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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평론가 고성국, 그를 왜 '고내시'라 부를까?



대선을 앞두고 TV 프로그램과 라디오에서는 연일 대선 특집 방송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 프로그램이 많아지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이 정치평론가입니다. 정치학 박사와 교수, 심리학 교수, 정치소설을 펴낸 작가,역술인,무슨 무슨 연구소장 등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평론가라는 타이틀로 방송에 얼굴을 비추고, 정치 평론(?)을 합니다.

사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있고, 예리한 부분도 있고 예능인지, 정치 분석 프로그램인지 모를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방송도 있습니다. 요새 고성국 박사의 YTN 방송 하차 요구가 불거지는데, 과연 한국 방송에 나오는 정치평론가의 모습이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 정치평론가의 등용문 시사자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고성국 박사, 신율 명지대 교수, 유창선 박사 등 정치 평론에 이름깨나나 하는 이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진행자 출신들이라는 점입니다.

▲CBS라디오 '시사자키' 현재 진행자는 정관용 시사평론가이다. 출처:CBS


1990년 4월2일 첫 방송을 한 '시사자키'는  앞서 말했던 유명한 정치평론이나 스타 논객 등을 배출했습니다. '시사자키'라는 프로그램의 배경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나온 CBS의 '월요특집'입니다. CBS는 전두환이 언론통폐합 정책으로 보도 및 광고 기능이 정지되자, '월요특집'을 신설했고, 다양한 사회 비판과 반정부적인 내용을 담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월요특집이라는 프로그램이 획기적인 구성과 과감한 주제 선정으로 청취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CBS는 월요일 2시간 방송 시간을 늘려 확대 개편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시사자키'였습니다.

시사자키의 성공적인 요소 중의 하나는 90년대에도 언론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이었지만, 과감하게 외부 인사들을 기용해 자유로운 비판의 정치적 얘기를 방송에서 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시사자키를 거쳐 간 많은 진행자들이 스타 정치 평론가로 자리를 잡고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사자키 진행자들이 왜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을 왜 대중이 좋아했는지를 기억하며, 지금 정치평론가들의 현 상황과 대입시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고성국의 친박 발언이 어느 정도이기에?'

YTN 노조는 10월4일 정치평론가 고성국씨의 출연을 정지시키거나 최소한 주의 조치라도 취할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성국 박사는 현재 백분토론의 단골 패널이자 OBS,MBN,불교방송,KBS 등 대부분의 방송에서 쉽게 얼굴을 볼 수 있는 정치평론가입니다. 거의 선거 특집에는 꼭 나올 정도로 정치평론계의 스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그가 왜 YTN 노조로부터 출연정치나 주의를 받았을까요? 그것은 그가 지나칠 정도로 친박 성향의 발언을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했던 발언을 모아봤습니다.


고성국 박사의 정치평론이라는 발언을 보면 거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행보와 발언은 철저하게 옹호하며 긍정적으로, 민주당이나 야권, 안철수 후보를 향해서는 비난의 칼날을 아주 날카롭게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성국 박사는 정치평론에 앞서 정치적 사건과 연관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 김영삼 대통령 시절 아들 김현철과의 친구라는 사실
○ 15대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당선을 위한 비선 참모 조직의 일원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그들과 친했다는 점
○ 동생이 정치기획사를 운영하는데 고객의 상당수가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들이었다는 부분

그가 이런저런 이유로 새누리당이나 보수 쪽과 더 친밀하지 않으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가 했던 발언 중에 가장 섬뜩했던 말은 지난 1996년 '추적 60분' 진행자로 사측의 요구에 따라 발언했던 내용입니다.

“한총련이 친북 이적성을 띄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합니다. 좌경의 문제는 이제 국가 생존의 문제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고성국 추적 60분 진행자)

