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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4.11총선 결과가 보여준 반쪽의 패배와 희망



4.11 총선 개표가 끝났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다시 152석을 차지함으로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나가게 됐습니다. 이번 총선을 보면서 야권의 참패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야권은 처절하게 패했습니다. 그러나 그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앞으로 남은 대선을 어떻게 대처하고, 정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를 알 수 있다고 봅니다.

4.11 총선에서 야권이 보여준 패배의 원인을 먼저 분석해보겠습니다.

■ 선거 전략의 부재

이번 4.11총선에서 야권이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선거 전략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지도부 내에 정치적 전략가들이 없었기에 철저하게 4.11 총선을 준비하지 못했고, 새누리당의 치밀한 선거 전략에 맞서지 못했습니다.

○ MB심판론 하나만으로 부족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과의 선 긋기를 통해 MB정권과의 차별성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야권은 MB정권 심판론만을 들고 유권자를 향해 나갔습니다. 이러다 보니 중도층과 지역 표심이 대거 새누리당을 향해 돌아섰습니다.


박근혜표 새누리당에 숨어 버린 이명박을 공격하다보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MB심판론이라는 무기가 힘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박근혜는 이명박과 같다는 공식을 아무리 야권이 주장해도, 일반 유권자의 눈에는 전혀 다른 사람, 그리고 이명박과는 차별화된 인물이라는 인식이 있음을 놓쳐 버렸다는 점입니다.

새누리당은 '정권심판론'을 아예 흐려버렸는데, 그것을 간과하지 못하고 그저 'MB심판'만 들고 자꾸 새누리당을 흔드니 오히려 무기가 아닌 나무 작대기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 보수층 결집을 막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뺏길 수 있다는 위험이 인지되면 하나로 뭉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점을 간과한 선서전략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하는 요소를 그냥 방치했습니다.

특히 좌파,종북, 빨갱이가 금기시된 단어로 아직도 레드컴플렉스로 존재한 대한민국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의 종북좌파 공격을 막지 못했습니다. 결국, 뻔한 공격을 예상했지만, 날아오는 펀치에 얼굴을 들이대고 맞은 꼴이었고, 이런 모습을 본 보수층은 신이 나서 더욱 새누리당의 주먹에 응원을 보낸 꼴입니다.

○ 여론,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한계

제가 누누이 강조했던 점이 있는데, SNS와 오프라인의 조직력과 표심은 분명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일반 유권자 중에는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고, 특히 총선처럼 젊은 층이 아닌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을 경우,여론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대비해서 SNS를 강화했지만, 야권은 그저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넋놓고 바라만 봤습니다.


새누리당은 SNS에 엄청난 투자와 힘을 기울였고, 젊은 층 중에서 야권성향의 반감을 품은 지지층을 대거 흡수했습니다. 그래서 예전과 비교하면 SNS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에 유리한 선거홍보 방송을 언론을 통해 조작했고, 전국에 있는 조직력을 동원하면서 일반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야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SNS조차 일반인들이 만들어 준 무기였지만, 그런 무기를 녹이 슬도록 놔두었고, 언론이나 조직력 그 무엇 하나도 스스로 날을 갈지 않았습니다.

■ 리더쉽의 부재, 야권의 우유부단함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통합진보당 대표들은 이번 4.11총선 야권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그들이 주위에 있는 인물들에게 끌려다녔던 점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은 호재였다.

저는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은 오히려 호재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나꼼수 지지자 등 젊은 층의 투표율을 대거 높일 수 있는 요소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만약 그 전략을 포기했다면 처음부터 강하게 사퇴를 요구하든지 했어야지, 이건 감싸주는 것도, 나가라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리더쉽은 어려울 때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야권 지도부의 강력한 움직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 공천,경선 잡음은 야당을 떠나게 하였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라는 오욕의 포장을 걷어내는데 일단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오히려 야권연대 합의라는 큰 틀은 이룩했지만, 그 안에서 발생한 잡음을 방치하여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을 이탈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결국, 이것은 반MB 정서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당 내 조직력과 지지층 흡수에는 실패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지도부 내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점을 사전에 막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한 책임 또한 당사자들은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합니다.

○ 그릇 챙겨주기보다 인물론을 내세우지 못했다.

이번 민주통합당 공천을 보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들이 대거 탈락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반발한 네티즌들은 김진애 의원을 다시 전략적으로 공천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민주통합당에는 여러 파벌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의 눈으로 보면 이런 파벌은 그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밖에는 비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그릇 챙겨주기 바쁘다 보니, 실제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좋은 인물들이 내쳐지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것이 민주통합당을 떠나게 하는 요소가 됐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11시가 넘어가면서 개표방송과 SNS를 모두 끊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무려 4년이나 기다렸고, 고통을 이겨내고 아픔을 참았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자괴감도 생겼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라는 고민과 답답함이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참패의 원인을 나름의 분석도 하고 조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이 보였습니다. 그 길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자만이 다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

이번 총선의 실패로 본격적인 대선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이 말은 패배에서 나온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12월 대선에 가장 효과적이면서 전력을 다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위기감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위기감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는 것이 문제이지, 자신의 잘못을 안다면 그것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몇 개월 남은 대선에서 패배하지 않을 무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누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가?

이번 4.11총선에서 힘을 발휘했던 계층은 누구일까요? 저는 이념도 정책도 네거티브도 고민하지 않았던 부동층이었다고 봅니다. 이들은 정당이나 이념이 아닌 인물론에 중심을 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정치가 아닌 사람을 보고자했던 마음들이었고, 이것이 바로 안철수 교수와 같은 사람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싸움도 싫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것도 불안하고, 그렇다고 나쁜 놈은 밉고, 정책이 거기서 거기 같고, 그래서 이들은 사람을 봅니다. 이 정도면 된다는 조심스런 자신의 생각을 표로 말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고, 이들이 이제 정당이나 조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이들을 발견했다는 놀라운 결과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 강자에겐 강하게, 약자에게 약하게

우리가 패배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바로 대한민국 보수층과 지역주의, 부동층의 놀라운 벽이었습니다. 그들이 강자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을 가로 막고있는 기존 정치 세력이 가진 끈질긴 생명력과 강력한 조직력이 바로 강자입니다.

그런 강자들은 날이 선 장검으로 대적하여 베어버리고 그 너머에 있던 약자를 포용하면 됩니다.


저희 집 담장에 핀 개나리가 어느 순간 피었다가 이제 녹색 잎만 남았습니다. 순식간에 봄이 지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봄을 저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웃풍이 센 시골집이라 아이들과 잘 때마다 보일러를 틀어놓고 잤기 때문입니다.

분하십니까?
화가 납니까?
왜 투표를 안 했느냐고 누군가에게 욕을 하고 계십니까?
차려놓은 밥상을 왜 말아먹었느냐고 민주통합당에 소리 지르고 싶습니까?

지금 우리는 오늘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꽃이 폈을 때 그 꽃이 왜 생겼는지 모르고 그저 예쁘다고만 합니다. 그러나 꽃이 피기 위해서는 추위와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야 합니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어제 4.11총선은 반쪽의 패배였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열정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이제 그 열정을 희망으로 바꾸고 나아가야 합니다. 새누리당 152석은 얼마든지 재보궐 선거로 과반 151석 밑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이제 길이 험해졌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맙시다. 지혜롭게 그리고 철저하게 뚜벅뚜벅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면 됩니다.

희망이 살아있음을 느낄 때 우리는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패배는 오늘이지만 희망은 내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