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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정수장학회'기자회견을 반박해주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어제 10월 21일 오후 3시,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관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주장을 펼쳐 '사회 환원' 등을 예상했던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와 다른 장학재단이고, 김지태가 부정부패자라 재산을 헌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유족 측에서 강압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데 사실은 강압적이지 아니기 때문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함으로, 재산 헌납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제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 이유는 일개 블로거조차 명백히 역사적 사실로 증명된 여러 가지 일들을 알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그녀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왜곡했던 진실을 하나씩 알려드리겠습니다.


■ 2012년에야 시행됐던 정수장학회 감사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정부와 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기에 전혀 문제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운영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수장학회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 교육청의 감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매년 교육청의 감사를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2005년 서울시 교육청은 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던 1998~2005년 받은 보수 11억 3천만 원에 대해 장학사업이란 목적사업에 비추어 과다하다는 감사결과처분서를 냈고, 정수장학회는 주의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 부산일보가 부실기업?

박근혜 후보는 김지태의 재산 헌납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펼치기 위해 당시 부산일보는 당시 자본이 무려 980배나 잠식된 부실기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정희가 강탈한 부산일보 주식은 총 2만주(발행주식 100%)로 액면가 10환(총20만 환)이었는데 당시 감정가로 1억9,285만6,49환으로 평가됐습니다. 자본이 980배 잠식당한 주식이라면 주식 감정가 자체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 김지태가 4.19 부정부패자?

어제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후보는 김지태가 자유당 시절부터 부정부패에 연루된 인물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김지태를 그렇게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김지태는 3.15 마산시위 당시 부산MBC 라디오로 현장을 중계방송했습니다. 모든 언론이 침묵하고 있었을 당시 그가 직접 진두지휘한 라디오 방송은 부산MBC의 청취율을 높이는 동시에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부산일보는 3.16 부정선거 규탄 시위 참가 후에 실종되었다가 1960년 4월12일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당시 마산상고 김주열군의 참혹한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바였습니다.

김지태의 부산일보가 4.19 혁명에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박근혜 후보가 김지태를 왜 자꾸 부정부패자로 몰고 가려고 하는지 알 수 있지만, 제대로 역사를 알지 못하는 자들이라면 그저 박근혜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을 것입니다.
 
■ 김지태가 친일파?

박근혜 후보의 기자 회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인터넷과 보수우익 게시판과 새누리당 SNS 전문가들은 김지태를 친일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우리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 구창환 새누리당 소셜지원센터장이 올린 김지태 친일 주장 트윗. 출처: 구창환 트위터 화면 캡쳐,


우선 김지태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근무했다는 사실 자체로 그를 친일파로 모는 것은 친일파가 도대체 어떤 자들인지조차 모르는 무지한 주장입니다. 김지태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어떤 대단한 권력을 행사한 사람도 아니고 부산상고 졸업 후에 말단 직원으로 부산지점에서 단 5년간 근무한 것이 전부입니다.

김지태가 동양척식 울산지사가 소유한 농지 2만 평을 분양받은 것이 특혜라는 주장도 있는데, 10년 분할 상환조건으로 받은 것과 은사금과 같은 명목으로 공짜로 엄청난 부를 소유한 친일파들과는 달리 봐야 합니다.

그가 조선지기(紙器) 회사를 설립하고 부산부동산주식회사,조선주철공업 등을 통해 돈을 번 것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친일파를 일본 강점기에 돈을 벌었던 사람을 모두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한 돈으로 일제에 충성하고 협력하고, 비행기를 헌납하는 등의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했던 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삼양그룹 김연수와 그의 국방헌금 헌납을 보도한1938년 11월27일자 동아일보 기사.


삼양그룹 창업자 김연수는 1938년 11월 경성방직 사장 시절, 경성군사후원연맹에 삼천원을 후원합니다. 그는 경성군사후원연맹이 결성될 때부터 총 2만 원가량을 국방헌금으로 내놓았던 인물입니다. 경성군사후원동맹은 말 그대로 일본의 전쟁에 군자금을 대는 것입니다.