그가 자타가 인정하는 운동권으로 고문까지 당했던 사건과 좌익 관련 이념 서적을 일본으로 들어와 걸렸던 일, 송건호 최장집 등 진보지식인들과 함께 '진보정당준비모임'의 토론회에 참여했던 과거를 기억한다면 그가 왜이렇게 변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제 고성국 박사의 자리는 백분토론에서 보수우익의 강력한 논객이라고 부르는 전원책 변호사와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과 같은 자리입니다. 그가 친박성향의 발언을 했느냐를 평가하기에 앞서, 그는 이미 대중과 언론계에서 보수우익과 같은 편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평론가들, 그들은 어떨까?'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정치평론가들은 다양합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딱딱하게 말을 하는 평론가보다 진행자들이 풍자를 통해 정치를 비판하고 설명하는 것을 더 좋아해, 각종 케이블 방송에는 다양한 정치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미국MSMBC의 레이첼 매도 쇼의 진행자 레이첼 매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레이첼 매도라는 정치평론가의 '레이첼 매도 쇼'가 있습니다. 2008년 9월8일 첫 방송을 한 이후로 가장 유명한 '래리 킹 라이브'를 제치고 동시간대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레이첼 매도 쇼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다루지 않으나 시청자에게 꼭 알려야 하는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 점과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 시절 벌어진 사건을 "누군가는 반드시 전해야"한다는 멘트와 함께 보도했던 일들입니다.

젊은 층과 진보적 성향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레이첼 매도쇼는 그리스 반정부 시위등 주류 언론 플레이에 빠진 소식을 반드시 알려주는 언론적인 요소가 매우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저는 사실 이런 정치평론가의 쇼도 중요하지만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 중의 하나가 '쿡 리포트'의 발행인 찰리 쿡이라는 선거분석가이자, 정치평론가입니다.


▲ 쿡 정치 보고서 웹사이트

쿡 리포트는 거의 미국 정치권에서는 바이블로 통할 정도로 막강합니다. 그는 철저한 분석과 자료를 토대로 선거 예측을 하는데, 그가 하는 선거 예측의 정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은 그저 대략 몇 석 정도 승리할 것이다, 압승할 것이라는 말을 하지만 쿡 리포트에서는 철저하게 등급을 매겨 정확히 몇 석의 당선 여부를 예측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왜 이 두 사람을 미국 정치평론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롤모델처럼 생각하느냐는 간단합니다. 정치평론가의 언론적 기능과 철저한 데이터 중심의 예측이 한국 정치평론가들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가 진행한 선거전략 아카데미

고성국 박사가 친박성향의 발언을 한다고 그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온갖 방송마다 나와서 그것을 개인의 생각이 아닌 진실처럼 포장하고 계속 말을 하면서 시청자를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잘못된 예측을 하는 (안철수 나오지 않을 것,박근혜와 김두관이 대결,민주당 경선은 결선까지 갈 것) 발언은 방송에 나오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대한민국에서는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 나온 사람이 발언하는 것에는 엄청난 힘이 존재합니다. 그러기에 고성국 박사가 TV와 라디오를 도배하면서 했던 발언은 독점력이 있으며, 그 독점력이 특정 정당과 후보에 치우친다면 분명 중립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 언론의 책무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오늘 글을 쓰면 아마 '아이엠피터' 너는 잘하고 있냐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피터가 변명을 하자면 저는 정치평론가도 아닌 단순한 정치 이야기를 하는 블로거이고, 제 수준은 정치리뷰어 내지는 남이 쓴 정치 자료를 정리하는 사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터의 영향력을 고성국 박사의 수준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명한 정치 매체의 발행인으로서, 정치와 선거를 보도하는 미디어가 지녀야 할 올바른 자세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언론이 어느 한쪽의 시각과 의견만을 반영해 보도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하며, 한 사안에 대해 양측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공정하게 반영해야 합니다. 미디어가 생각하는 결론을 향해 대중을 유도해선 안 되며, 오로지 유권자들이 스스로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객관적인 보도만을 해야 합니다. 밸런스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뜻입니다. (쿡 정치 리포트 발행인 쿡 찰리)


고성국 박사는 방송은 물론이고 특강에만 나가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가 됩니다.그것도 확률 90% 이상이라고" 그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방송에 수십 차례 나올 때마다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를 생각하면 무엇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지를 우리는 깨닫습니다.


미국 정치평론가인 미카엘 패런티는 거대 독점언론이 권력에 아부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는 방법 중 하나가 ‘본질 외면식 보도(Slighting of Content)'라 하였습니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보도할 때 지배층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집중 보도하고 국민이 알아야 할 진심은 외면하거나 축소해버린다.”

지금 고성국 박사를 왜 사람들이 '고내시'라고 부르는지 그 해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