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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윤회와 박지만의 권력암투, 김기춘이 조장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을 통해 드러난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의 진실공방이 더욱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윤회씨는 과거 인터뷰에서 '야인처럼 살고 있다'고 말하며 비서관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조응천 전 비서관은 정윤회와 이재만이 지난 4월 연락을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의 말이 나오자 정윤회씨는 다시 '4월 이재만과 전화 연락을 한 적은 있었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정윤회씨는 이번 문건이 자신을 음해하려고 증권가 찌라시를 모아 놓은 조작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첩보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60% 이상이며, 실제 모임 참석자도 내용을 확인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은 지난 4월 이재만 비서관이 정윤회 전화를 받으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얼마 뒤 자신이 퇴출당했다고 주장하며 정윤회씨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두 사람 뒤에 있는 청와대의 권력투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가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사건 뒤에 숨은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쫓겨나는 박지만의 사람들'

 

이번 사건의 핵심에서 우리가 주목할 사람이 바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입니다. 조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와는 검사와 마약사범으로 만난 사이였습니다.

 

 

1993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조응천 검사는 히로뽕 중독으로 구속된 박지만씨를 국립서울정신병원에 감정유치시키기로 했습니다.[각주:1]

 

당시 박지만씨의 히로뽕 중독을 국민들은 아버지 박정희가 총탄에 죽었던 충격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면도 있겠지만, 독재자의 아들로 무소불위의 권력에 취했던 그에게 그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 와야 했던 현실이 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박지만씨는 수차례의 히로뽕 중독으로 물의를 일으키다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도움으로 삼양산업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지금은 EG그룹 회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G그룹 회장으로 살아가는 박지만이지만, 그의 영향력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자신을 수사했던 조응천 검사가 청와대에 입성한 점입니다.

 

물론 정윤회와의 파워게임에서 진 까닭에 '1호 국장'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다가 청와대에서 쫓겨났습니다.[각주:2]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중앙고와 육사 동기였던 이재수 육군 인사사령관은 중장 진급 6개월 만에 2013년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박지만 회장의 육사 37기였던 전인범, 엄기학,조보근 소장 등도 중장으로 진급하기도 했습니다.[각주:3]

 

군 정보조직을 담당하는 기무사령관으로 발탁된 박지만 회장의 절친 이재수 기무사령관은 고작 1년 만에 전격 교체됐습니다. 한 마디로 경질된 셈입니다.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경질은 물론이고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사표 논란[각주:4] 등은 결국 박지만 회장의 권력이 축소되는 권력이동을 암시했습니다.

 

'박지만의 사람들. 그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이 정윤회씨의 말에 반박하며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을 공격하는 이유는 박지만 라인이 권력 다툼으로 쫓겨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 중의 하나가 박근혜 정권에서 매번 문제가 됐던 인사 시스템이 벌어진 배경입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이재만 비서관과 같은 비서관 측근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응천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 실패가 많았던 이유가 '검증을 충분히 할 시간이 없었고,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각주:5]

 

조응천 전 비서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청와대 인사검증을 하려고 해도,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비서관 3인방이 문고리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뜻이 됩니다. 십상시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처음 '정윤회 문건'이 유출됐을 때는 문건을 작성한 박 모 경정이 아니냐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미 지난 5월 문건 유출자가 박 경정이 아니라고 파악한걸로 확인했습니다.

 

박 경정도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 문건을 유출했을까요?

 

'김기춘 비서실장, 청와대 문건 유출 알고도 왜?'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지만 EG 회장은 지난 5월 김기춘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고 있다는 제보를 했다고 합니다. [각주:6]

 

 

박지만 회장은 지난 5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여기에는 박지만 회장 주변 인물에 대한 비리 의혹 등이 있었고, 박 회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받아 국정원 인력이 들어가 대대적인 점검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내려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박 회장에게 밝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지시는 없었습니다.

 

이유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문건이 다량으로 유출되고, 비리와 문제점이 나오는데도 소극적으로 대처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정윤회와 박지만의 권력투쟁이 밖으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에 무조건 덮어버리려고 했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정윤회와 박지만, 두 비선라인의 싸움을 통한 어부지리를 취하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검찰 장악'이라는 큰 명제를 해결한 김기춘은 정윤회나 박지만 라인 모두에게 토사구팽 당해야 할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견제를 막기 위해 김기춘은 오히려 내부 갈등은 키워 자신은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고 하려는 계획이었을 수 있습니다.

 

 

물고 뜯고 까발려지는 청와대 권력 투쟁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지금 막장드라마를 보고 있는지 정치를 보는 것인지 아리송합니다.

 

지금 이들이 벌이는 암투는 오로지 자신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려는 욕심이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국민이 아닌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고 벌이는 싸움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독재 공화국 시대에 사는 것인지,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역사드라마로 남기에는 너무 추잡한 이들의 권력 암투를 보다 보니 악취가 너무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1. 한겨레 1993년 12월 31일 '박지만씨 정신병원에 감정유치' [본문으로]
  2. '조응천 ‘1호 국장’으로 불리며 막강… 교체 뒤 공직비서관실 축소' 경향신문 12월 2일 http://goo.gl/GSkDRM [본문으로]
  3. 박지만씨 동기 육사 37기 軍 핵심보직 포진. 연합뉴스 2013년 10월 25일http://goo.gl/4ECZPx [본문으로]
  4. 국정원 기조실장이었던 이헌수는 정년이 됐다며 사표를 제출했지만, 이미 4월 임명당시에도 정년은 넘었었다. 논란이 일자 사표를 반려했고 유임됐다. [본문으로]
  5. ['정윤회 文件' 파문] "한창 검증 작업하는 도중 人事 발표나기도" 조선일보 2014년 12월 2일 http://goo.gl/Q0mCrb [본문으로]
  6. 박지만씨 “靑문건 다량 유출” 진정 세계일보 2014년 12월 3일http://goo.gl/Mg1GaU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