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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사 전문 박근혜', '몸빵 문재인'의 전혀 다른 대선운동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70여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야권은 아직 단일화라는 산이 남았지만, 후보들은 열심히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어 대통령 선거운동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주 목요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부산 해운대에서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을 보면서 약간은 어색해보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70여일 후에 과연 이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수험생으로 보면 완전히 초읽기에 들어간 대선 투표일 70일을 앞두고 문재인, 박근혜 이 두 후보가 어떻게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지 나름대로 알아봤습니다.

' 기념식 전문 박근혜, 몸빵 전문 문재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미 대선 후보로 결정이 된 지 꽤 오래됐습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보다는 한참 늦게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그동안 각자의 선거방식으로 많은 사람을 찾아가고 만났는데, 지난 일주일 동안 이 두 사람의 공식 일정을 살펴봤습니다.

▲연휴 이후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공식일정.클릭하면 확대됨


10월 3일까지의 추석 연휴가 끝난 뒤부터 조사한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공식 일정을 보면 확연하게 많은 차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박근혜 후보는 지역별 대통령 선거 대책위원회 참석 일정이 6일간 총 4회나 있었습니다.

공식일정상 박 후보가 울산,충북,대전 대통령 선거 대책위와 재외선거 발대식에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문재인 후보는 시민캠프 회의와 담쟁이 선거캠프 워크샵에만 참석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대선 운동의 가장 큰 차이는 기념식과 행사는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점입니다. 10월 4일 국제영화제와 10월6일 전국 여약사대회,10월7일 전국의사가족 대회는 공통으로 두 후보 모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10월 5일 '세계 한인의 날',10월7일 '서울시 다문화 가정의 날 기념식',10월8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10월9일 '세계지식포럼'처럼 대중이 많이 모이거나 특정 계층이 모인 기념식은 늘 참석했습니다.

▲ 제 1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 출처:박근혜 홈페이지


사실 이렇게 많은 대중이 한꺼번에 모인 자리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기념사나 인사말을 하는 것은 대선 운동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최소 몇백 명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식 일정을 보면 지난 일주일간 한국에 있었던 주요 기념대회나 행사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소수의 사람이 모인 간담회나 현장 방문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문재인 후보는 10월4일 개성공단 기업인과 대화, 영화인과 대화, 구미불산피해지역 방문, 청년타운 홀 미팅,보평 초등학교 일일교사,소아암 병동과 같은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 소아암 병동을 방문해 환자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출처:문재인 홈페이지


앞서 박근혜 후보가 다녔던 공식 행사와 비교하면 문재인 후보의 방문 일정은 전략적으로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기껏 만나봐야 수십 명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수백 명의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자신의 공약을 말하는 것이 훨씬 피로도 덜하고, 특정 계층간의 정치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의 두 사람의 일정이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지난 일주일간의 공식 일정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 후보는 마치 행사전문 가수 같고, 문재인 후보는 잡부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몸을 혹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같은 장소, 전혀 다른 모습'

구미공장 불산가스 사고가 터지자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한 사람은 박근혜 후보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9월28일에,문재인 후보는 10월7일에 방문을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 후보 중에서는 가장 발 빠르게 사고 현장을 방문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선 후보인 두 사람이 구미 사고 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구미공장 사고 현장을 방문해 브리핑을 받고 있는 박근혜 후보. 출처:연합뉴스

박근혜 후보는 구미공장을 방문해 사고 현장에 관한 브리핑을 거의 대통령 수준으로 보고받았습니다. 그 후에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사망자가 안치된 순천향 병원 빈소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피해 농가를 방문한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박근혜 후보 공식 홈페이지,페이스북,트위터를 뒤져도, 브리핑 사진이나 빈소 방문 사진 이외에는 없었습니다.혹시 발견하신 분 계신가요?)



