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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순재,최불암의 방송 출연이 금지돼야 하는 이유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사하면서 각종 광고에 출연했던 원로탤런트 이순재씨와 '전원일기 김회장'으로 오랜 시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오다가 '최불암 시리즈'로 꾸준한 관심을 받았던 최불암씨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위한 대선캠프에 합류했습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에 원로 탤런트 최불암,이순재씨를 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은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각 분야별 현장 전문가를 영입하여 만든 18개 추진단의 하나인데, 이 추진단 규모는 현역 의원 60명과 당협위원장 18명을 포함한 총 300여 명으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전문가를 데리고 온다고 쳐도, 그들이 보여줄 정책은 결국 보수우익 노선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지금은 진보성향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법안 통과와 정책 운용은 여전할 테니) 추진단 운운한다고 그렇게 신경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탤런트를 영입하는 모습은 선거 전략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로 매우 걱정됩니다.

'탤런트 이미지와 선거의 관계'

탤런트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경우 다른 후보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던 배우라면 국회의원 당선은 아주 유리하기도 합니다.


이순재는 1992년 14대 총선에 출연합니다. 그런데 당시 이순재는 1992년을 뒤흔든 시청률 64%의 최고 드라마였던 '사랑이 뭐길래'에 대발이 아버지로 출연하고 있었습니다. 14대 총선은 3월24일에 실시됐는데, '사랑이 뭐길래' 드라마는 5월 31일에 종영됐습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간에 이순재는 14대 총선에 민자당 서울 중랑갑구 후보로 당선됐는데, 그의 얼굴이 선거 기간 내내 TV에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순재의 드라마 출연과 국회의원 선거의 영향에 관한 재밌는 논문이 당시에 나왔었습니다. 고려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주정민씨는 '텔리비젼 드라마의 주인공 이미지와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관한 연구'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는 '텔리비젼 인기드라마 출연자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때 많은 유권자가 드라마 주인공의 이미지를 토대로 그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중랑갑구 유권자 2백83명 (남 155명/여12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사랑이 뭐길래'에 나온 대발이 아버지와 국회의원 후보 이순재를 구분하지 못하는 유권자 97명 중 58명이 이순재에게 투표했습니다. 탤런트 이미지가 약할 수록 투표하는 경향이 낮았는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드라마 주인공의 이미지와 잘 구분하지 않고 텔레비전 이미지를 그대로 믿고 투표를 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우리는 TV에 나온 출연자가 가진 이미지가 선거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교육수준이 낮거나 TV에 몰입하는 정도가 심한 중년 여성은 탤런트 이미지 그대로 투표를 했다는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 TV 이미지 그대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TV 드라마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보여준 이미지를 그대로 믿거나 신뢰하는 경향이 많음을 데이터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많은 정당들이 탤런트와 방송인,유명인들을 정당에 영입하거나 활용하기도 합니다.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를 지원했던 최불암과 17대 대선 후보 이명박을 지지했던 연예인들


최불암씨는 '전원일기 양촌리 김회장'이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1992년,14대 대통령 선거를 위해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에 입당합니다. 14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최불암은 14대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정주영 후보를 위한 지원 유세를 했고, 정주영의 대선 패배 후 민자당에 입당합니다.

이명박과 '전원일기 유인촌,야망의 세월 유인촌'의 관계에서 보듯이 탤런트와 유명 방송인들의 이미지는 국회의원,대통령 선거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탤런트들이 방송 이미지처럼 좋은 정치를 했다면 그리 큰 논란이 없겠지만, 실제 방송 이미지와 다르게 철저하게 정치 논리와 자신만의 권력을 쌓기 위한 도구로 정치와 야합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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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가 출연했던 드라마 야망과, 최불안 대신 드라마에 출연한 박근형씨


탤런트들이 TV 속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엿볼 수 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1994년 최불암,이순재는 각각 드라마 배역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최불암은 드라마 '아담의 도시'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지만, 극중 장국철 회장이 군사정권 시절 부패한 재벌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연출자와의 출연 약속을 번복해 결국 탤런트 박근형씨가 대신 캐스팅 됐습니다.

이순재는 드라마 '야망'에 출연했는데 당시 이 드라마에서 이순재는 역관 출신의 부호로 정조의 개혁의지를 뒷받침하는 비밀결사조직인 송죽지사를 이끄는 인물로 묘사됐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 유리한 탤런트가 자신의 이미지에 따라 배역을 바꾸고 선택하며 출연하는 모습이 과연 올바르냐고 따져 볼 때 아이엠피터는 탤런트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면 연예활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진짜 필요한 의정 활동의 공과는 따지지 않고, TV 속 이미지로 유권자들을 현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이주일씨는 14대 국회의원이었습니다. 당시 이주일 의원(본명 정주일)은 국회의원 당선과 동시에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했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파격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정치인 이주일의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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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사실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했던 사람은 이주일 의원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주일 의원은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제패하자,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부터 받은 세비 1천5백만원을 황영조 선수에게 격려금을 전달해달라고 기탁했습니다.

이주일은 14대를 국회를 끝으로 국회를 떠나면서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국회를 떠납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가 의정 활동을 하면서 동료 국회의원에게 세비 기탁 등으로 왕따를 당했던 일을 상기해보면, 그가 어느 정도는 코미디 이주일보다 국회의원 정주일로 활동하려고 애를 썼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마의에 출연하는 이순재와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인 최불암


이순재의 대발이 아버지가 줬던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독재자처럼 온 가족을 꽁꽁 옭아매고 살지만, 가족의 경제 활동을 위해 애를 쓰고 재산을 모은 전형적인 박정희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원일기 김회장의 이미지 또한 가족은 물론이고 동네를 위해 모든 것을 살피는 큰 어르신과 같은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TV 속 이미지를 가지고 정치를 시작해, TV 속 이미지 그대로 바른 정치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특정 정치권력과 야합하며, 자신의 이미지만 높이고, 그 이미지를 가지고 유권자를 현혹한다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믿고 투표까지 하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앞으로 12월 대선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드라마 출연자와 방송진행자가 선거 유세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득이 될 수 있을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느꼈던 괴리감은 그들이 결국 '얼굴마담'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얼굴마담'을 하면서 정치를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방송은 중지하고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얼마 전 방송인 김제동씨는 TV도 아닌 콘서트조차 정치적인 이유로 불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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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 당당하게 임명된 사람이라면 분명 정치인으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새 드라마 '마의'에 출연하는 이순재나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인 최불암, 이 두 사람도 선관위의 제재를 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할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