김연수는 일본의 중국침략 직후부터 시작된 '성심 국방헌금'을 주도했고, 경성일보 등의 "조선의 학도들,빛나는 내일에 입대하라"는 글을 통해  조선인들의 학병 입대를 권유했습니다. 또한 전쟁기간 중 국민총력조선연맹','조선임전보국단','조선국민의용대' 등의 친일 단체에서 간부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이런 공로로 1935년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명감'에 경성방직 사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일본 강점기에 기업활동을 했다고 모두 친일파로 비난하지 않습니다. 기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일제에 협력하고, 같은 조선인을 일본에 넘겼던 행위를 친일 행위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친일파 후손들은 오로지 일본 강점기에 있던 모든 사람은 친일파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진짜 자신들의 친일 행위를 감추는 것입니다.



주철공장을 했던 자가 친일파라면 도대체 총을 들고 직접 일본군으로 복무하면서, 독립군을 잡으러 다녔던 박정희를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김지태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를 친일파라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박정희의 혈서나 만주군 경력, 삼양그룹 김연수(삼양라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과 다른 회사입니다.) 처럼 국방헌금을 낸 경력 등을 제기하면서 그를 친일파라고 매도해야 할 것입니다.

친일파들은 생존을 위해 살았던 일본 강점기 사람들과 다릅니다. 그들은 철저히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친일을 했고, 이는 명백히 범죄행위입니다.

■ 5.16 장학회의 김지태 재산은 5.6%?

정수장학회가 장물로 만든 재단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박근혜와 이정현 공보단장은 다시 또 역사를 왜곡했습니다.

이 단장은 "연세대 스코필드 박사가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찾아와 인재육성에 써달라며 25만 환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종잣돈이 돼 장학회 설립 결정이 내린 것이고, 그때부터 많은 해외교포와 국민성금이 답지했다, 김지태가 헌납한 규모는 전체 5.8%인 6천7000여만 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스코필드 박사가 내놓은 성금은 25만 환이 아니라 정확히 372,500환이었다. 출처:국정원과거사위원회.


이런 주장은 당시 외부 장학금의 규모와 김지태의 재산을 비교하면 나올 수 없는 엉터리 주장입니다. 김지태가 뺏긴 부산일보,한국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 주식만 3억 4,875만960환이었습니다. 이 주식에 대한 감정평가는 조흥,국민,제일은행 등 3개 시중은행에서 실시한 자료입니다. 여기에 부일장학회 소유 토지만 무려 100,147평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이정현 공보단장이 주장하는 외부 성금의 규모를 보면 삼성물산 이병철 회장의 1억환과 경제인 연합회장의 3,000만 환을 빼면 거의 미비합니다. 이런 재산 규모를 놓고 비교해보면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말한 5.6%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인간개조를 외쳤던 '5.16 장학회'

박근혜 후보는 '5.16 장학회'를 통해 불우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던 박정희의 뜻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5.16 장학회' 설립을 지시한 박정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1962년 6월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5.16쿠데타 직후 고원증 법무부 장관에게 "김지태 기부재산이 유출되고 있으니 장학회를 설립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무슨 대단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김지태에게 뺏은 재산이 외부로 유출됨을 우려해서 장학회를 서둘러 설립한 것입니다.

