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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자녀들의 '효도 선거운동'



6.4지방선거에서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딸과의 문제로 잘 나가던 선거가 엉망이 됐습니다. 딸이 올린 SNS글을 통해 고승덕 후보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이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가족 관계가 어떠하느냐는 선거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에 문제가 있는 후보자는 정치또한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유권자들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후보자의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

자녀들이 부모의 선거를 돕기 위해 나서는 사례는 많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트위터에서는 7.30재보궐선거에 나오는 후보자의 자녀들이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하고 나섰습니다.

 


7월 16일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라는 @snsrohyodo'라는 트위터 계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계정은 7.30재보궐 수원정 영통에 출마한 박광온 후보의 딸이 만든 계정입니다.

박광온 후보의 딸은 <7.30 보궐 수원정 영통 기호 2번 박광온 후보의 딸/선거용 임시계정/불초소생은 온라인효도가 제맛>이라는 프로필을 통해 아버지 박광온 후보의 선거운동을 SNS로 해서 효도하겠다는 목적으로 트위터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광온 후보의 딸이 SNS로 효도하겠다고 밝히자, 잇달아 다른 후보 자녀들의' SNS 효도 선거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수원정 영통에 출마하는 천호선 후보의 아들은 '나도 효도란걸 해보렵니다 @qkxkzn <보궐선거 수원정 영통 후보 기호4번 천호선 둘째 아들/따라하기/한발늦은자의 최후/진솔하게 쓰렵니다.>'라는 프로필을 통해 박광온 후보의 딸처럼 SNS 선거 운동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부산 해운대기장갑에 출마하는 윤준호 후보의 아들도'윤재형 @dreamfrom77' 트위터 계정을 열고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재밌다, 톡톡 튀는 SNS 선거운동'

선거 후보자들의 자녀들이 SNS를 하는 일은 새삼스러울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의 모습이 기존 선거용 트위터 계정과 다르게 재밌기 때문입니다.


'sns
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 '@snsrohydo' 를 사용하는 박 후보의 딸은 '박광온 캠프여... 떨지 마세요.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딸입니다'라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박광온 후보의 딸은 박 후보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블락 (차단)을 당한 것입니다. 공보팀과 사전 교감 없이 딸이 스스로 아버지 선거운동을 돕다 블락을 당하고,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니 블락을 풀어달라는 그녀의 트윗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박광온 후보의 딸은 이밖에도 톡톡 튀는 트윗을 날리면서 트위터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박광온 후보 선거캠프에서 후보자의 딸이 트위터를 하는 것을 만류합니다. 그러자 박 후보의 딸은 '그분이 생각보다 그렇게 유명하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맞습니다. 사실 박광온 후보가 앵커출신이지만 정치적 인지도는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박 후보의 딸은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가 유명해지길 바라며 트위터를 한다고 솔직히 밝히고 있습니다.

박광온 후보의 딸은 아버지의 머리 크기 때문에 스냅백(크기 조절이 가능한 모자)조차 쓰지 못한다고 트윗을 올립니다. 그러자 박광온 후보는 '딸 아머지가 큰 머리를 물려줘서 미안해'라고 답변을 하고 '알면 됐어요. 아버지..(콧물을 닦는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딸이 제일 민감한 외모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며 그저 평범한 부녀지간 일상의 대화를 선거 운동의 중심으로 끌고 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재미가 관심 없는 7.30재보궐선거의 관심을 유도하는 폭발점이 되고 있어 정치블로거로 환영하고 있습니다.

 


천호선 후보는 박광온 후보과 함께 수원시정이라는 같은 선거구 내에 출마합니다. 천호선 후보의 아들은 이를 빗대어 '보궐라운드 영통 2번 코너 딸과 4번 아들의 자식배틀을 보고 계십니다'라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같은 지역구 내 출마한 아버지를 둔 아들과 딸이지만, 서로 트윗을 주고받으며 싸우지도 않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의 네거티브 싸움보다 훨씬 보기 좋습니다.

천호선 후보의 아들은 박광온 후보의 딸과 비교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없지만, 아들답게 묵묵하면서도 자신이 잘하는 그림을 통해 아버지를 돕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두 젊은이의 모습을 보면서 재밌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 정치인 부모를 둔 자식의 효도는 남달라야 한다'

아버지가 정치인이라고 자식들이 무조건 아버지를 옹호해야 하는 선거운동은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정책이나 공약보다 그저 재미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아버지라 하여 좋은 국회의원이 되리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일꾼이 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겠지요. 영통구 여러분들의 선택에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광온 후보의 딸 트위터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snsrohyodo)

"영통의 첫 느낌은요? 은평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 비교하기엔 둘다 너무 좋아요!... 라고 하고싶지만 아직 잘 모르겠네요!"
(천호선 후보 아들 트위터 '나도효도란걸해보렵니다.' @qkxkzn)

그래서 정치인의 자녀라면 선거캠프용 홍보전략보다는 그들이 아는 만큼의 이야기를 하고, 유권자들이 그것을 통해 참고할 정도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냥 일상의 얘기만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만족하게 할 수 없다면, 비록 아버지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전략공천이 새정치인가, 라는 질문에 저는 아니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부조리라는 것과는 하등 연관이 없는 삶을 살았던 아버지가 자의든 타의든 부조리를 행할 수 밖에 없는 세계로 들어가겠다고 하실 때 저는 크게 반발했습니다.  (박광온 후보의 딸 트위터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snsrohyodo)

이런 점에서 박광온 후보의 딸은 아직까지는 잘하고 있습니다. 전략공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 그것이 '새정치'는 아니라고 답변하면서, 아버지의 출마에 반발했다는 자기 생각을 솔직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대신 질문받아요, 물론 저는 후보 아들이라 자세한건 하나도 모른답니다. 그냥 정치인 아들로서 사는 것에 대한 질문받아요! (천호선 후보 아들 트위터 '나도효도란걸해보렵니다.' @qkxkzn)

유권자들이 정치인 자녀들의 트위터 계정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짜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 아들의 모습을 솔직히 보여주겠다는 천호선 후보 아들의 트윗은 그가 할 수 있는만큼만 하는 모습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6.4지방선거부터 후보 자녀들의 선거운동이 판세를 움직이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돕겠다는 모습이 백퍼센트 좋은 결과를 갖고 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녀들의 선거운동 참여는 '혼탁한 선거', '재미없는 선거', '싸우는 선거', '관심 없는 선거'를 재밌고, 즐겁고 깨끗하게 만드는 바람도 가져오고 있습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깨끗이 선거를 하고, 아버지를 돕는 자녀들은 아버지가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옆에서 잔소리하는 자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