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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MBC의 수상한 안철수 논문 표절 보도



추석 연휴 기간 민심을 잡기 위해 고심하는 대선 후보들에게 추석 연휴 기간에 보도되는 뉴스는 민심과 여론을 움직일 수 있기에 민감합니다. 어제(10월1일) MBC 뉴스데스크는 '단독 보도'라는 타이틀로 안철수 후보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MBC 뉴스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의학박사 학위 논문이 다른 교수의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안철수 후보의 1990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과 서울대 서 모 교수의 박사 논문을 비교하는 자료 화면까지 내보냈습니다.

이 뉴스 보도를 보면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인 양 비쳤는데, 어제 MBC 뉴스에는 수상한 모습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논문의 표절 진위를(물론 철저히 검증이 요구되지만) 떠나 MBC의 안철수 후보 관련 보도를 어떻게 했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해봤습니다.

' 언론의 원칙이 무시된 보도'

'언론은 철저하게 중립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보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중립적인 원칙을 지키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 객관적인 증거, 사실에 대한 반론권 등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라 함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학술적이거나 검증된 증거 자료를 의미합니다.
 
반론권은 방송과 언론에 의해 공표된 사실에 의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의 주장을 포함하여 언론 보도가 양쪽 당사자의 주장을 모두 담아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원칙에 따르면 어제 MBC 보도는 정확한 보도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객관적인 증거의 부족

논문 표절 의혹의 검증은 사실 정확한 학술관련 단체에서 판명되기 전까지는 오해 내지는 시시비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논문 표절 판정이 나오기 전에 보통 언론에서는 학술단체나 관련 분야 교수의 의견을 포함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어제 MBC 보도에서는 기자가 논문 표절 의혹을 서술했을 뿐, 전문가 내지는 교수들의 인터뷰 내용이 빠져 있었습니다.

▲안철수 후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논문의혹 관련 해명 게시글.


MBC 보도의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 보도 이전에 안철수 후보 공식 페이스북은 서울대 의대 생리학 교실 이호석 주임 교수와 호원경 교수의 의견을 게재했습니다.

"MBC측에서 문제삼는 볼츠만곡선은 19세기 통계물리학자인 Ludwig Boltzmann이 정립한 물리학적 원칙으로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비견되는 물리학적 법칙임. 자연현상의 해석에 뉴튼의 원리를 적용할때마다 그의 저서인 Principia를 인용하지 않듯이 볼츠만의 원리를 적용할때 인용문을 달지 않는것이 관례임. 두 논문은 심장세포에 존재하는 세포막을 통한 전혀 다른 종류의 이온흐름에 같은 통계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임.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 같은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을 표절이라고 볼 수 없음."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주임교수 이석호

이 의견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충분히 관련 보도 내용과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다른 전문가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 볼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MBC는 기자의 말 이외에는 어떤 전문가의 주장이나 의견이 없었습니다.


▲SBS뉴스의 새누리당 신경림 비례대표 논문표절 의혹 단독 보도 관련 전문가 인터뷰 장면


SBS 뉴스는 4월초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경림씨의 논문표절 의혹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SBS는 이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하면서 한상권 한국 학술단체 협의회 교수의 주장과 인터뷰 내용을 삽입해서 보도했습니다. 기자가 논문표절 의혹을 보도하면서 자신만의 주장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언론 보도 방식에서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SBS처럼 '논문 표절 의혹'이 있다면 과연 이 논문이 표절인지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오로지 MBC 뉴스데스크에서만은 이런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라진 반론권

앞서 언론은 어떤 사건의 당사자 양쪽의 말과 주장을 모두 실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엠피터'가 글을 쓰는 방식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을 무조건 쓰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의 제기한 의혹을 새누리당은 어떻게 해명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글을 씁니다.

보통 기자라면 민주당과 새누리당에 가서 취재하겠지만, 일개 블로거인 저에게 취재를 응할 새누리당이 아니기에 새누리당의 보도자료를 많이 인용하거나 사용합니다. 이처럼 양쪽의 주장을 모두 담는 것이 원칙이지만, MBC는 안철수 후보의 해명과 반박 자료를 보도에 넣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후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


안철수 후보 캠프의 정연순 대변인은 "MBC의 새누리당 출입 기자가 오늘 오후 8시께 다른 기자를 통해 유민영 대변인에게 보도 내용을 취재했고, 유 대변인은 8시 45분께 서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주임교수 이석호 교수의 의견을 전달한 후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만약 보도할 경우 MBC는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습니다.

만약 정연순 대변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MBC 기자는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하면서 방송 1시간 전에야 취재 전화를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은 모두 잘라 버리고, 단순히 '안 후보와 논의 후 답변하겠다'는 언급되지 않은 거짓말을 공식 답변처럼 왜곡 보도한 것입니다.

