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발 지금은 일본인에게도 희귀해진 기모노(着物)나 유카타(浴衣). 이와 같이 게타(下馱, 나막신)나 조리(草履, 짚신), 와라지(草鞋, 짚신) 등도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일본의 신발. 전통적인 신발부터 지금도 변함없이 남아 있는 일본의 관습이 낳은 독특한 신발까지 소개하기로 한다. 글●사나다 쿠니코(眞田邦子) 사진●코노 토시히코(河野利彦) 사진제공●일본신발박물관(Japan Footwear Museum) |
일본 신발의 역사에는 크게 2개의 흐름이 있다. 하나는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의 계보를 잇는 신발이다. 밑창 앞의 매듭과 하나오(게타의 끈)를 발가락의 엄지와 집게발가락에 끼워 신는다. 일본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 맞고, 신고 벗기에 간편하다. 또 한가지는 중국북부나 한반도 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발등을 싸는 신발, 즉 구두와 같은 계보이다. 약 2000년 전 야요이시대 (彌生時代), 논에서 벼 모종을 심을 때 다리가 잠기지 않도록 고안된 타게타(田下馱,밭나막신)가 사용되었다. 제법 큰 발판에 구멍을 내 끼운 끈에 발가락을 끼워 신은 것으로 게타(下馱)의 원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구두계통은 6 세기 무렵의 호족의 무덤에서 한반도에서 유래된 금도금 신발이 출토되고 있다. 호화롭고 실용적이지는 않지만 나중에 이 신발은 의례용 신발로써 궁중이나 사원, 신사 등에서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도 황실 의식의 전통적인 예복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쿠츠(沓)를 신는다. 그 밖에 천이나 가죽으로 만든 구두가 있었지만 짚으로 짠 구두가 8세기 무렵에 중국에서 전해져, 이윽고 이것이 일본의 풍토나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습관 속에서 개량되어 와라지(草鞋)가 생겼다. |
와라지는 짚으로 짠 받침대의 발가락부분에서 엮은 긴 끈을 받침대 좌우와 발뒤꿈치 부분에 붙은 고리에 걸고 다시 발목에 감아 고정시킨다. 가벼워 활동적이고 싸게 치였던 까닭에 하급병사나 토목 작업부, 서민들이 여행할 때 이용되었다. 와라지가 한층 더 개량된 것이 조리(草履)이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비치 샌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짚을 타원형으로 짠 받침대와 역시 짚으로 짠 끈으로 만들어져 발가락 엄지와 집게발가락 사이에 짚신의 끈을 끼워 신는다. 중세에는 발바닥 절반정도 밖에 없는 아시나카가 무사들에 의해 만들어져 전쟁터에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농사일 등 일반인들에게 보급되어 갔다. 에도시대(江戶時代, 17~19세기 중반)가 되어 성(城)안에 짚신장인이 나타나 짚신의 종류는 단번에 늘어났다. 그 중에 대나무 껍질로 짠 짚신의 뒷굽에 가죽을 대고 쇳조각을 댄 셋타(雪馱)는 당시의 대표적인 짚신중 하나이다. 그 밖에도 모양에 신경을 쓴 화려한 짚신도 많이 만들어졌다. 게타는 2개의 굽이 붙은 나무판에 끈을 이어 짚신처럼 발가락에 끼워 신는다. 10세기무렵의 두루마기 그림 등에 나막신을 신은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보급되어 있었다. 18세기 초, 공구의 발달과 함께 대량으로 만들어져, 에도주변에서는 게타가 유행했다. 더욱 화려해져만 가는 게타문화에 서민들의 사치를 엄벌하던 에도막부 때부터는 옻나무 칠을 한 게타에 대한 금지령이 나왔을 정도였다. 이후에도 구두가 주류가 될 때까지 게타는 서민의 신발로서 애용되었지만, 1955년의 생산량 9,300만 켤레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타비(足袋, 일본의 버선)는 요즘으로 말하면 양말과 같은 것으로, 게타나 와라지 등과 함께 애용되었다. 타비를 신으면 겨울은 따뜻하고 끈에 발이 까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다. 게타나 와라지의 끈에 끼울 수 있도록 엄지발가락과 집게발가락이 갈라져 있는 일본 특유의 양발이다. 그리고 바닥에 고무를 붙인 것이 지카타비이다. 이 양발은 직접 지면위를 걸을 수 있다. 1922년 타비제조업자(후에 타이어 메이커인 브리지스톤의 전신)였던 이시바시 토쿠지로(石橋德次郞) 쇼지로(石橋正二郞)형제가 발명, 이듬해에 일어난 관동대지진 복구작업에 많이 활용되었다. 잘 미끄러지지 않고 걷기 힘든 곳에서도 움직이기 쉽기때문에 지금도 건설현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대의 일본에서는 생활의 서양화로 구두는 완전히 일본인의 생활 속에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구두를 벗고 집안에 들어가는 일본생활습관에서 생겨난 학교 실내화나 일본인의 건강지향 의식에서부터 생겨난 건강에 관련된 신발 등, 일본 특유의 것이 생겨나는 등 수많이 개발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맨발에 신는 전통적인 게타나 와라지가 혈액순환에 좋아 건강에 좋다고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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