박근혜 후보가 구미공장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받고 유족을 위로했다면 문재인 후보는 여전히 몸빵으로 피해 농가와 피해 지역 곳곳을 누비며 직접 비닐하우스에도 들어가서 피해 작물을 보고, 농민과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유력 정치인이 피해 현장을 방문하면 재난지역 선포와 같은 행정적인 절차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에 피해 주민들은 사진을 찍으러 오건, 선거 운동을 하러 오건 정치인들이 와주면 고마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신들의 아픔을 들어주거나 두 눈으로 직접 피해 상황을 목격해준다면 정신적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정치권이 나서서 대책위를 구성해서 도움을 받기 원하는 일입니다. 현재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는 문재인 후보의 요청으로 '구미불산가스 누출 사고 진상조사 및 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구미공장 브리핑 도중에 관계자의 거수경례를 받는 박근혜 후보. 화면출처:박근혜 홈페이지


박근혜 후보의 홈페이지를 보면서 눈에 거슬렸던 점은 일개 정당의 대선 후보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공치사를 남발하는 관계자들의 말이었습니다. 물론 소방서장이나 경찰서장도 고생했겠지만, 저는 그보다 소방대원들이나 경찰들이 고생했다는 말을 해야 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전장비도 없이 불산이 누출되는 현장에 뛰어든 사람은 소방대원과 경찰이지, 소방서장이나 경찰서장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에 도지사나 장관도 아닌 박근혜 후보가 공식적으로 저 두 사람을 승진시켜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저런 공치사 남발은 목숨을 걸고 현장에 뛰어든 소방대원들을 생각하면 차마 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같은 장소에 갔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이었습니다.

' 대선자금, 공개한다면서?'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항상 나오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대선자금'입니다. 대선자금을 불법으로 모으고, 그것을 사용하여 대통령이 된 뒤에 어떤 혜택을 줬다는 식의 비리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자신이 모금한 돈의 액수와 사용 내역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밝힌 선거비용과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 출처:문재인 홈페이지


문재인 후보는 7월24일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정치자금 수입 내역과 지출 내역을 상세히 밝힌 문서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습니다.(현재 10월8일까지 자료가 올라왔음) 후원회 기부금의 액수를 비롯하여, 임대료,차량 대여비,주유비,현수막 제작비, 심지어 쓰레기봉투 구입비까지도 철저하게 문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재인 후보의 대선자금 공개는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묻는 조사에서 선거자금 지출 내역을 인터넷을 통해 즉시 외부에 공개할 경우 사후에 선거비용을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불법이나 대선자금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선 주자들도 문재인 후보의 대선자금 공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사덕 전 의원은 2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거자금 공개 여부에 대해 “아직 크게 쓴 게 없어서 어떻게 공개할지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수입·지출 내역을 인터넷 홈페이지든 어디든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어느 후보든 선거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25일자 문화일보 기사 


그런데 7월에 대선자금을 공개하겠다던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10월 중순이 다가오는데도 대선 후원금을 얼마나 모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출되고 있는지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후원계좌만 명시된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와 후원금 모금액을 정확히 밝히고 있는 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후원계좌와 ARS 전화번호만 있지, 후원금이 도대체 얼마나 걷혔는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 홈페이지에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모금한 후원금액과 그간의 총후원금액 모두를 1원 단위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직 법이 바뀌지 않았으니 법이 바뀌면 공개하려는 생각인지, 아니면 액수가 너무 많아서 공개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선자금은 정권이 바뀐 후에 그 정권의 도덕성과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에 반드시 공개하는 것을 이제는 원칙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남이 대신해주는 트위터,직접하는 트위터'

SNS가 대세이고, 무시할 수 없는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재인,박근혜 후보도 적극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는데, 현재 박근혜 후보의 트위터 팔로워는 22만 명이고, 문재인 후보의 팔로워는 26만 명입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공식 트위터,박근혜 후보 트위터에서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는 캠프 운영자의 트윗


박근혜 후보의 트위터는 대부분 '행복캠프'라는 트위터 운영자가 트윗을 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이틀에 한 번내지는 매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트윗을 올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캠프는 문재인 후보 본인의 트위터 계정,캠프 공식 계정,수행하는 캠프 인사들이 문 후보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올리는 트위터 계정, 부인 김정숙 여사의 트위터 계정 등으로 세분화시켜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후보들은 바쁩니다. 그러나 후보 생각이 올라오지 않는 트윗은 아예 캠프 공식 트위터 계정이라고 선포하고 박근혜 후보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못을 박는 편이 낫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조차 후보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트위터를 과연 소통을 위해 운영하는 계정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문재인,박근혜 후보 두 사람 모두 12월19일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하는 행동을 보면 전혀 다릅니다.

같은 곳을 가고자 하지만 지금 그들이 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쉽고 편한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과,
몸이 힘들고 온 몸이 발가벗겨져도 국민을 향해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사람,

누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될지는 대선운동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