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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군인,비전문가,대학동창'으로 안전한 나라 만들겠다니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해체'를 발표했던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 통과에 따라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습니다.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에는 박인용 (62세,경기) 전 합참차장(해군대장)이 내정됐습니다. 차관에는 3성 장관 출신의 이성호 (60세, 충북) 안전행정부 제2차관이 내정됐습니다.

 

국민안전처 장,차관 모두가 군인 출신입니다. 이로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에 이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안보와 안전 관련 요직을 군출신 인사가 모두 장악한 셈입니다.

 

새로운 정부조직법에 따른 정부조직 개편과 인사가 진짜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 수 있는지 점검해봤습니다.

 

'민간안전 문외한이 대한민국 안전을 모두 책임질 수 있을까?'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전형적인 군인입니다. 해군본부, 제3함대 사령관, 해군 작전 사령관을 거쳤고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대화와 군사작전' 병행 정책에 따라 대장직위인 합창 차장으로 임명된 해상 작전 전문가입니다.[각주:1]

 

 

해군의 작전 전문가와 민간안전을 책임지는 국민안전처 장관이 해야 하는 업무는 분명 다릅니다. 군사작전은 기본적으로 타격과 대응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다음에 벌어지는 행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이나 사고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부재였다는 문제점이 계속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군인이 컨트롤타워를 장악했을 경우 빠른 대응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안전을 사전에 방지하는 등의 '예방'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간안전이나 다양한 재난을 컨트롤하기에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의 경험은 오로지 해상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이나 이후에 대한민국은 화재, 붕괴, 가스 누출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군인 출신은 사전 수립된 작전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어도, 여러 가지 사고, 사건 대응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사건,사고에 대한 '예방'이나 여러 변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현직에서 무려 8년이나 떠나 있던 사람을[각주:2] 굳이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내정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국민에게 안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맥설이 나도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은 '안보'와 '안전'을 헷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얇은 지식 속에 이루어진 인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비해상 전문가, 또다시 해양경비본부장으로'

 

민간안전과 상관없는 군 출신 인사를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내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장'에는 육지 경찰 출신의 홍익태 경찰청 차장을 내정했습니다.

 

해경을 해체하고 해경 업무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옮긴 부분도 문제이지만, 해상경력이 하나도 없는 인물이 해양경비를 책임자로 임명했다는 사실도 어이가 없습니다.

 

일본의 스즈키 히로시 해상보안감은 해상보안대학 출신으로 해상보안청 경비구난 본부장과 순시정 선장 등을 역임한 해상경력 31년의 전문가입니다. 미국의 로버트팝 코스트가드 사령관도 코스트가드 아카데미를 나오고 함정근무만 6차례 하며 해상경력만 40년이 넘습니다.[각주:3]

 

홍익태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나와 주태국대사관 영사와 노원경찰서장, 경찰처장을 지낸, 바다는 전혀 모르는 비전문가입니다.

 

 

해경 간부 93%가 해상근무를 하지 않았던 해경은 항상 일선 해양경찰들의 불만의 대상이었습니다. 물론 이번 국민안전처 해양경비본부장의 직위가 치안총감이고, 해경 출신 중에는 치안정감이 없는 점도 있었습니다.

 

해양전문가를 계속 양성하는 일들은 소홀히 하면서 대한민국 바다가 완벽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누구도 앞으로 대한민국 해양경비가 전문성을 더 가질 수 있다고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맡아도 어려운 자리에 해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인물이 대한민국 해양경비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한국의 해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생 미사일만 연구한 대학동창, 방위사업청 장관으로 임명하다'

 

그동안 비리와 품질 불량 등으로 문제가 됐던 방위사업청장의 새로운 인물로 장명진 국방과학연구소 장명진 박사가 내정됐습니다.

 

 

장명진 신임 청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으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대학 동기동창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은 최순홍 전 대통령 미래전략수석비서관에 이어 두 번째가 됩니다.

 

이용걸 전 방위사업청장이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부터 장명진 청장은 유력한 청장 후보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각주:4]

 

대학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할 때 박정희 대통령과도 만났던 장명진 방위사업청 신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많은 인연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인연이 있어도 방위사업청을 잘 이끌 수만 있다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장명진 청장은 방위사업청 청장에 적합한 인물이 아닙니다.

 

 

장명진 신임 방위사업청 청장은 대한민국 미사일 개발의 산증인입니다. 1976년 국방과학연구소 입사 때부터 미사일개발팀에 배치, 한국형 지대지유도탄 사업인 '백곰'부터 현무 미사일까지 오로지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했던 인물입니다.[각주:5]

 

우리가 흔히 연구원과 관리직이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연구개발에는 장명진 신임청장이 뛰어날 수 있지만, 방위사업청처럼 무기를 구입하거나 군수품을 조달하는 전문 관리직에는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방위사업청 비리를 평생 연구만 했던 박사가 잡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청장부터 '함바 비리'로 문제가 됐던 곳입니다. 납품비리는 기본이고, 뇌물 수수와 재료비 부풀리기 수법 등의 각종 비리와 불법의 온상이 바로 '방위사업청'입니다.

 

대한민국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며 살았던 인물이 과연 날고 기는 지능적인 납품 비리와 부조리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인물이 청렴해도 학자 타입의 연구자가 이런 시궁창에서 살아남기는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안보의 주축이 될 수 있는 군수품 조달 업무 비리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안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각주:6]에 가보면 설립 목적이 '강력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구축을 통하여 종합적이고 신속한 재난안전 대응 및 수습체계를 마련하기 위하여 설치되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국민안전처의 설립 목적만 보면 재난이나 사고 방지보다 '대응'이나 '수습'에 초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난과 사고의 대응과 수습,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전에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일은 '안전한 나라'를 사전에 만드는 일입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 막는 임무가 정부의 역할이지 사고의 수습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해경이 문제라니 '해경을 해체'하고 컨트롤타워가 문제라니 '컨트롤 타워'만 하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서, 왜 무능한 정부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군인 출신으로 도배된 정부조직 개편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문민정부인지 군사정부인지 모르는 아침입니다.

 

  1. 세계일보 2014년 11월 18일 http://goo.gl/5gHdDd [본문으로]
  2.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2008년 예편했다. [본문으로]
  3. 대한신보 2014년 5월 14일'해난 구조 책임자의 관련업무 경력 비교해보니' http://goo.gl/r1TQBG [본문으로]
  4. 2014년 11월 19일 동아일보,. '박 대통령 방산비리 근절 적임, 대학동기 낙점' [본문으로]
  5.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2014년 8월 12일 http://goo.gl/EBt3IP [본문으로]
  6. http://www.mpss.go.kr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