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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통합진보당과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다.



이제 총선이 내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1인2투표제를 하게 됩니다. 1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를 하는 것이고, 1표는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합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이야 자신들이 선택한 새누리당에 모두 투표를 하면 괜찮지만,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은 야권 단일 후보로 정했지만, 정당 투표는 아직도 망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은 54석입니다. 이 54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으려면 정당투표에서 3% 이상의 지지를 받거나 지역구 국회의원 5명 이상 배출한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각 정당이 받을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비례대표 54석에 정당득표율을 곱해 계산하면 됩니다. 정당 투표율이 높다면 지역구 국회의원과는 별도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정당들, 특히 군소 정당들에게 비례대표를 위한 정당 지지율 높이기는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통합진보당은 야권단일 후보 경선과정에서 떨어진 후보자들이 꽤 많기 때문에 19대 총선 목표 의석 20석을 확보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위한 정당 지지율을 계속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통합진보당은 왜 원내교섭 단체를 그토록 원하고 있을까요? 교섭단체가 가진 힘과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국회 교섭단체가 지닌 막강 파워'

대한민국 국회에서 교섭단체는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과 국회의원 한 명도 없는 원외 정당의 차이처럼 그 파워는 막강합니다.


가장 중요한 파워는 역시 돈입니다. 정당이 조직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바로 그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돈인데, 국회 교섭단체가 된다면 국고보조금이 연간 수십억 원씩 지원됩니다.

여기에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회 간사를 맡을 수 있으며, 이는 상임위원회에서 발언권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여건을 만들 수 있는 점에서 정당이라면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정당으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바로 국회 의사일정을 조정하고, 국회 운영을 할 수 있는 원내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서 원내 협상을 하는 정당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입니다. 이 두 정당 외에 다른 정당은 국회 의사 일정을 조정하고 각종 현안을 결정하는 대화에 낄 수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교섭단체가 된다면 국회 권력에 참여할 수 있는 점에서 정당으로서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통합진보당이 왜 교섭단체가 돼야 하나'

대한민국 국회를 이끄는 정당은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입니다. 이 두 곳만이 원내 교섭 단체로 등록되었고, 그런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 국회는 이 두 정당이 모두 이끌고 있습니다.

이 말은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과 상임위원장, 간사, 국고 보조금등을 모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차지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안과 처리는 이 두 정당이 벌이는 권력 싸움의 승자가 갖게 되고, 다른 비교섭단체인 군소정당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런 이유로 국회가 보여주었던 무능력함을 이겨내는 방법은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방법이 현행 정치계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밀실 정치는 이제 그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매번 으르렁거리며 싸우지만, 실제로 자신들의 이권이 담긴 일에는 서로 밀실협의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만약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그런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야권을 제외하고 새누리당과 벌였던 밀실협약 등을 더는 할 수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 진보개혁 입법 활동
통합진보당이 내걸고 있는 다양한 노동 정책과 비정규직,국가 보안법 폐지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것을 통해, 실제로 법안이 입법된다면 우리의 삶이 더 바뀔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견제와 균형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주도하는 정국에서 만약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이 두 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나 양당이 서로 자신들만의 정책에 대한 목소릴 높일 때 정당의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면 국회가 정치인의 공간이 아닌 민의를 대변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통합진보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눈여겨보는 통합진보당의 정책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필리버스터, 파행국회를 막아내는 민주주의'

필리버스터(filibuster)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을 쉽게 말하면 다수 의석을 확보한 거대 정당의 입법을 방해할 정도로 소수 정당 의원이나 한 명의 의원이 장시간 연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이 부자감세 법안을 통과하려는 시점에 한 명의 국회의원이 나아가 온종일 연설함으로 법안 통과를 무산시키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 김대중 대통령의 5시간19분 국회연설과 파행국회 모습

1964년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가 자신의 한일외교 비밀 회담을 폭로한 김준연 의원을 구속하기 위한 구속동의 요청을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연설을 했습니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잘못된 법안을 막기 위해 단상을 점령하고 시위를 하는 모습보다, 연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저지하는 필리버스터 제도가 대한민국 의회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민주주의 방식이라고 봅니다.


만약 필리버스터 제도가 생기면 파행국회 모습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해봅니다.

'재벌 개혁은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일'

통합진보당은 재벌개혁과 부자 감세,공평 과세를 실현하는 일에 많은 정책을 할애하고 있는 정당입니다. 누군가는 대한민국 재벌이 있기에 대한민국 경제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재벌 누구도 애국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집단은 없습니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추구하는 돈과 그 돈을 지키기 위한 정경 유착을 통해 감세와 특혜만 받는 집단입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살 방법은 중소기업들이 튼튼하게 성장하는 것인데,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 바로 재벌들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치는 이런 집단을 규제하고 정의로운 경제를 실천하기 위한 통합진보당의 노력을 우리는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분장하고 나온 TV 광고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MB심판과 청문회'를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기본입니다. 범죄자를 그냥 놔둘 수는 없습니다. 범죄자는 심판을 통해 죄의 대가를 받게 하고, 우리는 그 이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입이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애초 25석에서 30석을 목표로 했었는데, 기존 승리를 예상했던 15개 지역구의 결과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통합진보당의 막판 파워를 믿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누가 대한민국 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정당인지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꼭 원내교섭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수십 년간 이어졌던 잘못된 관행과 악습, 그리고 비민주적인 모습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들도 원내교섭단체가 돼 기존 정당과 같은 모습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위험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내건 정책과 공약이 정치블로거인 제 눈에도 많은 정치 개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그들의 원내교섭 단체 진입을 꼭 바라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고 민주통합당을 미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에는 늘 견제와 균형, 그리고 국민의 눈치를 볼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통합진보당이 충분히 하리라 보기 때문입니다.

정당기호 4번이지만, 아무도 관심갖지 않았던 '통합진보당'이 19대 국회에서 어떻게 변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과 위험한 거래를 하고서라도 그들을 원내교섭단체로 보내고 싶습니다. 그것은 이들을 통해 기존 정치인과 국회가 개혁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같은 편이 없습니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제대로 일을 못하면 국민에게 절교 당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국민이 내민 위험한 거래를 얼마나 잘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내일 투표를 통해 통합진보당이 국회에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