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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역시 MB모교,투표일에 수학여행을 가다니



 2012년 4월11일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일' 입니다.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사람도 있고, 자신들의 금배지가 떨어져 나가는 불안함을 숨긴 채 가슴 졸이는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일에 많은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 심지어는 일반인들까지도 투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투표독려는 당연하면서도 우리나라를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투표에 가진 민주주의 정신을 망각한 곳이 있습니다. 그것도 다름 아닌 투표가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를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말입니다.


▲ 4월11일 수학여행을 떠나는 포항동지고 일정표 출처: 포항동지고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형님이신 이상득 의원이 나온 포항동지고는 4월11일 오전부터 제주도로 체험학습을 떠납니다. 3박4일간의 일정으로 2학년생 305명과 교사 10여명은 부산을 거쳐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이런 이유로 포항동지고 교사들은 투표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와 근로기준법에는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투표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6조

“국가가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0조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등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그런데 교원인 교사들이 막상 투표를 할 수 있지 못하도록 아예 투표일에 포항에서 멀리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입니다.

 

전교조 성남지회에 따르면,포항동지고뿐만 아니라 경기도 성남 일부 고등학교들도 투표 당일에 수학여행이나,수련회, 평소와 다름없는 자율학습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투표일 학교 행사 개최는 교사에게는 참정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학생에게는 투표일이 그저 단순히 노는 날이라는 교육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 투표일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계획을 미리 잡아서 총선일과 겹쳐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합니다. 그러나 포항동지고를 한번 보겠습니다.

 

▲ 포항동지고에서 가정으로 발송한 수학여행 안내문 출처:포항동지고

 

포항동지고에서 수학여행 안내 가정통신문을 보낸 날짜는 3월23일입니다. 3월23일이면 대한민국 방송에서 선거 관련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는데, 과연 포항동지고등학교만 몰랐을까요? 그곳은 대한민국이 아닌 제3국이었나요?

 

총선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이런 변명은 전혀 근거도 희박하거니와 누가 봐도 믿지 않을 주장입니다.

 

'말뿐인 민주주의 교육, 누가 정치를 외면하게 하나'

 

우리가 흔히 투표를 민주주의 꽃이라 부르며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국민의 권리인지를 어릴 적부터 교육해야 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선관위에서는 초등학교 회장 선거에도 국회의원 투표소처럼 투표도구를 제공하여 선거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 포항동지고 교장이 발송한 투표독려 가정통신문 출처:포항동지고

 

포항동지고 교장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투표에 직접 참여하셔서 민주시민으로 당당하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귀 댁의 자녀에게 보여주십시오' 라고 했습니다. 아니 그날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 아들이 어떻게 부모가 투표하는 모습을 볼 수 있거니와, 미래의 유권자인 학생들이 투표일=놀러 가는 날로 인식하지 않겠습니까?

 

말뿐인 교육, 허울뿐인 교육, 그러면서 진정 행동하는 민주주의 시민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 교육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교육입니다.

 

' 조직적인 선거방해?'

 

포항동지고와 경기와 인천지역 초중고 16개교가 총선일에 수학여행이나 학사일정을 강행하는 점에 대해 전교조는 선관위에 '투표권 행사 방해에 대한 시정 요구'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교과부에 '선거권 행사보장 관련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 선관위가 교과부에 보낸 투표관련 공문

 

4월6일날 발송한 이 공문을 받은 교과부는 4월10일에서야 시도교육청에 선거관련 공문을 보냈습니다. 총선이 며칠 안 남은 상황에서 4일이나 공문을 잡아 놓고 있었던 교육부는 전형적인 시간 끌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겨우 보낸 것이 4월10일, 공문 보낸 날이 투표 전날이라는 사실은 교과부의 행태가 매우 의심스러운 장면입니다.

 

참고로 이명박 대통령의 이주호 장관 사랑은 청와대에 있었을 때부터 유명했습니다. 다른 수석들이 모두 경질돼도 이주호 교육과학문화 수석은 바뀌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주호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만든 장본인이자,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한 명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선생님들 몇 명 투표 안 한다고 무얼 그리 난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학교에서 대놓고 투표하지 못하게 막는 이런 모습은 교육자로서 양심을 팔아먹는 비열한 짓이라고 저는 봅니다.

 


Video streaming by Ustream[각주:1]

 

유스트림에서 'DDol TV '를 운영하는 대학생은 자신의 돈을 들여 전국여행 중에 유권자들을 만나 투표약속을 받아내는 자신의 모습을 '100명의 약속, 투표합시다'라는 제목으로 올렸습니다.

 

지금 이 땅의 젊은이들은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민주주의 교육을 가르쳐야 할 학교와 교과부가 투표를 방해하고, 더 나아가 투표일= 놀러 가는 날로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납니다.

성별, 학력, 지역의 차별 없이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세상.

어느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어느 꿈은 아직 땀을 더 쏟아야 할 것입니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셨다면, 우리 아이들이 커서 살아가야 할 세상을 그려보세요.

행복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2002.12.18 노무현 대선후보 광고 '편지')

 

 

누군가에게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일은 제주도로 놀러 가는 날이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무려 4년간 기다려왔던 날이자, 그날은 아빠가 조마조마해서 안절부절못하면서 갑자기 함성을 지르기도 하는 날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늘 고민했습니다. 낡은 정치를 비판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쓰는 정치블로거로 사는 제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세상,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가 제일 첫번째로 투표했습니다. (사찰당할까봐 얼굴은 안 찍었습니다.) 일이 있어 나갔다 왔더니 아이들 때문에 오후에 투표하려던 아내가 제주도 투표율이 제일 낮다는 뉴스에 잠이 덜 깬 아이들 데리고 투표했답니다.


그래서 1착으로 투표 완료했습니다. 오늘은 행복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고,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닥치고 투표'합시다. 

 


  1. 유스트림을 통한 개인 방송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유스트림 측에서 프로그램을 비롯한 기술 지원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