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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은진수는 되고 정봉주는 안 된 '가석방' 그 이유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정봉주 전 의원의 가석방이 불허됐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15일 가석방 심사를 받았는데, 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형기의 83%를 채웠는데도 가석방이 불허됐습니다. 


그런데 부산저축은행 브로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형기를 가석방 기준치인 70%를 겨우 넘었지만, 지난 7월 가석방됐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가석방의 기준에 의아해할 뿐이고, 무슨 이유 때문에 차이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가석방이 불허된 이유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들어갈 때 부터 특혜받았던 은진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구속기소될 때부터 정봉주 전 의원과는 남달랐습니다. 은진수는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유여성으로부터 김종창 금융감독위원장에게 검사 무마를 부탁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3차례에 걸쳐 7,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또한, 친형을 부산저축은행이 투자한 카지노업체 감사로 취업시켜 매달 1천만 원씩 총 1억 원을 받게 했습니다.

은진수가 이런 부산저축은행의 제재 수준을 완화해달라고 로비한 정황으로 비추어 그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죄'에 해당합니다. 은진수가 로비한 대상이 김종창 금융감독위원장이라는 당연직 공무원이었고, 그 또한 감사원 위원이었기에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금품수수 (뇌물)이기 때문입니다.그런데 검찰은 은진수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으로 구속했습니다.

그 이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죄는 뇌물금액이 7천만 원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는 5년 이하의 유기징역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처음부터 특혜를 받았던 은진수는 구속되면서부터 온갖 혜택을 모두 받았습니다.

은진수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가석방이 됐습니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구치소에서 홍천교도소로 이감까지 됐고, 처우도 전혀 달랐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수형자처우분류 등급이 완화경비처우급(2급)이었습니다. 그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형기를 복역하다가 홍성교도소에 가서도 완화경비처우급이었는데 반해, 은진수는 서울구치소에 들어가자마자 개방처우급(1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교도소에서 이 수형자처우분류 등급이 왜 중요하냐면 이 등급에 따라, 면회, 전화통화 등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은진수는 매일 면회가 가능했지만, 정봉주 전 의원은 월 6회였고, 전화통화도 은진수는 월 6회까지 가능했지만 정봉주 전 의원은 월3회로 제한됐습니다.
 
또한, 검찰에 출두할 때마다 은진수는 사복을 입고 마치 죄수가 아닌 듯 보이도록 했지만, 정봉주 전 의원은 죄수복을 입어 진짜 죄인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치소에 수감되기 전부터 온갖 특혜를 받았던 은진수, 처절할 정도로 모든 특혜와 권리가 박탈당한 정봉주, 이 두 사람의 수감생활 운명이 바뀐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BBK 변호사 은진수, BBK 공격수 정봉주'

흔히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단순히 저축은행 비리를 저지른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은진수의 경력을 사람들은 잊고 있습니다. 은진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도곡동 땅 ' 사건을 모두 막아냈던 변호사였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당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도독동 대지 매각 의혹을 해명하던 은진수 법률지원단장.출처:연합뉴스


은진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법률지원단장으로 'BBK 팀장'이었습니다. 그는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이명박을 향한 온갖 의혹을 모두 무마시켰던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자마자 2008년 총선 예비 후보 명함에 당당하게 '이명박 정부를 만든 힘'이라는 명함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지켜준 은진수를 감사위원으로 차관급 대우를 받는 보은 인사로 갚아줬습니다. 은진수가 저축은행 로비에 연루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특혜를 누리며 수감생활을 하다가 나온 이유가 바로 이명박 캠프의 명실상부한 'BBK 대책팀장'이었기 때문입니다.

▲ 정봉주 의원이 BBK 관련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봉주 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BBK 전문가로 이명박 대통령과 BBK 관계를 폭로했던 인물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과 아주 흡사한 주장을 했던 사람이 바로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왜 박근혜는 구속되지 않고, 정봉주 전 의원은 구속됐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는 미래권력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정봉주는 그저 정치인이었습니다. 사실 민주당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사진 찍으며 인기몰이를 하려고 했던 사람은 많았지만, 실제 그를 위해 뛰어준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몸을 사린 것입니다.

그다음 중요한 부분이자 아주 어이없는 이유는 바로 박근혜 후보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모 후보라고 지칭하던지, 언론을 들먹이며 교묘하게 피했고, 정봉주 전 의원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직접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박 전 위원장의 BBK 발언은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그 내용이나 구체적인 표현에 비방의 목적이나 명예훼손의 의도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박근혜와 정봉주의 차이는 정치적이냐 아니냐인데, 저는 이것은 정치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점을 망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양심'

검찰은 정봉주 전 의원의 가석방 불허 이유에 대해서 '수감자가 자신의 잘못을 얼마나 뉘우치고, 재범을 저지르지 않을지 여부인데, 정봉주 전 의원은 이런 점이 부족한 듯하다'는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결국,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이 말했던 BBK 관련 발언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하고, 다시는 BBK를 말하지 않겠다고 했어야만 가석방이 가능했다는 의미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표현이 한 인간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적인 공격을 위해 했느냐 공익을 위해서 했느냐를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개인 간의 의혹을 말하면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는 법의 적용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고위공무원이나 정치인 등에 관한 의혹 제기나 비판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말해야 하고, 그것이 가능해야 참다운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정부관료를 향한 의혹과 비판을 제기한 당사자가 아니라 해당 관료가 증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 정봉주 전 의원이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BBK 의혹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증거를 제시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치] - 전여옥 '불륜 호텔론'과 정봉주와 '설리번 사건'

정봉주 전 의원의 가석방이 불허되자, 모든 언론은 그를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언론은 그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입을 모아 비난했었습니다.

▲ 동아일보 10월16일자 단신 기사


동아일보는 정봉주 전 의원의 가석방이 불허되자, 'BBK 거짓말 유포'라는 제목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 했던 모든 말이 거짓말이었다고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그가 분명 일부 발언에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부분은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런 증거를 왜 의혹을 제시한 당사자가 모든 증명해야 할까요? 

▲ 미주중앙일보 10월16일자 BBK 관련기사


BBK특검 결과와 전혀 다른 증거와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BBK사건이 제대로 규명됐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허위사실 유포를 규정하는 기준에 관한 진실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상황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이 조사하며 알게 된 진실을 모두 버려야 할까요?

▲ 정봉주 전 의원이 형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밝힌 옥중서신, 출처:미권스


정봉주 전 의원은 옥중서신을 통해 특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는 형기를 모두 마치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대선 시기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통령 후보에 대한 비리 검증을 요구했지만 MB정권은 아예 정봉주 전 의원의 국회의원 신분이 있는 동안에 가만히 놔두었다가 정권을 잡자마자 그를 잡아다 입을 막았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했던 정봉주 전 의원을 향한 현 정권의 치졸한 정치공작은 법률적 판단 이전에 국민의 알 권리,표현의 자유, 그리고 자신이 가진 양심을 모두 버리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그의 결심대로 1년 형기를 모두 마치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결코 양심을 버리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임을 증명해줬으면 합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옵니다. 교도소의 겨울은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몸을 맞대야 겨우 추위를 면할 수 있을 정도로 혹독합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으면, MB정권 최후를 지켜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모진 추위를 버티고 나오는 날, 당신을 꼬옥 안아주겠습니다.
그곳은 추웠지만, 국민의 품은 한없이 따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