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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거구 조정 대란, 국회의원 이해득실 따져보니

 

 

헌법재판소가(이하 헌재)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각주:1]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10월 30일 헌재는 선거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인구수 편차를 현행 3:1까지 허용되는 공직선거법이 헌법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3:1을 2:1까지 조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현재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인구가 작은 곳과 큰 곳의 차이를 3:1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구 300명도 국회의원 1명, 인구 100명도 국회의원 1명을 똑같이 뽑을 수 있습니다. 300명이나 100명이나 국회의원 1명을 선출하니 불합리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인구 200명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나누라는 식으로 조정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투표 가치 불평등, 똑같이 1표를 투표해도 그 가치는 달랐다'

 

헌재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갑의 인구는 30만6천 명이었습니다. 경북 영천은 10만 3천명이었습니다. 인구가 대략 3:1 이지만 국회의원 선출은 똑같이 1명이었습니다.

 

 

강남구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성욱 후보는 4만1천표를 득표하고도 낙선했습니다. 낙선한 김 후보의 득표수는 경북 영천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정희수 후보의 득표수 2만3천표보다 훨씬 많았지만 떨어졌습니다.

 

강남구갑에서 민주통합당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영천시 유권자보다 더 많은 투표를 하고도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낙선하는 모습을 봐야 했습니다.

 

'대의 민주주의'를 놓고 보면 불합리한 상황입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투표하지 못하고 오히려 인구수가 많은 선거구일수록 자신이 낸 한 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제일 중요한 투표에서 한 표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실 때문에 헌재는 과거에도 최대,최소 인구 비례를 바꾸도록 했습니다.

 

1995년은 4:1로 2001년은 3:1로 2014년은  2:1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원래 2001년에 이미 2:1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현실을 고려해 3:1로 결정하지만 상당 기간이 지나면 2:1또는 그 미만 기준에 따라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고, 13년이 지나서야 2:1로 결정이 났습니다.

 

'투표 가치 불평등'으로 본다면 이번 헌재의 판단이 적합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회의원, 이해득실 따져보니'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 제일 뜨끔한 사람들은 바로 국회의원들입니다. 앞서 강남구갑과 영천의 사례를 적용해보면 강남구갑은 선거구가 나뉘어 의석수가 늘어납니다. 그러나 영천은 인구수가 적어서 다른 선거구와 통합해야 합니다. 결국, 영천 국회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불리하게 됩니다.

 

 

헌재의 결정으로 선거구가 통폐합되거나 분할되는데 곳은 대략 62곳입니다. 선거구가 2:1로 바뀌게 되면 농촌 지역 국회의원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기존 지역구가 다른 곳과 합쳐져 재선에서 프리미엄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도시지역 국회의원들은 선거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더 많은 출마의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주변은 골치가 아프게 됐습니다. 김무성 대표 지역구는 인구가 13만 명인 하한인구 미달지역입니다. 주변 선거구와 합쳐져야 하는데, 근처 지역구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공천받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경북 군위,의성,청송 선거구의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과 세종시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도 지역구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다만 이해찬 의원의 세종시는 인구 미달이 800여 명에 불과해 20대 총선이 될 시기에는 인구가 늘어 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호남 농촌 지역 국회의원을 보면 대부분 불리합니다. 상주(새누리당 김종태), 문경-예천(새누리당 이한성), 영천(새누리당 장희수), 김천(새누리당 이철우), 보은-옥천-영동(새누리당 박덕흠), 무주-진안-장수-임실 (새정치연합 박민수), 남원-순창(새정치연합 강동원), 여수갑 (새정치연합 김성곤)은 인구가 10~13만 명에 불과해 모두 인구 미달로 선거구가 주변과 합쳐지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선거구 2:1에 해당하는 지역 국회의원과 후보자들은 20대 총선에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해 골머리가 아프기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복잡하게 가질 전망입니다.

 

'마냥 좋을까? 국회의원을 믿지 마세요'

 

선거구 조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합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개정과 정당 공천은 국회의원들이 합니다. 결국,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재의 결정으로 소선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뀐다고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닙니다. 우선 한 선거구에서 2~5인의 국회의원이 선출되니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이 모두 독식하는 현상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현역의원끼리도 의정 활동에 대해 경쟁을 해야만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의정활동에 충실해야 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몰표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은-옥천-영동'과 '김천'이 합쳐져 선거를 치를 경우 소지역주의가 강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당 복수 공천이 가능해지니 야권 단일화는 필요가 없다고 판단, 거대 정당들만 살아 남을 수도 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는 분명 현행 '소선구제'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보완책과 '비례대표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례대표가 가장 필요한 이유는 지역주의에 편승한 입법 활동이 아닌 국가적인 사안으로 입법 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남, 분당 등 부자 동네에서는 종합부동산세를 반대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아닙니다. 이런 사안을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의원이 비례대표입니다.

 

아무리 비례대표로 열심히 일했어도, 선거가 다가오면 모두 출마 지역구로 가서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합니다. 막대한 지역구 관리비용과 선거비용으로 선거 때마다 몸살을 앓지만 정작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습니다. 선거와 상관없이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비례대표가 많아져야 합니다.

 

장애인,청년,여성,인권, 군인, 노동자 전문 비례대표가 많을수록 작은 목소리가 힘을 낼 수 있으며, 이들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경실련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활동한 우수의원 28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에서 비례대표가 10명이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지역구 의원이 246명이고 비례대표는 54명입니다. 비례대표가 지역구 의원보다 훨씬 적지만 일은 더 많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정당이 인물 검증을 통해 제대로 된 후보자를 공천하는 개혁부터 해야 합니다.

 

선거에는 이기지만 의정활동은 엉망으로 하는 국회의원보다 선거에는 약하지만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는 인물들을 국회에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선거구 조정으로 여의도 국회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들이 진짜 '대의 민주주의'와 '투표 가치 불평등'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을까요?

 

국회의원만 잘 뽑으면 언제든 대통령도 탄핵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항상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제도에 신경쓰고 감시해야 합니다.

 

  1. 경계 따위를 명확히 구별하여 정함, 확정은 일을 확실하게 정함으로 차이가 있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