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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9대 총선, 강남구 '부정선거' 의혹은 밝히자.



19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거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고 모든 언론이 보도하면서, 현재 야당은 침울한 상황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전략적으로 승리했고, 야당은 전략 부재 및 쇄신 부족 등으로 참패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과연 야당만의 패배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말은 야당의 패배는 반드시 인정하되, 그 안에 어떤 다른 요소는 없었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저는 어제 '강남을' 개표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패배는 인정하자', '선거결과에 승복하자'.'무조건 야당이 잘못했다'라는 모습을 보면서, 우선 희망을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치] - 4.11총선 결과가 보여준 반쪽의 패배와 희망

야당은 분명 이번 선거에서 부족한 능력을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옳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외하고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온 의혹과 불합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강남구' 개표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과 의혹이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 55개 투표함 중 17개 투표함이 문제라는 어처구니 없는 선거관리'

서울시 강남구 을 투표함은 총 55개였습니다. 그런데 이 중 17개 투표함, 무려 30%에 해당하는 투표함이 이번 19대 총선 개표과정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문제가 됐던 투표함은 총 17개 (초기 18개로 알려졌으나 이 중 1개는 경미한 상황이었음) 로 대부분 봉인이 제대로 안 됐거나, 바닥이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된 투표함은 5개로 아예 투표함 투입구에 봉인이 되어 있지 않은 4개 투표함과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투표함 1개였습니다.

사실 공직선거법에는 투표함 봉인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168조
 “투표관리관은 투표소를 닫는 시각이 된 때에 투표소의 입구를 닫아야 하며, 투표소 안에 있는 선거인의 투표가 끝나면 투표 참관인의 참관하에 투표함의 투입구와 그 자물쇠를 봉쇄·봉인하여야 한다”

이런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입구 부분과 자물쇠를 봉인하는 것이 법의 절차이지만, 이번 강남구 투표함은 이런 절차가 무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좌측 투표함들은 투표함 상단부분과 자물쇠 부분에 모두 봉인이 되어 있고, 참관인들의 도장까지 찍혀 있습니다. 그러나 우측 투표함에는 도장은커녕 봉인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공직선거법에는 세세하게 봉인을 어느 부분에 찍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투표함이 열리지 않도록 봉인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문제점을 제기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투표함의 바닥이 훼손돼 있거나, 봉인이 선거법에 따른 절차를 무시한 모습은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의혹을 받을 이유가 됩니다.

특히, 한두 개도 아닌 (사실 정동영 후보측 참관인들도 초기 1-2개 투표함의 투표함 훼손은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갔음) 무려 17개 투표함이 훼손됐다는 사실은 심각한 검증절차와 조사가 필요합니다.

'투표함 문제는 단순 업무미숙?'

강남구 선관위는 개표가 중단될 정도로 문제가 제기됐던 이번 사건이 단순한 업무 미숙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강남구 선관위는 문제가 됐던 해당 투표소의 투표관리관과 투표참관인을 소환하여 경위를 확인한 결과 업무 처리 미숙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 봉인과 무관한 자물쇠 처리 상태

이번 투표함에는 이상하게 봉인도 제대로 안 된 투표함과 자물쇠가 어설프게 채워진 투표함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다른 곳은 '투표지 넣는 곳'에 봉인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면 저 투표함에 다른 어떤 투표용지도 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강남구 투표함에는 '투표지 넣는 곳'에 봉인이 안 된 투표함이 대량 발견됐습니다.

선관위 측은 외부로 자물쇠를 채웠다고 하는데, 사진에서 보듯이 저렇게 봉인이 자물쇠와 분리된 투표함을 보면, 이것이 과연 봉인된 투표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사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봉인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업무미숙이라도 저렇게 투표함을 봉인할 수 있는 업무미숙의 사람이 한개의 투표소도 아니고 무려 17개의 투표함이 발견된 여러 투표소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간단히'업무미숙'이라고 보기에는 쉽게 의혹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

선관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봉인절차가 '단순 업무미숙'때문에 나온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룡마을 쪽에 선거 참관인으로 일했던 A씨는 실제 개표장에서 봉인됐던 투표함이 봉인되지 않은 투표함으로 바뀌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내가 투표장에서 목격한 투표함 봉인 상태와 다르다. 선관위가 투표함을 자물쇠로 채운 뒤 그 위에 엑스(X)자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봉인한 것을 보았다”