▲1962년 7월11일자 동아일보 기사


5.16 장학회 설립 명령을 받은 고원증 상임이사는 5.16 장학회의 설립 목적을 '5.16 혁명을 계기로 국가재건과 인간개조의 혁명정신이 세대를 이어가며 청소년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 흐르는'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치 히틀러가 어린 소년,소녀들을 자신의 친위대로 만들었던 것처럼 인간개조의 혁명정신을 청소년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한 목적을 보면 5.16 장학회를 그 누가 올바른 장학재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 정수장학회 연인원 3만8천명 VS 부일장학회 1만2,364명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마치 엄청난 큰일을 해낸 것처럼 말하면서 연인원 3만 8,000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정확히 검증이 필요한 것이 현재 상청회 회원이 3만 8천명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떤 계산으로 연인원 3만8천명이 이 나왔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일장학회는 박정희에게 빼앗기기 전 4년간 총 1만2,346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당시 보통의 장학재단 규모의 열 배가 넘었다는 사실에 부일장학회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수장학회의 자산은 2005년 248억 원에서 2010년 273억 원으로 25억 원이 증가했는데, 이 증가한 자산은 부산일보가 매년 납부하는 8억원의 기부금에서 5억 원을 재단 자산으로 적립하고, 나머지 3억 원만 지급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결국 정수장학회는 MBC가 내는 기부금과 부산일보 기부금으로만 장학금을 주고 그마저도 일부 기부금을 자산으로 빼돌리고 있는 재단이었을 뿐입니다.

■ 언론장악을 위해 운영됐던 '정수장학회'

정수장학회를 통해 박정희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철저하게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을 장악했고, 그 재산을 통해 자신의 사유 재산화를 노렸던 것입니다. 정수장학회가 어떻게 언론을 장악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 정수재단 정관 관련 국회 공방 1988년 7월21일 동아일보 기사.


1988년 정한모 문공부 장관은 "재단법인 정수장학회의 설립 목적이 장학금지급연구비 등이라며 신문사 경영은 설립목적으로 명기돼있지 않다"고 답변했다가 하루만에 "정수장학회 설립 목적 제2항은 1항(장학금지급등)을 위한 수익사업으로 방송신문업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번복했습니다. 

이런 정수장학회의 정관에 따라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에 깊숙이 관여했고, 부산일보가 '정수장학회를 말한다'라는 특집기사를 보도하려고 하자, 사측이 아예 기사를 막앗습니다. 또한 '정수재단 사회 환원 요구'기사를 1면에 게재한 이정호 편집국장을 대기 발령했다가 2012년 10월 19일 해고했습니다. 

삼양그룹의 친일이 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동아일보 김성수 때문입니다.  김연수의 친형이었던 김성수가 언론을 장악함으로 그의 친일 행위는 보도자체가 되지 않았고, 이는 아직도 사람들이 김성수와 김연수 두 형제의 (김성수는 큰 아버지 김기중의 양자로 갔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사촌형) 친일 전력을 교묘하게 감출 수 있는 배경이 됐습니다.  

이처럼 언론을 누가 어떻게 장악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감춰지게 됩니다. 그리고 역사적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그저 조작된 언론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진실처럼 보이는 어마어마한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2005년 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을 그만둔 후 최필립 현 이사장은 부산일보 노조위원장과 면담 자리에서 본인 입으로 "박 대표가 장학회를 좀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했습니다. 공익재단이 박근혜의 말 한마디에 이사가 바뀌고 이사장이 임명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감사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정수장학회는 자산이 257억이나 되는 거대 공익법인이었지만 교육청 직원 3명,외부 회계사 1명이 단 3일간 조사하고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정수장학회의 MBC 주식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모두 불발로 끝났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왜 새누리당과 보수우익, 그리고 친일파와 독재자의 유산을 물려받은 자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을까요? 강탈이 아니라고 해놓고, 잘못 말했다고 기자회견장을 폭소로 만든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어떻게 정수장학회에 대한 올바른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권언유착'이라는 말로 저는 정수장학회의 문제의 핵심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권력이 사유재산을 강탈하여 언론을 지배하고 자신의 후손들에게 그 지배구조와 유산을 배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사는 한, 이 세상은 권력과 언론을 지배한 자들의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정수장학회 관련 중복되는 내용은 되도록 생략했기 때문에 일부 내용은 기존 포스팅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정치] - '정수장학회'로 드러난 박정희,박근혜의 불법성
[정치] - '선거법 위반' 안철수재단 VS 정수장학회
"장물 정수장학회를 알면 박근혜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