▲SBS뉴스의 새누리당 신경림 비례대표 논문표절 의혹 단독 보도 관련 신경림측 주장 보도 내용


SBS는 새누리당 신경림 비례대표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하면서, 앞서 한상권 학술단체 협의회 교수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 '연구 대상자와 연구 기간을 늘린 것으로 일종의 반복 확대 연구'라는 해명은 물론이고, '2005년 논문과 2009년 논문은 연구 대상과 방법이 완전히 다른 별개의 논문들'이라는 신경림측 주장을 논문 표절 의혹 주장과 비슷한 분량으로 보도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검증 학술 단체에 의해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시청자가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언론은 양쪽 당사자의 주장과 반반,해명의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러나 MBC 뉴스는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하면서 기자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취재의 원칙이나 방법 모두 지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정확한 취재를 하지 못한 언론이 나중에 잘못된 보도를 정정하는 일에는 얼마나 소극적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 강조한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는 논문 표절 의혹 자체를 떠나 데스크에서 어떻게 승인이 났는지 이상할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는 단독 보도였습니다.

논문 표절  MBC 보도가 얼마나 학술적으로 무지한 왜곡 보도인지 학문적으로 분석한 자료입니다.
https://docs.google.com/file/d/0B0s5uRCzvL0HbkhYSEw5UHFSQ2c/edit?pli=1


' 새누리당 출입 기자의 안철수 단독 보도'

안철수 후보 캠프 대변인의 말을 보자면, 이번 MBC 뉴스를 보도한 기자는 새누리당 출입 기자입니다. 출입처 기자가 왜 중요하냐면, 만약 민주당 출입기자가 새누리당 뉴스를 쓸 동안 새누리당 출입기자가 그 소스를 모르고 있었다면 데스크에서 자격 미달,능력 부족으로 찍히기 때문입니다.

▲현원섭 기자의 새누리당 보도 기사 리스트


이번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을 단독 보도한 현원섭 기자는 새누리당 출입 기자입니다.(지금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만약 안철수 후보 담당 MBC 기자였다면 안 캠프에 다른 기자를 통해 취재할 리가 없었다고 봅니다.) 왜 이런 출입처가 중요하냐면 과연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 소스가 새누리당에서 흘러나왔을 수 있다는 의혹도 있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새누리당은 이미 안철후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이전부터 안철수 관련 팀을 운영했다고 소문이 떠돌았고, 그런 사실을 증명하듯 하나씩 쏟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안철수 후보 '다운계약서'가 새누리당에서 나왔던 점으로 미루어,  이번 사건도 새누리당과 MBC의 합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에 관한 편파적인 MBC'

MBC 뉴스를 보면 거의 안철수 후보를 왜곡하려고 작정한 듯 보이는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로 나오기 전부터 MBC는 안철수 후보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를 계속 쏟아냈었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힐링캠프에 출연할 당시의 MBC 뉴스데스크 화면


보통 시청자들은 뉴스 꼭지의 첫 화면에 나오는 문장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거나, 그 문장 그대로 이미지를 굳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뉴스 방식을 본다면 MBC의 안철수 원장 힐링캠프 출연은 '정치 아마추어'로 인식하기에 충분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MBC는 유독 안철수 원장의 부정적인 이야기는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정작 중요한 그의 정책이나 행보의 의미를 생략하는 행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민언련의 방송모니터 결과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9월19일부터 23일까지의 MBC 뉴스를 보면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와 갈등을 빚을 것이며,민주당이 안 후보를 견제했다는 식의 논리를 앞세운 내용을 타 방송보다 현저히 많게 보도했습니다.

'안은 호객꾼,,다급해 허둥'
'단일화 논의 부적절 독자행보'
'시민 캠프로 안 'SNS'캠프에 맞불'

MBC 보도를 보면 안철수 후보가 나와서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없고, 오로지 구태의연한 정치인을 등장처럼 만들어, 치열하게 싸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은 반드시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표절 의혹에 관한 국민의 궁금증과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심판은 언론이 할 수도 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언론의 모습은 국민의 알권리를 대신하는 언론의 기능이 아니라, 특정 후보와 영합한 '정치 주체'가 되어 앞으로 자신들의 이익과 미래를 보장받으려는 정치 공작으로 비칠 뿐입니다.

“우리의 언론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다가 그로부터 해방된 다음에는 이 권력, 저 권력과 제휴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조중동입니다. (중략) 그들이 정치주체가 된 것입니다. 물론 모든 언론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성격을 달리해서 게임을 관리하고 심판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2007년 11월 11일, KTV 특집인터뷰 다큐멘터리 ‘대통령 참여정부를 말하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의 수준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깨어있는 시민의 참여라고 했습니다. 대안언론으로 나오는 미디어를 살릴 수 있는 원동력도 시민이고, 잘못된 언론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의무와 권리가 있는 존재도 시민뿐입니다. 여러분의 수준이 높아졌다면, 이제 저질 왜곡 언론은 퇴출시켜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