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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 캠프 '이태규'영입으로 본 대선캠프 특징.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측이 10월19일 미래기획실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실장에 이태규 전 청와대 비서관을 선임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야권지지자 등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태규라는 인물이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의 브레인에 해당하는 기획전략단장을 지냈던 인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국공신 중의 한 명으로 분류됐던 이태규는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 사표를 내고 KT 경제연구소 전무로 일하다 4.11총선에서 고양시 일산서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하기도 했었습니다.

'안철수 캠프가 영입한 이태규 논란'

안철수 캠프가 영입한 이태규라는 인물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이었다는 점입니다. 대선캠프는 물론이고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전략기획팀장으로 뛰었던 그를 보면서 현 정권을 비판해온 사람들 처지에서는 그저 환영하기만은 어렵습니다.

이태규가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한달만에 사표를 냈기 때문에 MB쪽과 별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그의 사퇴는 정권 출범직후 벌어진 논공행상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상득,박영준 라인으로 MB정권의 실세가 넘어가자 정두언 의원 등은 소장파 공천자 55명의 성명을 이끌어 내면서 '이상득 퇴진'이라는 반역(?)을 꿈꾸었지만 거세당했고, 결국 정두언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이태규도 함께 희생된 것입니다.

정치 실세에서 나갔지만, 그는 KT 경제연구소 전무로 'MB 낙하산 인사'의 사례로 손꼽을 정도로 어느 정도 살 길을 보장받았고, 이후 공천에서 친박 김영선 의원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던 대표적인 친이계 인물이었습니다.

대선을 위한 정치 전략을 위해 그를 영입한 안철수 캠프의 스타일은 이해가 될 수 있지만, 현재 야권 세력 대부분이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영입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선 후보들의 대선 캠프 특징'

대선을 앞두고 이제 어느 정도 각 대선 후보들의 선거 전략이나 선거 스타일이 정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선캠프가 나중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가장 큰 줄기가 된다고 본다면 지금 각 후보들의 대선캠프가 어떤지를 보면 대선이나 향후 정국 운영을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대선후보 3인의 대선캠프의 특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근혜 'M&A'

박근혜 후보의 대선캠프를 보면 마치 M&A처럼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정치 세력을 영입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후보쪽의 인물을 보면 특정 인물의 능력보다는 그들이 가진 정치 세력을 흡수하여 대선전략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옛 동교동계 출신인 한광옥 전 의원을 영입한 것입니다. 전혀 다른 듯 보였던 구민주당 세력을 흡수하고, 박근혜의 반대 세력이었던 정몽준 전 대표를 포함하는 모습은 재벌이 연관된 사업체나 경쟁사를 인수하여 확장을 노리는 방식으로, 정치세력들을 하나 둘씩 합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업으로 치면 주가상승을 노린 효과를 보여주는 깜짝인사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나 안대희 대법관, 김성주 MCM 회장 등은 재벌들이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권가 소식처럼 국민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는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문재인 '시민캠프형'

문재인 후보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사회를 영입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그가 민주당 모바일경선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치세력인 민주당 인사들의 캠프와 시민캠프를 거의 동일하고 수평적으로 운영하며 권력을 배분하는 모습을 보면, 외곽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대선을 지원하는 행태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자꾸 이끌어 내서 여론과 조직력 두 가지 모두를 완성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문재인 캠프가 주장하는 용광로 선대위는 특정 인물이 주도하기보다 어떤 토론이나 협의체를 구성하는 원탁회의와 같은 형태로 보이기도 합니다.

○ 안철수 '기업가'

안철수 후보의 대선 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업형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팀별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식으로 안철수 캠프의 면면은 대부분 팀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하성 교수가 이끄는 정책 포럼은 마치 씽크탱크 또는 연구소처럼 대선 공약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획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CEO 출신답게 각 조직이 해야 할 몫을 배당하고, 그 역할을 빠르게 진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정치 인사 영입을 보면 중도성향의 인물로 실제 업무를 담당했던 실무자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어, 마치 전문가를 영입하여 그 업무를 일괄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팀장을 스카우트하는 모습처럼 여겨집니다.

' 대선 캠프와 후보, 그들이 가진 한계'

나름대로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의 성격에 맞추어 대선 캠프에 사람들을 영입하고 활발하게 대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 캠프를 통해 본 각 캠프 진영이나 후보자를 보면 분명히 한계와 그들이 가진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색깔이 전혀 다른 정치 세력이 지금도 내분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진짜 대통령이 된다면 그런 세력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박정희가 그랬듯이 2인자를 만들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기들끼리 경쟁을 만들고 그것을 정리하면서 보스로서의 위엄을 보이면 될 수 있겠지만, 국민은 이제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가진 최대의 약점은 묵묵하게 소규모 선거운동을 전개하며 탄탄한 지지율을 확보하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대선이 불과 60일 남은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몸을 혹사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시민사회와 같은 여러 목소리를 듣는 민주주의 방식은 좋은데, 이것이 쉽게 결론이 나지 않거나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기에 별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만의 대선 움직이 너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1인 스타와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지만, 정치 현안에 대처하는 모습이 너무 교과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또한 구체적인 정치 해결법이 썩 와닿지 않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정치권을 개혁하자는 국민의 지지를 받은 후보이지만 계속해서 구정치권의 인물을 영입함으로 국민들을 갸우뚱하게 하고 있는 요소도,전술전으로는 성공하지만 정치 대의에 있어서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느껴집니다.

▲ 대선 후보 3인이 처음으로 함께 만난 과학기술 나눔 마라톤 축제. 출처: 연합뉴스


대선 후보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캠프를 보느냐, 대선 후보를 보느냐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세력의 인물이 대선 캠프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후보를 다시 보게 되기도 하고, 후보의 대선 전략에 있어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 넘어갈 수 있기도 합니다.

어차피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유권자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그 유권자들의 마음이 대선 캠프가 보여주는 한계와 조직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대선 후보들은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爲政之惟在得人(위정지유재득인)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를 하는 요체(要諦)는 오로지 인재를 얻는 데에 있다는 뜻입니다. 대선을 60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어떤 인재를 얻고, 그들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