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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현오 망언이 보여준 '야만의 시대'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조현오 경찰청장이 퇴임을 앞두고 가진 '주간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조현오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유족이 고소를 취소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뜻대로 안 될 경우 경찰조직을 위해 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현오 청장이 어떤 근거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태껏 그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의 발언은 퇴임을 앞두고 검찰 수사에 대한 보호막이 없어지니, 이제 협박과 공갈로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그의 망언의 시작을 살펴보겠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 3월31일 '기동부대 지휘요원 교육'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서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되었다. 특검을 하려고 하니 권양숙 여사가 막아서 특검을 못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 발언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 후보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에 동영상이 공개되자, "내부적으로 한 이야기"라고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발언을 법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 지휘했던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은 "차명 계좌는 없었다. 사실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실 조현오 청장뿐만 아니라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수없이 했습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이) 차명 계좌 존부(存否)에 자신이 있으니까 (조현오 후보자를) 임명한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홍 의원과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 ‘차명 계좌’ 불씨를 살리는 것이 불리할 게 없는 싸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비자금에 관해서 홍 의원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다. 2004년 홍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축하금 1300억원이 담긴 양도성 예금증서(CD)를 받았다고 폭로했지만, 다음 날 위조로 드러났다. 또 5800억원대 비자금을 폭로했지만, 이마저 허위였다. 2007년 대선 직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당선 축하금으로 100억원짜리 수표 5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인 2010년 기사에서 발췌)

조현오 청장의 당시 발언에 대해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유족들은 조현오 경찰청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지만, 이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검찰에 고소,고발한지 3주 만에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불러 고소,고발인 조사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검찰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특히 조현오 청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검찰이 아예 법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제257조(고소등에 의한 사건의 처리)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하여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3월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여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 출석요구에 불응한 경우
- 피고소인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3회 이상 발부한 후 불응하면 피고소인에 대해 소재수사
- 피고소인의 소재가 확인되면 임의동행을 요구하고, 동행요구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범죄사실이 인정되고 객관적 증거가 있으면 긴급체포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제1항). 

검찰은 조현오 청장에 대한 조사를 8개월 만에, 그것도 서면 질의서를 두 번이나 보내고서야 겨우 답변을 받았습니다. 서면진술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불응했던 시점에서 검찰의 소환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검찰은 전혀 수사에 대한 의지가 없었습니다.

또한, 중요한 법률적 사실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발언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조현오 청장의 진술서 내용입니다.

조현오 청장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면, 이제는 소환해서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조사를 해야 마땅했지만, 검찰은 무려 1년 10개월이 지난 2012년 4월이 돼도, 아무런 소환도,조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변호사 출신입니다. 변호사인 문재인 이사장도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검찰은 법이 아닌 청와대의 눈치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공작에 따라 움직이는 '행동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조현오 청장의 망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조 청장 자신도 '주간지인지,인터넷 언론인지를 보고 한 말이다'라고 말했듯이, 억울하게 죽은 자를 향해 초등학교 아이처럼 신성한 무덤에 올라가 발로 짓밟는 행위를 왜 하는 것일까요?


진실과 법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더럽혀놓고 이명박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삼으면 그뿐입니다. 그것이 지금 현시대를 '야만의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성이 잠들면 요괴가 눈을 뜬다'는 고야의 그림처럼, 지금 우리는 이성의 눈과 법의 원칙과 상식이 모두 억압받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요괴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도록 그냥 포기하고 살기는 싫습니다. '야만의 시대'에 나오는 광기와 역겨움을 빨리 몰아내야 진실과 이성이 살아 숨 쉬는 진정한 인간의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