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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김정일 비밀녹취록? 대선 앞둔 '북풍'



10월9일 문화일보는 1면에 <10,4 합의 최대 퍼주기 '비공개 대화록'>이라는 타이틀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이 단독 회담을 가졌고,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이 적게는 11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을 퍼주기로 약속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내년에는 정권이 바뀌는데 이렇게 해도 되겠는가 라고 묻자 "그러니까 대못질 해야"한다고 주장했던 내용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주장을 조중동과 보수 언론은 그대로 대서특필했고, 보수 우익은 퍼주기 대북정책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 문화일보 10월10일자 기사


언론이 '노무현-김정일 비밀 녹취록'이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쏟아내자 새누리당은 '대북 퍼주기 논란'에 관한 국정조사를 하자고 나섰고, 문화일보는 한술 더 떠서 '대북게이트'라고 규정하며 아예 굳히기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실체가 없습니다. 정문헌 의원의 단독 주장일뿐 어떤 근거 서류도 없거니와 정황근거조차 거짓입니다. 과연 그의 말이 사실인지 객관적으로 당시 정상회담에 참석한 증인들의 주장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10월 3일 오후 3시에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정일과 노무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김만복 국정원장,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은 그 시간에 배석자가 있는 정상회담 중 오후 회담이 진행됐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정문헌 의원이 말하는 단독회담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기자단이 따라가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호 문제도 있기에 두 사람이 몰래 기자단을 따돌리고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시에 나란히 걸어간 적은 있었지만, 따로 만나거나 한 적은 없었고, 걸어간 경우에도 동행자가 있었다고 김만복 국정원장은 밝혔습니다.

▲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이 배석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김정일과 노무현 대통령의 비밀회담을 녹취한 녹취록이 있으며, 이는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대화록만 존재합니다.

여기에 대화록도 1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는데, 취급 인가를 받은 관계자만 볼 수 있는 1급 비밀 문서를 정문헌 의원이 봤다면 그 자체로 정문헌 의원은 범법자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있지도 않은 녹취록을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그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임을 뒷받침하기도 합니다.

NLL이나 대북 퍼주기 100조 원 같은 이슈는 노무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서울과 평양에 정상회담 상황실이 설치되며, 이 상황실에서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과 방북단의 회의나 행위가 모두 핫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의 사실에 대비한 대책이나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정일과 노무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했다면 이는 '비상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난리가 났었을 텐데,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당시 홍익표 남측 상황실 실무책임자는 밝혔습니다.

시간, 정황증거,회담 배석자의 증언과 전혀 맞지 않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주장은 마치 정준길 변호사가 택시 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바로 발각되자 잠수탔던 행위와 비슷할 정도로 증거는 없고 허위사실만 스스로 주장하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런 그의 주장을 언론들은 그대로 받아쓰기하면서 '대북게이트' 라는 단어로 호칭하며 거짓을 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이명박 정부, 남북합의서 0%'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세, 통일 항아리 운운하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남과 북의 통일은 평화적 통일이어야 하고, 그 통일을 위해서는 남과 북의 인적,물류, 교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동서독의 통일 원인이 외부적인 요인보다 서로 간의 왕래를 통한 내부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던 점을 비쳐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적대적인 두 국가의 통일은 내부적인 교류가 먼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MB정권에서 대북정책은 참혹할 정도입니다.


남과 북이 만나서 회담을 하고 대화를 했던 횟수를 살펴보면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한해만 55회였습니다. 그러나 MB정부는 5년간 남북회담은 달랑 15회에 불과했습니다. 회담이 이렇게 적으니 남북간 회담으로 합의서를 끌어낸 비율을 보면 YS정부 시절 21% 국민의정부 시절 60% 참여정부 시절 67%에 비해 MB정부는 0%입니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반도의 운명에 달린 남과북의 대화채널을 몽땅 미국과 일본,중국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북한과 전쟁까지 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참혹했던 MB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면, 북한이 말하는 적화통일을 대한민국 보수세력도 똑같은 전략으로 채택하고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두려움만 생겼던 잃어버린 5년이었습니다.

' 그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김정일-노무현 비밀 녹취록 주장과 국정조사 요구는 간단하게 말해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북풍'을 다시 연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 조선일보 대선특집 기사

조선일보는 대선특집 기사에서 <올 대선 안보 핵심 이슈 NLL..노무현과 군의 갈등사>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군이 NLL을 상대로 갈등을 벌였고 이는 안보의 공백을 초래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북한이 NLL의 불법성에 대해 얘기했다고 주장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군이 잘못한 것입니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북한이 NLL의 불법성에 대해 얘기했다고 했는데?
- 그런 내용을 당시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김 장관의 주장대로 북한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북한의 전술일 수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김 장관이 회담 본부에 북한의 요청이나 주장에 대응할 훈령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런 적도 없었다.
(김만복 국정원장과 기자와의 일문일답)


북한이 NLL의 불법성을 주장했다는 말만 하고, 그에 대한 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았던 국방장관과 군 장성들의 무책임함은 전혀 나오지도 않고,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격이 있었던 시기의 이명박 대통령은 하야해야 마땅합니다.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북풍'을 건드리는 이유는 대선에 '북풍'처럼 효과적인 무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보수세력조차 새누리당을 외면하고 있는 이때에 '노무현 대북 퍼주기'라는 사실과 'NLL 발언'은 일거에 모든 악재를 털어낼 수 있는 묘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주장처럼 2007년 단독회담이나 비밀 녹취록은 없었다고 끄트머리에 밝혔습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거짓으로 말한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믿고 국정조사를 하자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이나, 자신들의 보도가 거짓임이 밝혀지자 이제는 여권관계자라는 가상의 사람을 내세워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진실이었다고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내는 조중동과 보수세력이 '북풍'이라는 카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13대 대통령 선거 당일 아침 조선일보 1면 기사, 이날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출처:조선일보


2012년에는 저런 기사가 나오지 않으리라, 이제 북풍'카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2012년 10월11일자 조선일보 1면 헤드라인 기사, 출처:조선일보


있지도 않은 녹취록이 나오자 보수우익 신문은 '추가적으로 녹취록 내용이 문화일보를 통해 공개돼'라는 기사를 또다시 쏟아 냈습니다. 거짓말로 밝혀지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 그저 호객꾼처럼 일단 내뱉고 사람을 끌어들이면 그들의 임무는 끝이기 때문입니다.

거짓이 진실이 되는 세상.
진실이 거짓으로 둔갑하는 세상.
여러분이 사는 세상의 거짓은 진실을 외면하려는 당신의 무책임 속에 더욱 날개를 달고 여러분의 미래를 망가뜨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