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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본문화/일본사회

일본의 수납문화

지혜로운 일본의 수납문화
작게 접어 크게 쓴다
 
비좁은 공간이라도 잘 개고, 쌓아 깨끗하게 정리해 공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일본의 수납기술. 바로 일본인의 독특한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는 더욱 작게, 더욱 휴대하기 편하게 물건을 만들 수 있도록 응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에 밀접한 일용품뿐만 아니라 최첨단 과학기술에도 활용되고 있는 일본의 수납기술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일본인들이 사는 집에는 아무것도 없다 -----. 19세기 중반, 일본에 온 서양인들은 일본인의 생활상을 보고 놀랬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조금 과장된 말이지만, 서양인이 전통적인 일본의 생활상을 보면 가구가 별로 없는 듯이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활한 것일까. 전통적인 일본의 생활양식이 남아있던 1960년대경의 생활공간의 풍경을 보며 일본의「수납술」을 알아보자.
그 당시의 전형적인 서민의 집은 4.5조(약 7.4m²)의 차노마(茶之間, 거실) 6조(약 10m²)의 다다미가 깔린 방 2개에 부엌과 화장실 정도의 구조, 욕조가 있는 집은 거의 없고 공중목욕탕에 다녀야 했다.
 
차노마는 그 집의 중심으로 침실이 되기도 하고, 식사를 하는 방이 되기도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이 되기도 하는 등 방 하나가 다용도로 쓰였다. 이런 이유로 가족이 쾌적하게 지내기 위해 비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그런 차노마의 하루를 지켜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오시이레(벽장)에 넣고 챠부다이라는 접고 펴는 식탁을 꺼내,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나면 식탁을 개고, 방구석에 치워 놓는다. 방문객이 오면 방석을 꺼내 앉도록 하고, 돌아가면 오시이레에 정리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다시 오시이레에서 이불을 꺼내 까는 것이 일상이다. 서양인이 생각한 듯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모두 정리해 두는 것이다.
서양인들의 집처럼 침실에는 침대, 식당에는 테이블과 의자, 응접실에는 소파가 놓여 있어 언제나 일정한 용도의 전용공간이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식 방은 그 때에 따라 필요한 것을 꺼내는 것으로 하나의 방을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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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식탁「차부다이」 높이는 31cm정도가 표준. 오른쪽은 다리를 접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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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식탁을 재현한 것. 밥상에는 4인분의 식사가 놓여 있고,
앞에는 나무로 된 밥통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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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잘 갠 기모노는 타토우(疊紙)라는 두꺼운 일본종이로 싸고 기모노용 서랍에 보관한다. 직선으로 제단된 기모노는 사각으로 접으면 주름이 가지 않고 부피도 차지하지 않는다.
가운데/이불은 개어 오시이레에 넣는다. 오시이레는 일본식 방에 벽장처럼 만들어진 수납장.
오른쪽/안에 솜이 들어간 1인용 방석「자부통(座布團)」짚을 원형으로 짠 짚방석「엔자(円座)」가 발전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처럼 일본식 방이 다양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대로 앉거나 잘 수 있는 다다미가 깔려있던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요즘은 일본식 방 전체에 깔려있는 다다미조차도 15세기경까지는 필요할 때만 방 한쪽에 깔고 필요가 없으면 다시 한쪽에 쌓아두는 식의 일본식 방석과 같은 것이었다.
또 지금은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미술품으로서 감상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병풍도 원래는 칸막이나 바람을 막기 위한 가구이다. 용도에 따른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장식도 되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 한쪽으로 치워 놓을 수 있어 요긴하게 쓰였던 것이다.
이처럼 일본인은 예부터 사용한 물건을 깨끗하게 접어 놓거나 포개 놓는 등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왔으며 이러한 생활습관, 생활문화를 배경으로 작게 접어 정리하는 다양한 도구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만들어진 뛰어난 발명품 중에 하나인 접는 부채는 일반 부채와는 달리, 접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 휴대와 보관에 편리해 12세기경부터 중국에 수출되어 유럽에까지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기모노는 개어 수납하기 좋은 대표적인 물건이다. 직선재단으로 만들어진 기모노는 접으면 부피가 작고 구겨지지 않기 때문에 장롱이나 서랍에 많이 넣어둘 수 있다. 또한 작은 과자꾸러미부터 긴 술병, 부피가 큰 이불까지 무엇이든 쌀 수 있는 후로시끼(風呂敷, 보자기)는 가방과는 달리 작게 접을 수 있는 만능천이라 할 수 있다.
「작게 접어 크게 쓴다」는 일본인의 뛰어난 발상을 활용한 최첨단 과학기술을 소개하면, 1997년 우주과학연구소의 로켓에 의해 쏘아 올려진 전파 천문위성「하루카」의 전파망원경에 탑재된 기술이다. 전파망원경의 파라볼라안테나는 직경 10m의 대형 구조물이다. 이것을 어떻게 우주공간에 가지고 갈지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이 안테나를 작게 접어 로켓에 싣고 가, 우주공간에서 안테나를 펼치는 데 성공했다.
접고 쌓아 정리하는 갖가지 기술. 일본의 지혜로운 수납기술은 일본의 생활과 전통을 배경으로 발달해 지금도 일용품에서부터 최첨단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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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테나 전개실험 모습. 안테나는 작게 접을 수 있도록 스타킹처럼 매우 가느다란 금속망으로 만들어져, 펼치면 직경이 10m나 된다. (사진제공/우주과학연구소)
아래/전파천문위성「하루카」가 우주에서 전파망원경인 파라볼라안테나를 펼친 모습의 상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