개포1동 제5 투표구에서 나온 투표함은 A씨가 봉인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X자 모양의 테이프도 봉인도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이것은 투표함이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투표지 번호표 논란

이번 선거에서는 강남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중의 하나가 일련번호 절취에 관한 의혹이었습니다.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지(투표용지 왼쪽 하단 모서리 절취선)가 있는데, 이 일련번호지를 절취하지 않고 투표용지를 나눠주거나 그냥 붙어 있는 상태로 투표용지를 투표장에서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선관위 주장에 따르면 절취선을 자르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다면 저런 일련번호표를 굳이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일련번호는 투표용지가 정확히 몇 장이 배부되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인데, 저 번호표가 붙어있는 투표용지가 그냥 들어간다면 다시 새로운 투표용지를 넣어도 부정투표용지를 적발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일련의 모습들을 '단순한 업무처리 미숙'으로 보기에는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증거들이 너무 많은 것이 이번 강남구 개표과정에서 나왔습니다.

' 신뢰할 수 없는 부정선거의 역사, 바뀌어진 투표함'

이번 강남구 개표과정에서 터져 나온 의혹들은 대한민국 선거가 그동안 숱한 부정선거의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1960년 3월15일에 실시된 제4대 대통령 선거 및 제5대 부통령 선거는 '3.15 부정선거'로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선거 전날 이승만과 이기붕의 이름이 찍힌 투표용지가 선거함에 미리 투입되어 있었고, 자유당 측 사람들은 1인당 20개의 투표지를 가져가 투표함에 넣기도 했습니다.

이에 항의하던 민주당 선거관리인을 투표소에서 내쫓기도 했으며, 부정선거 의혹이 터져 나오자 투표지를 대량으로 불태우는 만행도 벌어졌습니다.

'3.15 부정선거'는 결국 '4.19 혁명'의 도화선으로 이승만 대통령 하야를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1987년 12월16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던 구로구청에서 투표함이 무단 반출되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투표함이 빵상자로 봉인되지 않은 채 투표함이 이송되던 일을 적발한 시민들은 선관위 사무실에서 백지 투표용지 1,560매와 정당대리인 도장, 투표함 등을 발견했습니다.

부정선거를 항의하던 시민과 학생을 구로구청을 점거하고 항의 농성을 벌였고, 경찰은 5.000명의 백골단과 헬기를 동원하여 이들을 무차별 강제진압을 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치러졌던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여당 비서관이 자신이 모시던 국회의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했다는 수사결과가 나왔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당시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이겼음에도, 부재자 투표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모든 지역에서 승리한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던 시절에는 기호 1번을 찍었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로 부재자 투표가 부정선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군인들이 그런 상황이 아닐진대 어떻게 부재자투표에서 모두 나경원 후보가 승리했을까요?

이처럼 대한민국 선거부정은 끊임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거부정 의혹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자꾸 의혹이 생기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글을 야당실패의 이유나 정동영 후보의 참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으로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더욱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왜 자꾸 선거의혹 사건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다 같이 고민해보자는 생각일 뿐입니다.

선거참패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법적인 문제와 의혹 또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분명 잘못과 부정선거 개입 의혹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앞으로 대선에서 어떠한 선거의혹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치러진 선거는 대부분 철제 투표함을 사용했습니다. (2006년 지방선거때는 종이투표함) 그러나 2007년부터 대부분 종이 투표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강남구 부정선거 의혹을 계기로 다시 철제 선거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우리는 10.26 부정선거 당시 디도스 공격을 기억하면서 설마 이번에도 다시 일어나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선관위 홈피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설마 하지만 또 발생하는 것이 부정선거 의혹입니다.

강남구 투표함처럼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도 봉인절차를 무시한 투표함이 무더기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선관위는 단순 10분 교육 받은 인원들이 투표소 관리와 운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럴바에는 왜 공무원들이 투표소에서 일을 합니까? 대한민국 선거가 이렇게 엉터리 교육을 하고 대충해도 될 선거일까요?


선거는 가장 공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거는 반드시 중립적인 위치에서 투표와 개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선관위가 중립적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동안 선관위가 보여준 모습은 결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중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꽃을 무참히 꺾는 부정선거 의혹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이것을 막지 못하면 아무리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고 야권 단일 후보가 나와도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