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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녹조 수돗물'이 폭염 탓이라는 MB,지난겨울엔?



전국 강물에 생긴 녹조 때문에 수돗물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수도권 지역의 식수원인 북한강 상류에도 녹조가 생겨 수돗물이 공급되는 팔당호와 서울 잠실 수중보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낙동강,영산강,대청호,충주호 등 전국 주요 하천과 호수에는 지금 녹조 비상이 걸렸습니다.

전국 하천과 보에서 발견되는 남조류는 (맹독성으로 인하여 미량으로도 치사에 도달 가능 출처:국립환경과학원) 특히 북한강 일대에서는 기준치의 최대 20배가 이미 넘었습니다. 이런 녹조 수돗물 비상 때문에 서울시는 한강 취수원의 수질검사 결과를 봐서 녹조가 기준치를 넘는다면 "조류주의보"를 내릴 방침입니다.

이렇게 녹조가 시민이 마시는 수돗물에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비상이 걸렸는데, 모든 방송과 언론은 폭염 탓이라고만 합니다.

▲ 청와대 홈페이지 국무회의 브리핑 화면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녹조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처럼 지금 전국적으로 생기는 녹조가 진짜 폭염만으로 생기는 것일까요?

▲ 2011년 11월9일자 조선일보 기사


작년 겨울 폭설이 내리는 영하의 강추위 속에 북한강과 팔당댐이 녹조로 오염돼 수돗물에 악취가 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오염지대가 적은 1급수 수질의 북한강에서 겨울 녹조가 발생하는 것은 이변에 가깝다는 전문가들은 겨울녹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예년보다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겨울 전력난 등에 대비해 물을 흘려 보내지 않다 보니 (녹조 발생)조류들이 하류로 휩쓸려 내려가지 않고 사실상 고여 있는 강물에서 계속 번식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난겨울 발생한 북한강 녹조를 통해 두 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 수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녹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분명히 녹조가 더 심해질 것이다.
▶ 고여 있는 강물이나 댐에서는 녹조가 계속 번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론과 예측은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작년 겨울에 이미 심각한 '녹조 사태'가 예견됐습니다.

▲2012년 3월1일자 연합뉴스 기사


올해 3월 낙동강 유역에 있는 취ㆍ정수장을 운영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취수장과 정수장에 쓸 활성탄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활성탄은 목재나 갈탄을 이용해 조류를 거르기 위한 정수용으로 사용됩니다.

정부는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부영양화가 악화하지 않았다고 계속 주장했지만, 실제로 수돗물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와 4대강 유역에서 취ㆍ정수장을 운영하는 지자체나 공기업은 부영양화를 이미 예견하고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대비를 하는 이유는 보에서 물을 가두면 녹조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앞서 북한강 녹조 현상으로 알게 된 결과로 누구나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했습니다.

녹조가 폭염에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녹조 현상과 이 때문인 수돗물 악취를 알고 있었습니다.

▲ 2011년 12월9일자 조선일보 기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겨울 북한강 녹조 현상이 발생하자 "향후 북한강 뿐만 아니라 다른 강에 대해서도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습니다.

국무회의에서 '녹조현상'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녹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하셨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되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수십조 원의 돈을 투자해서 그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느냐는 점과 그 사업이 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행해서 현재의 위험과 재해를 예방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녹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무조건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통해 앞으로 있을 재난을 대비하겠다는 대통령의 말과 다르게 지금 대한민국 국토는 오히려 수십조 원의 돈을 투자한 만큼의 효과도 대책도 눈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 지난 2011년 9월 24일 세종보. 개방행사를 하기위해 물을 담수하자마자 녹조류가 발생했다. 사진=대전충남녹색연합


전문가들은 북한강 겨울 녹조를 보면서 아니 이전부터 4대강 사업 유역에서 녹조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특단의 조치를 운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국이 녹조 때문에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고 비상이 걸렸습니다. 폭염,가뭄 등 어쩔 수 없는 현상에 우리는 그저 하늘만 바라봐야 합니까?

대통령의 자리는 미래를 생각하며 그 대책을 세우고, 국민이 낸 세금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시하고 관장하는 국가의 지도자입니다. 전혀 불가피한 자연재해로 보기에는 충분히 예견됐고, 이미 지난겨울부터 시작된 녹조 현상을 왜 8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그저 잘 관리하고 안내하라고만 할까요?


상수도사업본부나 수자원공사는 "최근 강수량 부족, 폭염으로 인한 수온상승 등으로 인해 최근 북한강과 팔당 상류지역 남조류(藍藻類)가 다량 발생되고 있습니다."라며 작년 겨울과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강 녹조류 때문에 초등학교 아이들의 한강건너기 행사를 취소했다고 합니다. 녹조 때문에 조류주의보가 내리면 한강에서 수영이나 수상레저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 청와대 4대강 홍보물(좌) 녹조라떼 (우)


모든 것을 4대강 사업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22조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쓰고도 우리는 여전히 폭염과 가뭄을 걱정해야 하고, 태풍과 장마가 한국을 피해 가기만을 그저 하늘을 보며 빌 수밖에 없습니다.

녹조 때문에 수돗물 비상이 걸렸는데, 이를 알고도 해결하지 못했던 대통령을 욕하지도 못합니다. 이 모든 녹조 사태가 그저 '폭염'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자, 강에서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이상한 헛소리를 하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