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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야권단일화'를 막기 위한 새누리당의 협박



추석을 전후로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추석 전과 비교해 올라간 후보도 있고, 내려가거나 유지하는 후보도 있지만, 실제로 대선 후보 지지율은 여론조사 기관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리 신뢰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야권 단일화 후보에 대한 지지도입니다. 12월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정권교체의 시작이자, 대선 승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야권 단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마음을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야권 단일 후보의 방식을 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국민의 마음과 다르게 새누리당은 여전히 야권 단일화를 막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지금도 떨어지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야권 단일 후보가 결정되면 위협이 아닌 절망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예전부터 야권 단일화를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지만, 추석이 끝난 후부터는 아예 법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야권 단일화 저지 움직임을 살펴봤습니다.

' 야권 단일화를 막기 위한 정치자금법 발의'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정당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후보등록을 하지 않거나 등록 후 사퇴한 경우 국가가 해당 정당에는 선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을 발의했습니다.

▲ 중앙일보의 10월3일자 '정치자금법' 개정안 기사


새누리당이 발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중앙일보는 "선거 보조금 '먹튀' 못하게"라는 제목을 붙여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속내는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졌을 경우 아예 선거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존 정치자금법에는 후보 등록 이후 사퇴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지만, 새로운 개정안에는 후보로 등록했더라도 중간에 사퇴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후보 등록 후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해서 한 명의 후보가 사퇴하면 아예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니, 너희가 이러고도 야권 단일화 명목으로 후보 사퇴를 할 수 있겠느냐고 대놓고 협박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개정안이 발의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지지자들에게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야권 후보화를 위한 결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문재인 후보가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가려고 해도, 이런 정치 공학적인 가시덤불이 있다면 그로서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안철수 후보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이 이런 이유로 민주당 입당을 요구할 수 있고, 정치 개혁을 외치는 그에게는 구태의연한 정당 정치의 걸림돌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에게 자신들의 뜻과 다르게 야권 단일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 대선을 위해 급조된 한나라당'

새누리당은 이상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서병수 사무총장이 대표방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이질적인 정파간의 정략적이고 야합적인 후보 단일화의 폐해를 막고, 정당의 책임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새누리당의 과거는 숨기고 국민을 기만하는 엉터리 주장입니다.



새누리당의 뿌리는 민주정의당입니다. 민주정의당은 군사정권이 세운 허수아비 정당이었습니다. 그들이 무슨 정당 정치의 철학이 있었겠습니까? 그다음에 그들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3당 합당이라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 최고의 야합 정치의 산물인 '민주자유당'을 만들었습니다.

신한국당까지 이어지는 정당의 역사만 봐도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정당 정치','책임 정치'라는 문구는 전혀 그 말의 뜻과 다른 야합을 포장하는 단어일 뿐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꿨다고 벌써 잊었는가 봅니다.

▲ 민주당 조순 총재와 함께 당 대 당 통합으로 창당된 한나라당.


15대 대선이 있던 1997년, 신한국당은 이회창 후보를 대선 후보로 결정합니다.그런데 경선 대회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에 경기지사였던 이인제는 명목상으로는 당의 개혁을 내부적으로는 이회창 대세론이 무너졌다는 판단하에 그해 9월 14일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독자적인 대선 출마를 선언합니다.

이회창은 당내 계파 간의 분열과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순 총재와 당 대 당 통합을 논의하여, 이회창으로 대선 후보를 단일화하고, 조순이 당 총재가 되는 것으로 합의한 후 11월 21일 한나라당을 공식 출범합니다.

지금의 새누리당은 전혀 색깔이 다른 정당이 만나 대선을 위해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새누리당이 지금 '야합적인 후보 단일화의 폐해를 막고'를 운운하며, '정당의 책임 정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을 보면 돈을 주고 족보를 사서 양반이 된 무식한 사람이, 자신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모르고 그저 고사성어만 남발하면 유식해보일 것이라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10월3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오늘 신문 1면에 "이희호 단일화 요청에 안철수는 묵묵부답"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제목을 보면 이희호 여사가 단일화를 요청했지만, 안철수는 단일화하지 않으려는 속셈 때문에 말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랬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안철수 후보가 찾아와서 만난 자리에서 “야권이 통일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 나와서 여당과 싸워야 한다","꼭 이겨야 한다"고 말했으며, “당선이 되시면 우리나라를 철저한 민주주의 사회로 만드시는 데 수고해달라”는 등의 덕담과 충고, 조언을 함께 말했습니다.

여기서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 요청을 했던 적은 없습니다. 그저 야권이 통일되어야 하고, 여당과 싸워 꼭 이겨야 한다고 말했을 뿐입니다.그런데 조선일보는 마치 이희호 여사가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청했고, 이를 안철수 후보가 거부했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야권 단일화는 통합이나 대선을 위한 합체가 아닙니다. 비정상적인 범죄자에 대항하기 위해 힘없는 일반 시민들이 힘을 합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는 단순한 정당이나 후보의 통합이 아닌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고, 조중동이 그 법안이 올바른 법안인 듯 포장하는 기술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사기꾼들이 손발을 맞춰 선량한 서민을 등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이런 사기꾼들에게 속아서 살려고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