1949년 독일기본법의 '자유로운 민주적 기본질서'를 독일어 원문 그대로 옮기면서 나온 말입니다. 

헌법을 영어로 번역한 법제처 공식 문서에는 자유주의적 기본질서를 ‘the liberal-democratic basic order’가 아니라 ‘the free and democratic basic order’로 적어놓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파시즘과 전체주의,공산주의로 부터 방어하기 만든 것으로 '자유로운 민주적인 기본질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962년 박정희의 6.25 기념사. 출처:동아일보


박정희는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후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자유롭고 복된 민주주의를 재건함으로'라는 문장으로 썼습니다.그런데 이 문장과 함께 계속해서 반공을 강조하면서 마치 공산당 때문에 자유와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유신헌법이 기초로 했던 독일헌법은 단순히 공산주의만을 경계한 것이 아니라 전체주의,파시즘 등도 함께 방어하기 위해 '자유주의적 기본질서'를 사용했는데, 박정희 본인 스스로 강조했던 자유민주주의가 오히려 자유주의적 기본질서를 파괴한 장본인이 된 것입니다. 

결국, 박정희가 강조했던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을 내세우며 독재를 숨기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입니다. 


▲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이인호 교수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출처:조선일보


헌법에도 나오지 않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뉴라이트가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반공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반공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타당해 보이겠지만, 그것은 오로지 정치학적으로만 해석이 가능한 용어에 불과합니다. 

역사적 판단의 기준은 원 사료에 충실해야 합니다. 교과 과정에서 그동안 자유민주주의가 채택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뉴라이트에 의해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해석을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심어준 것입니다. 

뉴라이트 눈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하여 자유를 억압하고, 경제성장만 강조했던 박정희의 행보가 모두 용납이 됩니다. 그러나 진짜 헌법이 가진 뜻이 자유와는 거리가 먼 부끄러운 대한민국 역사 왜곡에 불과합니다.

▲ 뉴라이트 전국연합에서 연설중인 박근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뉴라이트 대안교과서가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박근혜가 후보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 박정희가 그랬듯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죽은 박정희를 살려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져도 경제성장과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자유로운 민주 기본질서를 파괴하려고 생각을 하는 자들을 '100%대한민국대통합'에 끌어들이는 것은 앞으로도 박근혜 후보가 어떻게 역사를 왜곡하여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